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더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데 7년밖에 남지 않아 아쉽다. 학교 생활에서 교사의 역할은 막대하다. 어찌 보면 부모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화하고 함께 보내면서 학생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지난 경력과 추억을 돌이켜보며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첫째, 교사는 잘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일부의 교육학자들은 교사에게는 깊이 있는 지식보다 폭넓은 지식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의한다.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은 인터넷 전문 사이트가 더 많이 알고 있다. 교사의 진짜 역할은 안내자라고 생각한다. 안내자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지식을 두루 갖춘 교사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교사가 안내한 기회의 장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면 된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직접 하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어려움이 크다. 다만 학생 스스로 접근해 가도록 도와준다면 가능하다. 학생들의 잠재력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잠재력은 적절한 환경이 주어질 때 발현될 수 있다. 그 환경을 연구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교사들의 중요한 책무이다.

둘째, 교사는 자신의 자식을 대할 때의 마음으로 학생을 돌봐야 한다. 이는 정성 들여 가꾼 논에서 알곡이 단단하게 성장하여 풍성한 결실을 맺는 것과 같다. 벼 이삭이 비바람과 폭풍 속에서도 버텨내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여 아이들을 보살피고 곁에 있어주어야 한다.

셋째, 교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그들의 편이 되어주고, 미래를 향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최대한 긍정적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 가끔 개념 없이 행동하고 막 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고 도저히 감당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교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또 하나,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나를 포함해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은 교사들은 그동안의 교직관을 버리기가 매우 어렵다. 고집스러운 교직관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때론 흔들림 없는 생각이 학교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다만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사들에게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혹자는 시간이 있다고 좋은 교사가 되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교사는 좋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준비할 시간, 폭넓은 지식과 역량을 갖추어 나갈 시간, 어려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학생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간, 학생들과 함께 그들의 꿈을 찾는 시간, 소통하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정업무에서 벗어나서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에게 주어지는 행정업무가 점점 과중되어 쉽지 않아 보인다. 행정에 쏟는 시간을 온전하게 아이들을 위해 쓰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막연히 꿈꿔 본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