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48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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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뇌과학에 기반한 학습코치 김미현 소장

“뇌가 좋아하는 공부법은 따로 있어요”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산만한 공부가 한 가지에 집중하는 공부보다 효과가 좋다?’
   
   ‘나이 들어도 뇌는 계속 좋아질 수 있다?’
   
   ‘공부 잘하는 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뇌가 좋아하는 공부가 따로 있다?’
   
   과연 그럴까? 김미현(53) 더 블라썸 심리학습클리닉 소장에 의하면 정답은 ‘그렇다’. 김 소장은 20년 넘게 ‘효과적인 공부법’을 연구해왔다. 이화여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인지심리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이화여대와 성균관대에서 창의적인 교과학습을 개발하는 연구교수로 근무한 그는 최근 ‘뇌과학에 기반한 공부법’에 대한 책을 냈다. 제목은 ‘14세까지 공부하는 뇌를 만들어라’. ‘가짜 공부’가 아닌 ‘진짜 공부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지난 10년간 공부방법으로 고민하는 수많은 학생들과 7000시간이 넘는 학습상담을 통해 얻은 결론은 이렇다. ‘좋은 공부방법과 습관은 타고난 지능을 능가하는 힘을 지녔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도 방법이 틀리면 망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 3월 6일 서울 태평로에서 만난 김 소장은 온화한 미소가 안면근육에 내려앉은 사람이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효과적인 공부법을 과학을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하면 너도 잘할 수 있어’라는 다정한 격려보다 뇌 사진 한 장에 담긴 ‘건조한 과학’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죠. 공부하면 뇌세포가 달라집니다. 뇌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차별하지 않아요.”
   
   공부하면 뇌가 어떻게 달라질까? 김미현 소장은 ‘뇌의 가소성’으로 설명했다. 몸에도 근육이 있듯, 뇌에도 공부 근육이 있는데 공부를 많이 하면 뇌의 근육이 발달해서 ‘공부를 잘하는 뇌’로 변한다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뇌’란 두 가지 차원이다. 정보 누수가 적은 뇌와 뇌세포의 연결망이 촘촘한 뇌. 김 소장은 이 두 가지에 대해 전문용어로 설명했다.
   
   “공부에 간여하는 뇌는 ‘미엘린’과 ‘시냅스’입니다. ‘미엘린’은 정보 통로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어려운 문제를 만나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면 미엘린 층이 두꺼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정보의 손실 없이 신속정확하게 축삭돌기의 끝에 전달될 수 있어요. ‘시냅스’는 뇌의 연결망입니다. 시냅스의 네트워크는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어요. 몸의 근육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뇌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죠. 공부를 많이 하면 뉴런에서 더 많은 수상돌기가 뻗어나와 무성한 수상돌기 숲을 이루게 됩니다.”
   
   그에게 앞서 제시한 세 가지 질문을 파고들었다. 먼저 첫째, ‘산만한 공부가 더 효과적’이라는 명제. “산만한 공부가 뇌에는 훨씬 좋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할 거예요. 여기에서 ‘산만한 공부’란 5분이나 10분에 한 번씩 의자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에만 집중해서 끝내고 다른 과목을 시작한다는 원칙을 버리라는 말이죠. 여러 과목을 동시에 펼쳐놓고 의문이 들 때마다 이 책 저 책을 펼쳐보면서 하는 산만한 공부가 더 좋습니다.”
   
   두 번째, ‘나이 들어도 뇌는 계속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명제.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공부는 뇌를 활성화시킵니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노인도 마찬가지죠. 한때 1000억개에서 1조개에 달하는 뉴런의 개수는 평생 소멸은 해도 생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죠. 그런데 최근 이를 뒤엎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연합학습이 해마에서 새로운 뉴런을 생성하도록 자극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공부를 많이 하면 새로운 뉴런이 생성될 수도 있고, 뉴런에서 뻗어나오는 시냅스의 연결망도 더 촘촘해집니다.”
   
   세 번째, ‘뇌가 좋아하는 공부가 따로 있다’는 명제. 이와 관련 김 소장은 “가짜 공부와 진짜 공부는 다르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가짜 공부’는 불안을 줄이기 위한 공부, 무리한 선행학습, 개념이해를 건너뛴 공부다. 가짜 공부는 뇌가 좋아하지 않는다. ‘사교육 무용론자’인 김 소장은 학원의 함정을 역설했다. “학원에 보내면 쉬운 문제를 많이 풉니다. 물론 학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장시간 고민하는 문제를 선호하지 않아요. 진도를 안 나가면 지지부진해 보이니까. 문제 풀(pool)을 넓게 준 후 풀이를 외우게 해요.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뇌는 자극을 안 받고 얕은 수준의 뇌만 노동하게 됩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일정 점수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아이들은 이런 경우예요. 아이들은 문제를 많이 풀어서 뇌가 외운 것을 공부라고 생각하죠. 그건 진짜 공부가 아닙니다.”
   
   그에게 “좋은 교재, 좋은 학원은 넘쳐나는데 공부의 질은 떨어졌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그는 주저없이 “그렇다”고 했다. “공부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떨어졌어요. 뇌를 자극하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뇌를 자극하는 공부를 하려면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안 풀리면 쉬었다가 다시 하게 하는 식으로요. 학원 공부는 타이트하고 계속 과제가 나가므로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중1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로, 3주간 매일 만나서 아침 9시부터 네 시간 동안 ‘나홀로 수학 공부’를 하는 실험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다. 친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질문 금지, 오로지 문제와 나 단둘이 대면하는 시간이 되어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처음에는 온몸을 비틀고 괴성을 질러대는 아이도 있었고, 포기하고 집에 가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졌다. 두 번째 주부터 분위기가 차분해지더니 셋째 주에는 제법 어려운 문제를 혼자서 푸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몇 시간 동안 씨름 끝에 문제를 푼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정서 뇌가 성적을 좌우
   
   또 하나, 그는 요즘 아이들이 뇌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없게끔 하는 방해요인을 들었다. 바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다. “정서 뇌가 성적을 좌우한다”는 것. 이 또한 과학적으로 설명된다. “기분이 좋을 때에는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되지만 우울할 때에는 정서 뇌를 다독이는 데 에너지를 쏟느라 신경전달물질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해력과 기억력 등 학습기능이 떨어지죠.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들러붙어서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려요.” 공부는 해야 하는데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김 소장은 “그럴 때에는 공부를 멈추고 불안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공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학습은 뇌의 작용이다. 공부하다가 새로운 개념을 만나면 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뇌세포(뉴런)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학습의 시작이며, 학습의 기본은 개념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하면 뉴런들의 연결이 많아지고 단단해진다는 것이 학습의 원리라고 한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조언을 남겼다. “다들 사교육 안 좋다는 거 압니다. 부모의 역할은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에요. 동기와 정서 쪽의 역할이 더 중요해요. 공부는 아이들이 머리로 하는 겁니다. 이건 과학이에요. 학원 끊고 여유를 가지고 건강하게 공부 시켰으면 좋겠어요. 학원비 아껴서 아이들한테 예쁜 옷, 맛있는 음식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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