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조은병원에서는 관상촬영을 통해 옆구리디스크를 진단한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더조은병원에서는 관상촬영을 통해 옆구리디스크를 진단한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올해 환갑을 맞은 홍병기씨는 2~3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엉덩이까지 다 아파서 허리디스크인가 싶어 병원에 갔어요. MRI를 여러 번 찍었는데 의사들 말이 디스크 문제가 잘 안 보인대요. 그런데 저는 너무 아프니까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고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힘듭니다.”

하릴없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기만 하다가 지난 봄, 원인을 알게 됐다. “옆구리디스크라고 하더군요. 보통 MRI로는 발견하기 어려운데 옆으로 누워서 하는 MRI에서는 쉽게 보인대요. 초기에 제대로 진단받고 치료받았으면 금방 나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중증이라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홍씨가 말한 ‘옆구리디스크’의 정식 명칭은 극외측디스크다. 우리가 흔히 디스크라고 부르는 병의 정식 명칭은 추간판탈출증. 디스크의 원래 이름이 추간판인데 척추뼈 사이에서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은 디스크가 신경관 안에서 뒤쪽으로 밀려나와 신경을 압박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옆구리디스크는 디스크가 옆쪽으로 돌출돼 신경가지를 누르면서 생긴다. 이때 눌리는 신경가지는 척수신경에서 뻗어나가는 신경가닥으로 척수신경보다 얇고 민감하다. 원래의 허리디스크보다 옆구리디스크가 더 큰 통증을 유발하는 이유다.

옆구리디스크는 일반적인 MRI로는 관찰하기 어렵다. 대개 MRI를 찍을 때는 척추뼈 앞뒤 돌출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옆구리디스크는 이와는 다른 자세, 즉 척추뼈를 정면으로 찍는 관상촬영이 필요하다. 더조은병원 도은식 대표원장의 설명이다. “심지어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고 나서도 계속 허리, 엉덩이, 다리가 아픈 분들은 옆구리디스크를 한번 의심해볼 만합니다. 병원에서는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습관적으로 허리디스크를 의심합니다. 그러나 환자의 증상, 상황을 잘 듣고 짐작해 보면 옆구리디스크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의 섬세한 판단과 진단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척추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802만명이다. 전 국민의 15%가 넘는 인원이 1년 동안 척추질환으로 고생했다는 얘기다. 자연히 척추질환을 다루는 병원 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 마치 감기처럼 “디스크네요” “일자목입니다” 쉽게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은식 원장은 척추질환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다.

“허리가 아프면 죄다 디스크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디스크에도 상태가 좀 안 좋아서 간단한 처지만으로도 나을 수 있는 수준부터 신경이 완전히 마비될 지경에 이른 것까지 다양합니다. 여기에 따른 진단, 치료가 다 달라져요. 척추질환이란 매우 섬세한 분야라서 작은 차이에서 완전히 다른 진단과 치료가 나올 수 있습니다. 환자가 똑같이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데 허리디스크인지 옆구리디스크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척추질환 병원 중 전문병원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문병원 제도는 환자와 병원 모두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환자의 선택권을 늘린다는 측면에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면 으레 대형병원으로 향하곤 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만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만 156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대형병원에 간다고 해서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지는 못한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우스갯소리는 현실에 가깝다. 특히 척추질환처럼 원인과 증세가 제각각인 질환은 충분한 의료상담과 맞춤 진료가 필요하다.

더조은병원이 척추질환 전문병원으로 내세우는 장점 중 하나가 ‘일대일 맞춤진료’를 한다는 것이다.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신경을 쓰는 진료를 기본으로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은식 원장이 2003년 병원을 개원할 때부터 가진 생각,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본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더조은병원’이라는 병원 이름에도 그런 생각이 들어갔다. 더조은의 ‘조’는 도울 조(助)이고, ‘은’은 은혜 은(恩)이다. “모든 병원은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환자를 중심으로, 오로지 환자가 고통을 이기고 치료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병원을 만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조은병원의 로비. 10월에 위례신도시로 이전한다.
더조은병원의 로비. 10월에 위례신도시로 이전한다.

