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53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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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우리쌀로 쌀국수 만든 배동국씨

버린 쌀만 10t… 특허 기계 만들어 온 국민 100% 쌀국수 먹는 날까지!

박원수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  

▲ 우리 쌀국수 기계 개발자인 배동국씨가 제조한 쌀국수를 선보이고 있다. photo 배동국
한국인의 주식은 뭐니뭐니 해도 밥이다.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세계화되면서 입맛까지 바뀌어 가고 있다. 밥에서 ‘빵’으로, 국수 대신 ‘스파게티’ ‘라멘’ ‘베트남 쌀국수’가 점점 우리의 주식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밀가루로 만들었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이런 음식들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쌀이 남아도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국민들의 하루 평균 쌀소비량은 172.4g. 1년 전인 2014년보다 3.3% 줄어든 수치다. 밥 한 공기로 따지면 두 그릇도 채 되지 않는 양.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재고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쌀 재고량은 쌀값 폭락으로 이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연간 최대 5530억원이나 되는 돈이 남아도는 쌀을 관리하는 비용에 쓰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우리쌀의 소비를 늘릴 방안이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쌀로 쌀국수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한 집념의 인물이 있다.
   
   배동국(62) 지에스텍 사장이다. 그는 2015년 말 ‘우리 쌀국수 기계’를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핵심 비결은 국산 쌀가루를 물과 혼합해 면을 만드는 것. 또 하나는 쌀국수 고유의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이다.
   
   배동국 사장은 “여러 식품회사에서 우리쌀을 이용한 쌀국수를 개발했으나 떡 맛이 강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말했다.
   
   지에스텍의 ‘우리 쌀국수 기계’는 배 사장이 6년 가까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발한 것이다.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배 사장은 전자제품 생산회사에서 공장자동화 제품을 개발해온 엔지니어다. 2010년 공장을 상대로 자동화 제품의 개발과 영업, 컨설팅을 하는 지에스텍을 설립했다.
   
   이런 와중에 배 사장은 우연히 ‘왜 우리나라에는 쌀이 많이 남아돌까’ 하고 의문을 품었다.
   
   ‘쌀소비를 늘릴 방법이 없을까?’
   
   
   쌀가루와 물의 배합 비율이 열쇠
   
   그러다 20여년 전 베트남에서 처음 접한 베트남 쌀국수를 떠올렸다. 배 사장은 “베트남 쌀국수는 저에게 완전히 새로운 맛의 세계였다”며 “베트남 쌀국수와 같은 식감을 가진 국수를 만드는 기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기계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이를 위해 국내에서 생산된 쌀국수 기계와 쌀국수 제품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조한 쌀국수는 현지의 맛과 달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쌀국수를 즉석에서 바로 뽑았으나 국내에서는 건면(乾麵) 형태로 삶은 뒤 건져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배 사장은 2010년부터 우리쌀로 만드는 쌀국수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다른 업체들처럼 일반 국수를 만드는 기계를 사용했다. 그러나 면이 끊어지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가 그 기계를 직접 개발하자.”
   
   하지만 쌀국수의 식감을 제대로 내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 우리쌀로 쌀국수를 만들었더니 베트남 쌀국수와 같은 맛이 안 났어요. 그래서 이유를 알아보니까 쌀의 찰기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는 우리가 흔히 안남미로 부르는 남방지역의 인디카종을 이용해 만듭니다.”
   
   이는 쌀의 종류에 따른 특성 때문이다. 인디카종은 모양이 길쭉한 장립종(長粒種)이고 찰기가 적은 반면 우리쌀은 그보다 쌀 모양이 다소 짧은 자포니카종, 즉 중립종(中粒種)이고 찰기가 많은 품종이다.
   
   또 베트남 쌀국수는 풀을 쑤는 것처럼 가루를 쑤어서 달군 철판 위에 얇게 펼쳐 익힌 뒤 잘라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자포니카종인 우리쌀을 그런 방식으로 하면 철판에 달라 붙어서 일반적인 베트남 쌀국수 제조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국내 쌀국수 생산업체는 그래서 가래떡을 만들 때처럼 쌀가루 반죽을 압축해서 사출해내는 방식으로 쌀국수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떡 맛이 강하고 국`수 맛이 안 나기 때문에 쌀에 밀가루를 섞어서 사용한다. 배 사장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쌀국수는 쌀에 밀가루를 섞은 것이어서 100% 쌀국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쌀의 품종이 다르니 제조방법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 사장은 이번에는 쌀가루를 반죽해서 열과 압력을 가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직접 쌀국수를 제조했다. 이 과정에서 기계에 맞는 열과 압력의 크기를 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큰 과제였다.
   
   “쌀가루와 물의 배합 비율을 알아내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또 그냥 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열처리와 분쇄가공한 쌀가루가 관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버린 쌀가루만 10t 이상이었다. 기계를 뜯어고치고 부품을 새로 만들고 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개발에 소요된 비용은 적어도 3억원을 넘었다. 그가 설립한 지에스텍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대부분 여기에 투입됐다.
   
   2015년 12월에는 특허청에서 관련 특허를 획득했다. ‘이중창을 가진 쌀국수 제조장치’. 면을 사출할 때 국수 모양을 내는 창(몰딩)을 몇 ㎝의 간격을 두고 두 개를 설치한 것이다. 한 번 사출한 면을 열과 압력으로 또 한 번 다져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 맛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
   
   배 사장은 쌀국수 기계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계뿐 아니라 제작한 쌀국수의 배급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식회사 수푸드도 설립했다. 수푸드는 현재 쌀국수를 제조해 일부 식당에 납품하고 있다.
   
   쌀국수 기계는 2015년 말 개발이 완료됐다. 하지만 쌀국수의 홍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기계 보급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경북 고령군을 비롯 칠곡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연 결과 호평을 받았다. 특히 10여곳의 경로당에서는 노인들이 “이 제품은 밀가루 국수와 식감은 똑같은데 먹고 나면 더부룩한 밀가루 국수와 달리 속도 편하다”는 평까지 들었다.
   
   밀가루에는 쌀가루와는 다른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포함돼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글루텐 불내증’이 있다.
   
   그래서 배 사장은 “우리 쌀국수 기계가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편하게 먹고 식감까지 좋은 쌀국수를 제공하는 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그의 꿈은 ‘쌀국수 기계와 여기에서 제조한 쌀국수를 널리 보급해 남아도는 쌀 소비에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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