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66호]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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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전문병원을 찾아] 국내 첫 뇌혈관 전문 명지성모병원

도착부터 처치까지 1시간 골든타임을 사수한다!

▲ 명지성모병원의 재활치료실. 뇌혈관질환에 무엇보다 중요한 초기 재활치료를 담당한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구로구 대림동 명지성모병원 앞에 서면 병원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고 느낄 수 있다. 1984년에 설립된 명지성모병원은 우리나라 첫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다.
   
   그런데 막상 병원 정문에서 보이는 병원은 다소 협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명지성모병원이 처음 터를 닦은 그 자리에서 33년간 움직이지 않고 조금씩 규모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골목길을 돌아가보면 병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300병상 가까운 병실과 26명 의사들의 진료실이 ‘ㄱ’ 자 형태로 골목 끝까지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망원인 중 암, 심장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꼽히는 것이 뇌졸중이나 뇌경색 같은 뇌혈관질환이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나이가 들수록 수가 많아진다.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자. 50대만 하더라도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수는 극히 적다. 그런데 60대에서는 전체 사망자의 7%가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고 80대에 이르면 전체 사망자 수의 10%가 뇌혈관질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받은 뇌졸중 환자 수만 57만3000여명에 달한다.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관련 질환 환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뇌혈관질환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뇌졸중을 앓았던 조영임(78)씨의 경우도 그렇다. 조씨는 평소에 동 주민센터 같은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뇌혈관질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교육을 자주 받아왔던 터였다. 그래서 조씨는 동네 주민들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고 말이 어눌해지자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한창 폭설이 쏟아지던 날이라 병원 응급실에는 교통사고 환자며 낙상 환자가 무척 많았어요. 의사와 간호사들은 최대한 빨리 해준다고 말했지만 결국 검사하고 진료하는 데 5시간 넘게 걸렸어요. 그 사이 어머니는 본격적으로 뇌졸중이 진행됐고 증상이 나타나자 의사들의 손이 바빠졌죠.”
   
   조씨를 간병하는 아들 조경수씨의 설명이다. 결국 조영임씨는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몸 왼쪽 일부가 마비되고 언어장애를 보이게 됐다.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더 빨리 진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 명지성모병원 정문

   24시간 전문의 대기
   
   명지성모병원의 허준 의무원장은 조씨의 경우와 관련해 뇌혈관질환의 ‘골든타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뇌혈관질환이 발생하면 3시간 내에는 전문의의 응급처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에서는 현실적으로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워낙 응급환자가 많기 때문이죠.”
   
   이른바 ‘빅5’ 대학병원에만 연간 150만명의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서 종합병원 응급실은 질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응급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당연히 검사와 진단, 치료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명지성모병원의 경우 전문의가 24시간 대기 중이기 때문에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1시간 내로 검사와 진단, 응급처치가 이뤄집니다. 애초에 그 목적을 위해 생긴 병원이고 33년 동안 유기적인 검사·치료 시스템을 조직하려 노력한 곳이니까요.”
   
   1984년 허준 원장의 부친 허춘웅 회장이 병원을 세웠을 때만 하더라도 국내 의료계에서는 어느 질환이든 ‘전문병원’을 세운다는 인식이 희박했다. 뇌혈관질환처럼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워 ‘큰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질환으로 전문병원을 차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이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을 차린 데에는 전문병원이 이 질환을 잘 치료하는 데 적합한 형태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허준 원장의 설명이다.
   
   “그 당시 대학병원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진료 한번 받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뇌졸중 환자에게는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지요. 허춘웅 회장은 최소한 뇌졸중 환자들만큼은 신속하게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뇌혈관질환은 여러 과(科)의 협진(協診)이 필요한 질환이다. 질환 자체의 진단과 치료는 신경외과에서 할 수 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환 치료, 재활치료에는 여러 전문의가 동원돼야 한다. 1984년에 개원할 때 이미 신경외과를 포함해 외과, 내과, 정형외과 등 8개과를 개설한 명지성모병원은 이후에 심장내과나 가정의학과까지 증설하며 규모를 넓혀 갔다.
   
   “대림동에 병원을 지었던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이 지역이 서울 서부권은 물론 인천, 경기, 충청 지역까지 닿을 수 있는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고요. 둘째는 예전부터 이 지역에 노인인구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고 환자가 늘어나는데도 허준 원장이 대림동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림동을 떠나 더 ‘그럴듯한’ 지역에 자리 잡을 수도 있었지만 환자 곁에, 환자가 찾기 편한 곳에 있겠다는 병원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대림동 지역에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저절로 ‘글로벌 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한다. 입소문을 믿고 찾는 외국인 환자가 많다 보니 병원 홈페이지도 중국어와 영어로 모두 개설돼 있다.
   
   병원이 점점 커지다 보니 구조는 조금 복잡하다. 병원을 안내해주던 기획실 편수영 차장은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종종 헤매곤 한다”면서도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따라 병원 정문 바로 옆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 바로 앞에 마련된 것은 음압병실. 편수영 차장에 따르면 명지성모병원의 음압병실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학병원에도 음압병실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병원급 진료기관에서 일찌감치 음압병실을 마련해뒀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편 차장은 “그만큼 명지성모병원이 시설 투자를 많이 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병원 구석구석에는 ‘투자’의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뇌졸중전문치료실’도 그렇다. 뇌졸중이 발병하자마자 짧게는 하루이틀, 길게는 일주일 동안 머물 수 있는 뇌졸중전문치료실에는 별도의 검사·진단·치료 기계가 다 갖춰져 있다. 환자를 24시간 동안 모니터링하고 신경학적 증상에 따라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갖춰진 전문치료실은 대학병원급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시설이다. 이 병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모두 뇌졸중 관련 전문 연수를 받고 정기적으로 교육받는 전문가들이다.
   
