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많은 일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순환하지만 학교의 학기 순환은 특히 그렇다. 신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급이 형성되고 교육청으로부터 허가받은 교육과정의 틀 속에서 정해진 시간에 울리는 타종과 함께 규칙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장장 12년 동안 학생들은 이 순환고리를 따라가야 한다. 더욱이 교사는 20대의 첫 부임부터 62세 정년퇴임까지 매해 변화를 꿈꾸지만 쳇바퀴 속에서 교육의 길을 따라간다.

그래서일까? 학생은 때때로 일탈을 꿈꾸고, 교사는 어떤 시점에서 권태기를 느끼고 힘들어한다. 배부른 소리라고 하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방학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교사에게 방학의 시작은 문제 학생과 직면해 있던 상황도, 학기 말 갈 곳 잃은 수업 목표도, 끝을 알 수 없던 업무량도 모두 일단 종료됨을 뜻한다. 학생에게 방학의 시작은 매일 아침 늦잠을 잘 수 있고, 종소리에 반응하지 않아도 되고 방에서 구르며 신나게 게임하고 하루 종일 TV 보며 놀 수 있음을 뜻한다.

방학식 날 학생과 교사의 표정은 모두 밝다. 요즈음은 교실에서 간단하게 방학식을 하는데, 담임교사의 방학식 종례는 꽤 길다. 특히 안전과 관련하여 ‘뭐, 뭐, 뭐 하지 말라!’가 끝없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을 위하여 ‘뭐, 뭐, 뭐 해봐라!’가 붙는다. 매번 맞으면서도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기쁨으로 방학을 맞는다.

학교에서는 방학 동안 방과 후 수업, 스포츠클럽, 학력향상 베이스캠프, 교육복지 사업, 상담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우 일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학특강 등 학원 수업을 받느라 여념이 없다. 그 귀한 방학 시간을 학원 수업으로 모두 써 버리는 학생도 있다.

방학 동안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를 통해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요즘은 학교의 형식적 교육 외에 학교 밖의 비형식적 교육이 꽤 다양하다. 학교가 그러하듯 가정에서도 방학을 잘 보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적절한 양의 독서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채널의 영상교육, 흥미로운 체험활동, 현장감 있는 유적지 방문…. 몇 가지 목표를 정하고 가족회의를 통해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과학관 견학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고, 고학년 학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 스스로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배낭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다.

다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방학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학교는 이에 대한 정보 제공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찌 보면 그 책임은 교육청 단위에 있다. 포털사이트 몇 군데만 두드리면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정보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적절한 정보인지 정확하지 않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방학을 위한 연구가 절실하다. 교육은 지식과 인성 두 방향이 균형을 이루며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모든 순간에 노력이 필요하다. 점점 학생 개별맞춤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방학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기간이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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