중국상용비행기(코맥)에서 제작한 C919 여객기.
중국상용비행기(코맥)에서 제작한 C919 여객기.

중국산 여객기 코맥(COMAC) C919가 첫 비행을 앞두고 있다. C919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국영항공기 제작사 중국상용비행기(코맥)가 독자 생산한 중소형 여객기다. 1~2시간 비행거리에 주로 투입되는 보잉 B737과 에어버스 A320을 겨냥해 만든 전략상품이다. C919는 상하이 푸둥(浦東)에 있는 생산라인에서 최종 조립을 마치고 처녀비행을 위한 최종 점검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2월 13일 “2017년 상반기 중 첫 비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여객기시장을 사실상 양분해오던 에어버스와 보잉은 초비상이 걸렸다. 그간 A(에어버스), B(보잉) 체체로 이어져온 항공기시장의 파이를 C(코맥)와 함께 ‘ABC체제’로 삼분할 위기에 처해서다. C919의 C는 코맥의 약칭이지만 중국(China)을 뜻하기도 한다. 연간 항공이용객 4억8700만명의 중국은 미국(6억5700만명)에 이어 세계 2위 항공시장이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오는 2024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후진타오, 시진핑 등 역대 중국 국가주석들은 미국이나 유럽 순방 때마다 항공기를 수백 대씩 대량으로 구매했다. 중국 정부는 항공기 쇼핑을 유용한 외교카드의 하나로 써오면서, 이와 병행해 2008년부터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자체 여객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C919 첫 비행이 가시화되면서 막대한 여객기 도입물량의 상당 부분이 보잉과 에어버스에서 코맥으로 넘어갈 공산도 커졌다. 코맥과 같이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동방항공은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C919의 최초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동방항공은 중국 3대 국영항공사 중 하나로 60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동방항공은 2010년 코맥 측과 C919 20대를 구입하겠다는 구매의향 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국영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남방항공도 각각 20대씩 C919 구매의향계약을 코맥 측과 체결했다. 동방항공과 마찬가지로 첫 비행 후 1년 내 5대를 선도입한 뒤 차츰 도입물량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이난(海南)항공, 쓰촨항공, 허베이항공, 행복항공(조이에어) 등 중국의 저가·지역 항공사들도 일제히 코맥 측에 구매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주로 리스용 항공기를 취급하는 금융회사 구매물량까지 합하면 “23개사 570대의 주문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코맥 측의 설명이다.

보잉과 에어버스 시장 잠식할 듯

앞서 코맥은 C919 출시에 앞서 중국 최초의 제트엔진 소형 여객기 ARJ21-700을 제작해 시장에 진입했다. ARJ21은 미국 맥도널더글라스(보잉에 피인수)의 중소형 기종인 MD-90을 모델로 중국이 자체 기술로 제작·생산한 100석 미만의 소형 여객기다. 항공기의 두 엔진이 주날개 아래가 아닌 꼬리날개 근처에 달렸고, 좌석배열이 3열, 2열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쓰촨성에 본사를 둔 쓰촨항공의 자회사인 청두(成都)항공이 지난해 ARJ21 2대를 도입해 운항 중이다. 청두항공은 78석을 갖춘 이 비행기를 청두~창사~상하이 국내선 구간에 투입 중이다.

ARJ21에서 C919로 체급을 한 단계 높인 코맥이 중소형 항공기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C919의 스펙만 보면 항속거리는 5555㎞로 경쟁기종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다른 점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코맥 측은 “보잉 B737, 에어버스 A320 등 경쟁기종에 비해 연료소모는 15%, 운항비용은 10%, 탄소배출은 50% 정도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C919의 최대 경쟁력 역시 대다수 중국산 제품처럼 가격이다. 코맥 측에 따르면, C919는 대략 대당 도입가격이 경쟁기종에 비해 1000만~2000만달러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회사를 통해 파격적 금융지원을 공언한 터라 가격경쟁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두 푼이 아쉬운 신생 저가항공사들로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실제 태국의 저가항공사인 ‘시티에어웨이즈’는 2015년 코맥 측과 외국 항공사 최초로 C919 10대와 ARJ21 10대의 도입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물론 C919는 해당 체급 시장에 처음 뛰어든 후발주자로서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C919의 직접 경쟁모델인 B737과 A320은 전 세계 항공사의 중단거리용 주력 모델이다. 항공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소형 항공기시장에서 수십 년간 운항을 통해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까지 검증받은 1, 2위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항공 업종은 다른 업종과 달리 안전사고 한 건에 항공사의 존립이 흔들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기종 다변화에 따른 조종사 운항교육과 정비교육에 따른 비용증가는 항공사로서는 부담이다.

무엇보다 ‘중국산(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공포를 덜어내는 것도 과제다. 사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우주 선진국이다. 군용기의 경우 일찍이 구(舊)소련의 기술을 전수받아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했다. 마오쩌둥 집권 때 중소분쟁으로 구소련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자 프랑스, 이스라엘로 기술도입선을 다변화했다. 일례로 중국이 최초로 독자 설계·생산한 전투기 J-10의 경우 날개만 보면 프랑스의 주력 전투기였던 미라주-2000의 삼각날개(델타윙)와 흡사하다. 삼각날개 앞쪽의 보조날개를 비롯해 전체적인 생김새는 이스라엘이 개발하다 중단한 ‘라비’ 전투기와 판박이다. 이스라엘은 일찍이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해 전투기를 생산해 왔다. 결국 프랑스의 항공기 제작기술이 이스라엘을 거쳐 중국에서 안착한 것이다. 2013년에는 독자 개발한 제트엔진의 대형 군용수송기 Y-20을 띄웠고, 최근에는 J-20, J-31과 같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까지 선보인 상태다.

우주기술에서도 지난해 10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유인 우주도킹에 성공했을 정도로 앞서 있다. 인공위성과 인공위성을 우주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결합시키는 도킹은 우주에서 바늘 귀에 실 꿰기에 비견되는 첨단기술이다. 이런 최첨단 항공우주 기술을 보유한 마당에 C919 출시에 앞서 안전성 논란이 나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아무래도 억울할 수밖에 없다.

C919를 최초 도입한 동방항공이 어느 노선에 투입할지도 관심사다. 국내선 단거리 노선에 투입할 가능성이 크지만, 거리가 멀지 않은 한국 노선도 투입 대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동방항공은 인천~칭다오, 부산~상하이 등 2시간 미만의 노선에 A320, A321 등 중소형 항공기를 주로 투입하고 있다.

우리 국적항공사 역시 장기적으로 C919 도입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 항공사 최초로 캐나다 봄바디어의 CS300 항공기 도입을 결정하면서 기종 다변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중국 노선 의존도가 전 세계 어느 항공사보다 높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진 직후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전세기 운항 불허 조치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전방위 압박을 가해 C919를 강매하면 도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C919 첫 비행에 앞서 우리 국적항공사도 주판알을 튕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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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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