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맑게 보인다. ⓒphoto 뉴시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 수준을 보인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맑게 보인다. ⓒphoto 뉴시스

겨우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던 미세먼지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푸른 하늘과 깨끗한 바람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물론 미세먼지 해결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새 정부의 강한 의지가 벌써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후 석탄화력의 가동 중단에 의한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경유 자동차의 운행이 중단된 것도 아니고, 중국의 공장이나 자동차가 모두 멈춰버린 것도 아니다.

미세먼지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계절 변화로 대기의 움직임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일 뿐이고, 사라졌던 미세먼지는 언제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게을리할 수 없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고, 상당한 수준의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엉뚱한 해결책에 소중한 비용과 노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대한 관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날림먼지와 제조업 연소가 주범

요즘 과거처럼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경유차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부가 1995년부터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서 경유차 중심의 ‘대기질 개선사업’을 추진한 덕분이다. 버스·트럭에는 의무적으로 매연저감필터(DPF)를 장착시키고, 노후 경유차는 과감하게 퇴출시켰다. 대기질 악화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SOx)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휘발유·경유의 황 함유율도 10ppm으로 강화했다. 경유차의 배출가스 규제도 유럽 수준으로 강화했고, 환경개선분담금도 부과했다. 월드컵을 앞둔 2000년에는 매연의 주범이었던 서울의 시내버스를 CNG(압축천연가스)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정책도 시행했다.

환경부는 지금도 경유차 규제를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유차만 퇴출시키면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데 환경부가 2016년 4월에 내놓았던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자료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2012년에 발생한 미세먼지(PM10) 120만t의 65%가 ‘제조업 연소’에서 배출되는 것이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것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선박·건설장비·농기계·철도 등 비(非)도로 이동원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13%나 된다.

특히 경유 승용차에서 배출되는 양은 전체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78%는 화물차·버스·승합차·특수차의 몫이다. 그나마도 겨울철 작물 경작을 하지 않는 농지, 건설 현장, 석탄화력·제철소·부두의 석탄과 석탄재 야적장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115만t의 ‘날림(飛散)먼지’를 제외한 통계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82%를 차지하는 날림먼지와 제조업 연소를 잡지 못하면 미세먼지 해결 노력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경유차에 대한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해 6월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은 경유차에 대한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자동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photo 연합

한계에 도달한 경유차 규제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를 미세먼지로 한정해서 집중적인 관리를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였다. 미세먼지 기준치를 설정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측정 장치도 설치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관리를 시작한 이후에도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 1년 중 시정거리가 5㎞ 이하인 날이 1995년의 74일에서 2000년에는 101일로 크게 늘어나버렸다. 다행히 2000년 이후에는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는 했었지만, 경유 자동차 중심의 미세먼지 대책이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경유차 중심의 미세먼지 대책은 한계를 드러냈고, 2013년부터 미세먼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말았다.

환경부의 대기질 개선 사업에 대한 2013년 기재부의 심층 분석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재부는 경유 자동차 중심의 대기질 개선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입장에서 대폭적 수정을 요구했었다. 경유 자동차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경유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건설기계 등의 비도로 오염원 관리, 가정과 사업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관리, 진공·살수식 도로 청소차 보급 확대와 함께 CNG 버스에 대한 보조금 축소·폐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결론이었다.

연료 선택권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2005년부터 허용된 경유 승용차 경우에도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경유 승용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경유차 930만대 중 54%인 503만대가 경유 승용차다. 소비자가 경유 승용차를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비와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경유 승용차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연비가 좋은 경유 승용차가 전 지구적 규모의 기후변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유차의 기술적 발전도 주목해야 한다. 2014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유로-6에 따르면, 모든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기준은 ㎞당 0.005g이다. 2010년부터 적용된 유로-5부터 경유를 사용하는 승용차와 3.5t 미만의 경량화물차에는 휘발유 자동차와 같은 수준의 미세먼지 배출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대형 버스와 트럭에 대한 규제도 역시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경유차에서 유독 시커먼 매연을 떠올릴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유로-5 이전의 기준에 따라 생산된 노후 경유차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경유차의 배기가스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이외에도 광화학 반응을 통해 대기질 악화에 기여하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도 상당한 양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경유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휘발유나 LPG·C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도 역시 인체에 치명적 독성을 나타낸다. 다만 인체 발암성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다. 경유차만 대기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체에 피해를 준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대기 중에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이 뭉쳐져서 초미세먼지가 된다는 주장도 화학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엉터리 주장이다.

유류세 인상도 LPG도 대안 아니다

미세먼지를 내뿜는 경유차의 운행을 줄이기 위해 경유에 부과하는 유류세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유의 소비자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싼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유가 환경적으로 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히 버스·트럭·건설장비·농기계·선박 등의 연료로 사용되는 경유의 시장 수요가 휘발유보다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정유사의 공장도가격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비싼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소비자가격이 뒤바뀐 것은 정부가 휘발유에 더 많이 부과하는 ‘유류세’ 때문이다. ‘산업용 연료’로 인식한 경유를 정책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해왔던 과거의 반(反)시장적인 관행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시장 가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관행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연료의 가격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경유의 유류세를 휘발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과도한 유류세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류세 탈세를 목표로 하는 ‘가짜 기름’의 문제는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가짜 기름 때문에 형성된 ‘지하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가짜 기름의 유통량이 전체의 15%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었다. 주유소를 7번 찾아가면 1번은 가짜 기름을 넣게 된다는 뜻이다. 경유 유류세를 인상하면 가짜 경유의 유통이 급증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하다.

가짜 기름이 환경과 인체에 피해를 주고, 자동차의 성능에도 문제가 된다는 점잖은 고담준론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 탓에 폐업 위기에 내몰린 주유소 업자나 수송용 트럭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기름값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유류세를 피하기 위해 가짜 기름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아무 잘못도 없이 가짜 기름을 공급받게 되는 소비자의 피해도 그냥 둘 수 없는 문제다. 경유 유류세의 인상은 정부에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경유 유류세를 인상하면 정부가 화물차에 지급해야 하는 ‘유류세 환급금’도 늘어나고, 농어민에게 제공하는 면세유에 대한 재정 손실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유류세 환급금이나 면세유와 관련된 비리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경유 유류세의 인상은 정부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이제라도 유류세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하고,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경유의 유류세를 인상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휘발유의 유류세를 경유와 같은 수준으로 인하해서 유류세에 의한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가격 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LPG가 경유의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질 좋은 국산 경유의 소비를 포기하고, 소비량의 70%를 수입으로 충당하는 LPG를 써야 한다는 주장은 반(反)경제적이다. 정유사와 유전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LPG는 소중한 화학산업의 원료이기도 하다. 그런 LPG를 일회성 연료로 태워버리는 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절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LPG를 소비하는 미국은 소비량의 99%를 산업용 원료로 쓴다. 반면 우리는 LPG의 47.7%를 자동차 연료로 태워버린다. 연비가 낮은 LPG를 마구 태워버림으로써 우리는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배출하고 있다. 이런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소비행태를 불러온 정책이 결국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왔다는 점은 새삼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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