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58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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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

P2P업계의 20대 사장 “아마존처럼 금융 혁신 이루겠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16층의 한 사무실. 작은 커피숍처럼 보이는 공간에 청년 예닐곱이 모여 앉아 있다. 3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들이다. 동호회 모임인 듯싶지만 곧 출시할 금융 상품의 판매 전략을 논의하는 중이다. 지난 5월 16일 방문한 ‘어니스트펀드’의 풍경이다. 어니스트펀드는 P2P금융사다.
   
   P2P금융은 온라인 공간에서 채무자와 채권자를 연결하는 금융 형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서 나홀로 급성장 중인 업종이다. 개인 신용대출로 시작해 부동산, 채권 투자, 사업자금 투자에까지 대출 분야가 확장 중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계정을 만드는 절차가 쉽고 5만원, 10만원 등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5년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올해 통계를 보면 4월 말까지 업계 총대출액 5008억원을 기록했다. 올 한 해 예상 누적대출액은 약 1조5500억원. 2015년 총대출액 393억원에 비교하면 3년간 40배 성장했다.
   
   가파른 성장에는 신생업종에 도전한 청년 창업자들의 역할이 컸다. 서상훈(28) 어니스트펀드 대표가 전형적인 예다. 서 대표의 창업 도전기는 제법 길다. 사진 관리, 여행, 미술 거래 등 사업에 네 번 도전한 후 다섯 번째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놨다. 2015년 설립한 어니스트펀드다. 총 직원은 29명, 대부분이 20대다. 서 대표는 중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영어 시간에 문구 하나를 들었는데 멋있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짐 콜린스)의 한 대목이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창업을 위해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후회했다. 공부해 보니 사회에 도움이 되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 중엔 엔지니어 출신이 많더라. 동기들 중엔 로스쿨이나 행시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인턴이나 강연 참석 같은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창업 의지를 다졌다.”
   
   어니스트펀드의 가능성은 ‘큰손’들이 가장 먼저 알아봤다. 설립 2년도 안 돼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신한은행, 한화인베스트먼트가 92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총 누적 투자액은 약 218억원이다. 돈을 빌려가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 대출자들. 대환 대출, 생활비 등 다양한 용도다. 1인당 평균 1500만원을 빌려갔다.
   
   창업 초기엔 애로사항이 있었다. 두 가지 벽에 부딪혔다. ‘대부업’에 대한 편견, 나이에 대한 편견이었다. P2P금융은 대부업으로 분류된다. “서울대 나와서 돈놀이 하냐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상처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아마존(Amazon)처럼 금융의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나이에 뭘 알겠냐는 시선도 있었다. 금융사와 미팅을 하면 보통 이런 질문부터 나왔다. ‘군대는 갔다 왔냐’ ‘어느 금융사에서 일해봤냐’. 첫 1년은 양복을 입고 다녔다. 나이 들어 보이려 일부러 안경도 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경영대학원에서 강연 요청도 받는다.”
   
   20대의 CEO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까.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다. 부동산 사놓으면 무조건 가격이 오르거나, 묻지마 주식 투자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개개인의 투자 행태를 살펴보면 초저금리의 예금에 넣어두거나 반대로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적은 돈을 가진 투자자도 안정적인 금융 포트폴리오로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구체적인 전략을 물었다. 서 대표는 ‘대체투자’ 이야기를 꺼냈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전통적 투자 대상이 아니라 원자재, 부동산, 사모펀드,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하는 걸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5년간 가장 핫한 키워드였다. 그런데 소액투자자들에겐 문턱이 높다. 투자자들이 모이면 가능하다. 기존 금융기관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투자 형태를 형성하는 시장형성자가 우리의 목표다.”
   
   
   “윤리의식이 가장 중요”
   
   화제가 투자 행태에서 갑자기 도덕성으로 바뀌었다. 서 대표는 “3년쯤 되니 왜 금융사의 윤리의식이 중요한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금융사는 철저히 무형재를 사고판다. 고객은 우리가 말하는 대로 믿고 갈 수밖에 없다. 만기가 올 때까진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고객은 알 수가 없다. 금융사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나쁜 짓을 할 수 있다. 안전하게 보이려 대출 목적을 바꿔서 얘기하든가, 담보설정이 마치 확정된 듯이 얘기하는 식이다. 투자 리스크(risk)가 큰 상품을 아닌 듯이 포장해서 내놓는 곳도 있다. 장기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부동산 투자 상품을 출시하면서 회사 내부에서조차 ‘너무 기준을 엄격하게 잡은 것 아닌가’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위험 평가 기준을 높이 잡았다고 강조한 그는 “P2P업체 중 가장 보수적인 회사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P2P금융이 성장하며 P2P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23개 업체가 신규 진입했다. 4월 말 기준 현재 148개 업체가 영업 중이다. 이들 업체 중 어니스트펀드의 두드러진 특징은 ‘포트폴리오’ 투자상품을 내놓는다는 점과 출시 주기가 비교적 길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번 새 상품을 출시한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인 형태의 상품이다. 어니스트펀드의 경우 100~120개의 채권을 섞은 상품을 내놓는다.
   
   서 대표에게는 금융인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멘토들이 있다. 주로 대형 자산운용사의 임원들이다. “자산운용사 대표 한 분이 저와 내부통제 담당자를 앉혀놓고 몇 가지 얘길 해주셨다. ‘금융사 대표는 개인 돈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재미없게 살아야 한다. 회사가 잘나간다고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면 분명히 회사에 영향이 간다. 고객이 맡긴 돈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내 돈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해라. 그러면 함부로 못 굴린다. 결국 윤리의식이다. 절대 급히 가지 마라.’”
   
   5월 들어 P2P업체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3개월 유예를 거쳐 5월 29일 본격 시행된다. 개인투자 한도를 일반인 기준 업체당 1000만원으로 묶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면 A업체에 1000만원을 투자하면 그 업체에는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자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거나 1억원 이상의 사업근로소득을 올리는 소득적격 개인투자자는 연간 4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P2P업계는 자칫하면 새로 형성되고 있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P2P시장이 과열돼 자칫 부실 사고가 터질 수 있으니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 대표에게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묻자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자아를 경험해 보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깊어지더라. 이게 인문학적 상상으로 이어진다. 돌아보니 혼자 떠난 배낭여행이나 군대 생활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는 “성공하는 이유는 몇 가지인데 망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라며 “사업은 정글”이라고 했다. “청년 창업자는 마음속에서 ‘청년’이란 글자를 지워야 한다. 사업을 시작하면 나이는 아무 상관없다. ‘돈 버는 법을 잘 몰랐으니 봐주세요’, 이런 변명은 불가능하다. 돈이 없으면 구할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사업엔 연습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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