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53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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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지리산 종주가 가져다준 선물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bonghack@chol.com 

담임을 맡으면 ‘어떤 일을 함께하면 성장기 중학생들의 삶에 의미와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다 지리산 종주를 생각해냈다. 지리산 종주는 매우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종주 코스가 있어 해내기만 하면 의미도 있고 상징성도 크다. 학생들 스스로도 해냈다는 큰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리산 종주를 계획한 후 사전준비를 꼼꼼히 했다. 나는 전문 산악인도 아니거니와 중학생들과의 종주는 예측불허의 시나리오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료를 구해 읽어도 보고 등산광인 지인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일반적으로 지리산 종주라고 하면 노고단부터 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천왕봉까지의 코스를 말한다.
   
   천왕봉까지 28.1㎞ 남짓이고 천왕봉에서 백무동 하산 거리까지 더하면 약 35㎞ 정도다. 우리는 밝은 낮에 천왕봉에 올라 멀리 보며 꿈을 키우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천왕봉에 올라가서 일출을 보며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길 다짐하고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이 코스는 만만치 않다. 평지라면 100㎞ 거리를 걷는 듯한 난이도를 지녔다. 거리도 거리지만 무거운 짐을 지고 산길을 오르기는 매우 힘들다. 오죽하면 지리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세상에는 지리산 종주를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으로 나뉘고 1%의 사람만 종주했다”고 했을까?
   
   3월 초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때 지리산 종주에 도전할 사람은 부모님과 의논하여 답변을 달라”고 했고, 10여명의 학생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리산을 종주하려면 마음이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감당해낼 체력이 있어야 한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방과후에 학생들과 운동장에 모여 달리기를 하였다. 처음에는 3~4바퀴에서 시작해 점점 거리를 늘려갔다. 줄넘기도 하고 전통무예, 수벽체조도 했다. 주말을 이용해 가벼운 산행도 했다. 부모님과 학생들도 나름 준비를 해온다. 사정이 있어서 지리산 종주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도 아쉬움을 달래며 체력 기르기에 함께 참여한다.
   
   등산의 효과는 등산 전후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부수적인 효과도 크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산을 함께 오르겠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것만으로도 결속력이 생긴다. 목표가 같으니 친구 간에 다툼이 줄어들고 밝은 얼굴로 서로를 대했다. 체력이 좋아지니 질병으로 인한 지각이나 결석이 없어지고 수업시간 집중도와 참여도도 높아졌다. 학교 체육대회와 반별 축구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집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가족 간에 대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부모님들은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대화하기 힘들었는데, 지리산에 가기로 결정한 이후 대화가 자연스럽다. 산, 체력, 군대에서의 행군 등 이야깃거리가 늘어났다”며 좋아하셨다. 자기 자랑을 할 수 있는 부수 효과도 있다는 아버지도 있었다. 가족 간에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가족 공동의 목표와 관심사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이 있는 가정은 청소년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자녀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화제로 삼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호응하며 격려해주는 것은 어떨까.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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