환자의 절반이 60대 이상

더조은병원은 특히 노인의 척추질환 치료에 특화돼 있다. 옆구리디스크도 노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부분 옆구리디스크 환자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만성 통증에 시달릴 때가 많다. 노인 척추질환 수술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한다. 만성질환인 경우도 많고 환자의 몸 상태가 마취나 수술에 적합하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 수술을 기피하는 병원도 더러 있다. 그러나 더조은병원의 환자 절반은 60대 이상이다. 최고령자로는 97세 노인이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이 노인은 다리와 엉덩이 부위의 통증이 매우 심한 데다 허리가 굽어 있어 수술하기 까다로운 상태였다. 그러나 더조은병원에서 실시하는 수면부위마취와 척추고정술로 수술 다음 날부터 걸어다녔고 일주일 뒤 퇴원할 수 있었다. 도은식 원장은 “얼마 전에도 91세 노인을 수술한 적이 있는데 최소한의 상처를 내 수술하는 미세침습 방식을 적용해 큰 부담 없이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개 환자들은 척추질환을 수술 없이 치료하려고 한다. 수술 재발률이 높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척추수술에 대한 오해도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통증이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수술적 치료가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나 비수술적 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수술을 무작정 미루기만 하다가 신경이 아예 마비되는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정확한 시기에 적절한 수술을 받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도은식 원장은 더조은병원의 척추수술이 재발률이 낮고 부작용이 적은 이유 중 하나로 미세침습 방식에 통달한 전문의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미세침습 방식이란 최소한의 상처로 척추를 수술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의 미세침습 수술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도은식 원장은 대한최소침습척추학회 회장을 맡으며 국제학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도 원장이 학회 활동에 적극적인 데는 더조은병원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관계가 있다. 2003년 개원 당시 평범한 척추질환 병원이던 ‘조은병원’이 2008년 전문병원 ‘더조은병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적극적인 선진 기술 습득이 있었다.

지금은 척추전문병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무중력감압기’라는 장비가 있다. 척추질환을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는 장비 중 하나다. 환자의 디스크에 압력을 줄여 무중력 상태로 만들어 치료하는 방식인데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에 거의 도입되지 않은 장비였다. 그러나 더조은병원에는 이 기계가 갖춰져 있었다. 선진 의료기술로 널리 알려진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 척추센터에서 교환교수 생활을 했던 도은식 원장이 “환자를 위해서는 선진 의료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며 갖춰놓은 장비였다. “미국을 다녀와서 척추전문병원을 세우며 바랐던 것이 환자들이 제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발전해 나가는 의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도 원장의 자세처럼 더조은병원 의사들은 배우는 일에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병원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전문의가 많다. 관절센터의 방형식 의사는 세계적 권위의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2년 연속 등재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등재될 때는 정형외과 부문에서는 최연소로 등재된 인물이었다. 관절센터의 오승환 원장은 로봇으로 하는 인공관절 수술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만성 퇴행성 관절염 환자 같은 중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매우 적은 부위를 미세한 기술로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러 나타나곤 했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의료 로봇이 수술을 집도하는 것이다. 로봇이 시술하는 만큼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이전보다 의사의 능력이 더 필요하다. 수술하기 전 필요한 모든 수치를 정확히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승환 원장은 “수술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는 숙련된 외과의사라도 2~3㎜가량인데 로보닥은 0.05㎜ 이하”라며 “실패율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래 인공관절 수술의 재수술률은 15~20%에 달했지만 로보닥 수술은 1% 내외에 불과하다.

더조은병원의 외관.
더조은병원의 외관.

