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민지는 지적장애 1급이다. 대소변을 혼자 못 가리고 소리를 지르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등 발달지연 장애가 있어 1년 입학 연기를 했다. 민지의 부모님 입장에선 ‘1년 후에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민지는 신변자립이나 학습적인 면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민지가 아홉 살이 되자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입학을 결심했다. 부모님의 선택은 일반초등학교. 민지가 비장애학생들 틈에서 좋은 행동과 모습을 보며 일반인과 같이 오롯이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었다.

많은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 시기에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된다. ‘특수학교에 가서 전문적인 특수교육을 받게 할까?’ 아니면 ‘또래 친구들과 크게 차이가 보이지 않는 지금이라도 비장애학생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시킬까?’ 하는 고민이다. 입학할 학교를 정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학습적인 부분이나 또래 관계에서 지나치게 뒤처져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 중인 학부모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대소변 관련 문제다. 입학 전에 가정에서 대소변 보는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장애아동이 언제 대소변을 보는지를 학교에 알려주면 실수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학교에서 그 시간이 되면 장애아동을 화장실로 유도하여 대소변 지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한 명의 자녀이지만 학교에서는 여러 명의 장애학생 중 한 명이기에 대소변 보는 시간은 신변자립의 지도에 좋은 정보가 된다.

둘째,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지나친 걱정은 하지 말자. 물론 장애아동은 친구들로부터 놀림받을 수도 있고, 문제행동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원망 섞인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 문제다. 그들도 친구와 다투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친한 친구가 만들어진다. 부모는 마음을 조금 대범하게 먹고 자녀를 믿으면 좋겠다.

이 한 가지 준비와 한 가지의 마음가짐이면 큰 어려움 없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입학 이후 학교 적응이 도저히 힘들면 그때 특수학교로 이동해도 늦지 않다. 장애 정도가 심해서, 혹은 어린 자녀에게 시련을 주기 싫어서 특수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장애학생의 교육 목표가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회에 통합되어 자립해 살아가는 것’인 만큼 한번 부딪혀 보자는 것이다.

어른들의 머리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순수한 아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롭다. 같은 반 비장애 친구가 울고 있으면 말 못 하는 장애학생이 조심스레 다가가서 눈물을 훔쳐주고, 걸음이 느린 장애 친구와 함께 속도를 맞추어 뛰어가는 비장애학생의 모습을 보면 부모의 괜한 걱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입학을 앞둔 장애학생의 학부모들은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숨겨진 잠재능력은 대단하다. 장애학생 또한 마찬가지다. 비장애학생들과의 학교생활을 통해 더 바르고, 또래친구들과 사이좋게 상호작용하면서 사회통합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우도록 조금 더 대범한 학부모가 되어 보자. 평생 부모 곁에 장애학생을 둘 수는 없다. 장애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하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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