   의료 장비를 갖추는 데도 많은 투자를 했다. 뇌혈관질환은 원래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다. 몇 ㎜ 단위로 혈관이 막혀 있거나 영상장비로 좀처럼 찾기 어려운 곳에 원인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장비로 검사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명지성모병원도 첨단 검사장비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지성모병원에 도입된 지멘스(Siemens)사의 3.0T MRI 장비는 수십억원의 초고가 장비다. 뇌혈관을 조영해 볼 수 있는 최첨단 장비(Artis Zee Biplane XA)는 국내에 몇 대 없다.
   
   
▲ 수술실에서 수술하는 옥찬호 부원장.

   환자 입장에서 환자가 필요한 진료
   
   진료실과 입원실을 거쳐 병원 뒤쪽으로 향했다. 두 개에 걸쳐 총 70병상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안심병동(안심병동)’이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간호사가 간병 서비스까지 도맡고 정부가 간병비의 일부를 부담해 환자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환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의 특성상 연세가 많은 환자가 많고 한번 발병하면 치료와 간병을 전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몸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온 환자를 제대로 간병하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안심병동에서는 간호사가 간병인의 역할을 대신해주니 환자와 보호자가 모두 안심할 수 있습니다.”
   
   편수영 차장의 설명처럼 안심병동에는 병원 입원실 특유의 우울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침 한 20대 여성이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로 보이는 환자를 찾아 병문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산책을 하고 싶어하는 환자를 휠체어에 앉혀 산책하고 돌아오는 간호사도 보였다.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자”는 명지성모병원의 분위기는 6층 재활치료실에서도 느껴졌다. 재활치료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던 신흥기 실장은 “뇌혈관질환은 초기 재활치료가 아주 중요한데 발병 직후의 환자들에게 재활치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라면서 “단지 몸의 기능만 되살리는 재활치료가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재활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정리해 보자. 뇌혈관질환 의심 증세가 보여 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골든타임 내에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상태에 따라서는 전문치료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기도 하고 곧바로 수술이 이뤄질 수도 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재활치료도 이뤄진다. 입원과 재활치료를 받는 중간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게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이뤄진다. 환자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원스톱’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다.
   
   원래 전문병원 제도를 도입했던 정부의 취지가 명지성모병원의 진료 시스템에 녹아 있다. 환자들이 무작정 큰 병원을 찾는 대신 각 분야에 특화된 병원을 찾아 제대로 된 진료를 받게 하자는 것이 전문병원 제도의 도입 취지다. 명지성모병원은, 설립 33년 동안 한 우물을 파며 의료 소비자로서 환자의 선택 권리를 실현하는 데 집중했다.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한결같이 환자를 돌보는 게 유일한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대한 허준 원장의 답이다.
   
인터뷰 | 허준 의무원장
   
   “하루 멀다하고 신기술… 공부하는 병원으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허준 의무원장은 명지성모병원을 세운 허춘웅 회장의 아들이다. 지난 3월 그는 허 회장의 뒤를 이어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허 원장은 “저녁식사 한번 같이 하기 어려웠던 아버지의 바쁜 발걸음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원래 의사가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아버지는 늘 바쁜 분이셨어요. 가족만큼이나 환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죠. 천생 의사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반감이었는지 저는 처음에는 의사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버지 허춘웅 회장이 갑상선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하며 허 원장의 생각도 바뀌었다. “아버지가 왜 병원을 세우고 지켜나가려고 노력했는지, 아버지가 아니라 의사로서 허춘웅을 살펴보게 됐습니다.”
   
   허춘웅 회장은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위험한 뇌혈관질환에 평생을 바쳤다. 단지 환자를 돌볼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남들이 말리는 전문병원을 세우고 힘들게 이끌어온 의사였다. “제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허 원장은 아버지 대신 취임하고 나서도 병원의 틀을 바꾸지 않았다. “뇌혈관질환 치료는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적절한 진단과 빠른 치료, 좋은 장비와 첨단 의료기술, 그걸 가능하게 하는 병원 구성원의 팀워크. 저는 원래 명지성모병원이 가지고 있던 기본을 강화하는 데만 온 힘을 기울였어요.”
   
   뇌혈관질환은 특성상 협진이 중요하다. 뇌혈관질환 환자 중에는 노인이 많은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질환을 진단하는 데도 다른 과 전문의의 의견이 필요하고 치료하는 데도 그렇다. 각자의 전문 분야는 달라도 한 명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허 원장의 생각이다. 그가 취임한 후 명지성모병원은 더욱 유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요즘 뇌혈관질환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이 등장한다. 그래서 뇌혈관질환 전문의들은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명지성모병원은 공부하는 병원으로 유명합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일반 직원들도 늘 공부를 합니다. 매년 국내외 석학을 초청해 뇌졸중심포지엄을 열고 각종 학회에 의료진을 참석시킵니다. 33년을 한결같이 진료를 해왔던 원동력 중 하나는 병원과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해온 것입니다.”
   
   허 원장은 스스로를 ‘성장하는 의사’라고 설명했다.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저는 환자들과 라포(친밀한 관계 맺음)를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뇌혈관질환은 진단은 빨리 이뤄지지만 치료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든요. 환자가 저를 믿고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나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환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환자들과 처음부터 라포가 쉽게 쌓인 것은 아니에요. 저 스스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업그레이드하는 의사, 업그레이드하는 병원’이 허준 원장이 꿈꾸는 명지성모병원의 미래다. “몇 가지 업그레이드 지점이 있습니다.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서비스 질을 더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병원에 생겨났던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나가는 것은 아들이자 의사로서 저의 소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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