제3의 개원을 앞두고

더조은병원은 오는 10월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로 이전한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병원으로 문을 연다. 200병상이 넘는 입원실과 12개층을 사용하는 명실상부한 중견병원이 되는 셈이다. 척추질환은 질환 특성상 전국에서 환자가 병원으로 찾아온다. 현재의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 잡았던 것도 지방 환자들이 고속버스터미널 등을 이용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위례신도시로 이전하는 이유도 환자를 위해서다. “경부고속도로, 수서역에서 가까워 지방에서 접근이 쉬운 데다 서울, 수도권 환자들도 모두 찾기 편한 위치에서 환자를 맞고 싶었습니다. 새 병원은 지금보다 더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병원이 될 겁니다.” 도은식 원장은 “위례에서도 지금처럼 환자를 위하겠다는 ‘더조은(助恩)’ 병원의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도은식 대표원장

“조직과 시스템에 쫓겨 환자를 잊으면 안 된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더조은병원은 원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 뒤에 있었다. 그때는 ‘조은병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고향인 대구에서 척추질환 전문의로 이름을 알리던 도은식 원장이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에서 2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개원한 병원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척추질환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막 척추전문병원이 생겨날 무렵이었어요. 저도 고향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로 척추질환 치료에 전념했었지요.” 도 원장의 치료를 받으러 일부러 대구까지 오는 환자들도 많았다. 그렇게 7년 동안 의사로 일하다가 도 원장은 홀연 미국으로 떠났다.

“한계를 느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척추질환 치료 기술이란 선진국에 비해 몇 년은 뒤처진 것이었어요.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는 많은데 능력의 한계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도은식 원장은 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으로 향했다. 에모리대 병원은 미국에서도 의료기술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이곳 척추센터에서 도 원장은 물 만난 고기처럼 선진 기술을 습득했다.

“에모리대 척추센터에서 근무한 한국 의사는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수술과 외래 진료에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했죠. 마침 에모리대에서는 골형성단백질(BMP)이라고 척추수술을 할 때 뼈를 붙게 하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저도 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경험들은 도 원장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평범한 신경외과 의사였지만 미국에 다녀오고 나서는 환자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줄여주고 인술(仁術)을 펼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몇몇 종합병원에서 의술을 펼쳐 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일, 가야 할 길은 좀 더 환자에게 가까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직과 시스템에 쫓겨 환자를 잊어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은식 원장의 꿈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그의 사무실 한쪽에 장식된 외국 어린이들의 사진이다. 도 원장이 후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다. 그는 여러 NGO 단체를 통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봉사·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저는 의사란 환자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도우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봉사와 기부를 꾸준히 하는 이유는 의사로서는 환자의, 제 개인으로서는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대개 의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묘사되지만 도은식 원장은 단호하게 “이타적인 의사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도 원장은 확실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의사는 아니다. “더조은병원은 노인 척추질환에 특히 강점이 있는데 이 특기를 십분 활용해 정부 지원을 받아 노인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노인 문제는 건강, 가난 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가 도와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손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다만 도은식 원장은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척추질환에 대한 관심이 많다 보니 환자들이 가진 정보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의사야말로 어떻게 해서든 환자를 낫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줬으면 해요. 종종 막무가내로 수술해달라고 하는 환자들이 있어요. 또는 수술을 꼭 해야 하는데도 수술은 필요 없다고 고집 부리는 환자들도 있죠. 저는 모든 환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설명하고 함께 고민하려고 해요. 제 의견을 따라 치료한 후에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환자를 만날 때는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습니다.”

정직함, 원칙, 초심 같은 것은 도은식 원장을 상징하는 단어다. “바른 자세가 어떤 것인지, 어떤 침대를 사고, 어떤 자세로 앉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가장 자연스러운 자세는 일어서 있을 때입니다. 사람마다 그 자세는 다릅니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완만한 곡선을 그려 자연스럽게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세입니다.” 척추질환 전문 의사로서 자세도 마찬가지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 통증이 없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바로 의사라는 것. 도 원장이 여러 번 강조한 말이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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