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66호] 2017.07.17

한국 쌀밥이 일본보다 맛없는 이유 있다

30대 직장인 이희진씨는 얼마 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여행 소감을 나누면서 나온 얘기는 “일본에서 먹은 흰쌀밥이 무척 맛있었다”는 것이다. “저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일본에 한번 다녀온 친구라면 누구나 그렇게 느꼈다고 하더군요.”
   
   일본 쌀밥이 한국 쌀밥보다 맛있다는 얘기가 근거가 있는 것일까. 맛칼럼니스트를 비롯해 농업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모두가 “일본 쌀밥이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그 이유로 일본 쌀의 품종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도 잘 알려진 ‘고시히카리’ 품종 같은 경우는 확실히 맛있는 밥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일본 식당이 비싼 고시히카리 쌀만으로 밥을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쌀 품종 중에서도 ‘삼광’ ‘운광’ ‘고품’같이 밥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품종이 많다.
   
   밥 짓는 기술은 밥맛에 차이를 주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좋은 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쌀을 살 때 습관적으로 사는 경향이 있습니다. 늘 사던 쌀을 사고, 비슷한 가격대의 쌀을 산다는 얘기입니다. 그 이유는 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들에게 쌀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제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에는 판매하는 쌀 포장지에 언제 어디서 생산된 쌀인지는 물론 어떻게 만들어진 쌀인지도 상세하게 적혀 있다. 우리 쌀의 포장지를 보자. 가장 크게 적힌 것은 쌀 브랜드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 브랜드는 약 1500개가 있다.
   
   “소비자는 대개 쌀 브랜드와 가격만 보고 쌀을 고르지 어디에서 생산해 어떤 품종으로 재배된 것인지를 꼼꼼히 살펴보지 못합니다. 그것은 브랜드와 쌀 품질과 크게 연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쌀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역마다 있는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쌀을 혼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농가는 계약재배로, 지난해 1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양곡표시 이행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단일품종으로 표시된 쌀은 전체의 4분의 1(26%)에 그쳤다. 나머지 74%는 2~3개 품종의 쌀을 섞어 만든 혼합미(米)였다.
   
   혼합미가 많은 이유는 단일품종으로 재배된 쌀을 유통하고 판매하기 어려운 현재의 유통구조 때문이다. 대부분 농가들은 지역에 설치된 미곡종합처리장에 쌀을 넘겨 이곳에서 관리하며 유통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단일품종의 쌀만 따로 골라 판매하기가 어려우니 여러 농가의 쌀을 섞어 혼합미로 판매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체 쌀의 질도 균일하지 않고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혼합미라고 해서 무조건 질 낮은 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는 와인 소믈리에처럼 쌀의 품질을 판별하는 ‘쌀 마이스터’라는 직업이 있다. 최상급 쌀 마이스터들은 여러 품종의 쌀을 적절하게 섞어 최상의 밥맛을 내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혼합미는 적절한 밥맛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월한 유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쌀 재배 방식의 문제도 한몫한다. 현재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3저3고 운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쌀로 만든 밥맛이 떨어지는 이유를 대략 살펴볼 수 있다. ‘3저3고 운동’에서 3저(低)는 재배면적, 생산비, 질소비료 사용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 중 질소비료는 맛있는 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쌀의 단백질 함량이 적을수록 밥이 맛있어집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쌀로 밥을 지으면 금방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질소입니다. 질소비료를 많이 쓴 쌀은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밥맛이 떨어지게 됩니다. 대개 맛있다고 하는 쌀의 단백질 함량은 6.5% 이하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전체 품종을 통틀어 적정한 질소비료의 양은 10아르(약 4만㎡)당 7㎏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대개 10아르당 9㎏의 질소비료를 쓴다. 그 이유는 질소비료를 많이 쓰면 쓸수록 생산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좋은 쌀을 생산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겠지만 좋은 쌀을 생산했을 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질소비료를 무작정 많이 쓰는 관습도 고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3저3고 운동’의 3고(高)에는 완전미 비율을 늘리자는 것이 있다. 완전미(米)란 모양이 깨지지 않아 온전히 쌀알 모양을 갖춘 쌀을 말한다. 일본의 예를 들자면 한 포장지 안에서 발견되는 완전미는 대개 90%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쌀 포장 중에는 완전미 비율이 떨어진다. 대개는 7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완전미 비율이 떨어지면 자연히 쌀이 쉽게 상하고, 밥을 짓고 나서도 쌀에서 녹말 성분이 나와 쌀이 끈적해지게 된다.
   
   

   당장 쌀통을 비워야 하는 이유
   
   완전미 비율은 쌀 포장지의 쌀 등급에 반영이 된다. 특등급에 가까울수록 완전미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쌀 등급을 검사하지 않고도 쌀을 유통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쌀 포장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미검사’라고 돼 있는 쌀이 더러 있는데 이런 쌀이 완전미 비율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이런 ‘미검사’ 쌀을 유통시키지 못하도록 양곡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정리하면 우리나라 쌀 품종 자체는 우수한 편이지만 고유의 쌀 품질을 느낄 수 없도록 하는 유통·관리 과정의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개선하려면 양곡의 유통 과정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박상현 맛칼럼니스트는 “소비자들이 먼저 요구하기 시작하는 것도 밥맛을 바꾸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진짜 맛있는 밥을 별로 먹어본 적이 없기도 합니다. 이전까지는 잡곡밥을 주로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것과 동시에 쌀 생산량만 급속도로 늘어났을 뿐 ‘맛있는 밥’에 대한 경험은 부족했습니다.”
   
   맛있는 밥맛을 느끼고 싶다면 우선 쌀통부터 비워야 한다. 그리고 밥을 맛있게 하는 좋은 쌀로 쌀통을 채워야 한다. 새 쌀을 고를 때 고민해야 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혼합미보다는 단일품종의 쌀이 좋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 같은 기관에서는 해마다 품질 좋은 쌀을 선정하곤 한다. 좋은 품질의 쌀이 좋은 밥맛을 낸다.
   
   완전미 비율이 높아 좋은 등급을 받은 동시에 단백질 함량이 낮은 쌀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도정일자도 신경 써야 한다. 쌀 역시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신선식품에 속한다. 원래 쌀은 저온상태로 직사광선을 피해 보관해야 하며 겨울에도 4주 이상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1~2인 가구가 늘어난 요즘 굳이 10㎏, 20㎏ 이상의 대용량 쌀을 살 필요가 없는 이유다. 그보다는 최근에 도정한 소용량 쌀을 구입해 제때 소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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