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69호] 2017.08.07

시진핑의 선물? 의정부 ‘안중근 동상’ 미스터리

▲ 지난 8월 1일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인근 ‘역전근린공원 조성사업’ 현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지난 8월 1일 오후 1시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4번출구 앞 공터. ‘역전근린공원 조성사업(북측)’이라고 쓰인 공사 현장이 보였다. 현장 인부들이 땡볕 아래 열심히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삼각형 모양으로 다듬어진 야트막한 나무 몇 그루 앞에는 하늘이 비치는 검은색 바닥의 얕은 인공연못이 완공되어 있었다. 연못 옆의 분수는 이미 완성돼 물줄기를 시원하게 내뿜고 있었다. 공원 안쪽에는 위가 텅 빈 가로 5m, 세로 2m가량 크기의 흰색 설치대가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한 60대 인부는 “공원이 완공될 때쯤 안중근 의사 동상이 올 것”이라며 “지금 그 동상이 어디 있는지는 시청 직원들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경기도 의정부시가 중국의 민간 단체인 차하얼(察哈尔)학회로부터 넘겨받을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설치할 장소다. 지난 3월 1일 연합뉴스는 “의정부시에 인도될 안중근 동상은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 의사 의거 현장이 없어진 것을 안타까워했고, 이에 시 주석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과 동상 제작을 지시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8월 2일 현재까지 의정부시는 차하얼학회로부터 안 의사 동상을 받지 못했다. 현재 의정부시 공보팀은 동상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의정부시 공보담당관실 윤교찬 과장은 7월 31일 통화에서 “(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표하려면 차하얼학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중국 내 정치적 문제가 있어서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담당자는 기자와 만나 “동상을 받으면 공표 시점을 차하얼학회와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하얼학회로부터 동상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역전근린공원 조성사업’의 마무리가 늦어지는 점 역시 아직까지 안 의사 동상을 차하얼학회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분석이 사실임을 뒷받침한다. 사업 초기 계약된 사항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종료 날짜는 지난 6월 20일. 하지만 기자가 현장을 찾은 8월 1일까지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의정부시 공보팀 관계자는 “아무리 민간단체라고 해도 중국은 민감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악화된 한·중 관계 때문에 공원은 이미 완공된 상태임에도 동상을 받지 못해 제막식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변경된 사업 마무리 시점은 오는 9월 15일이다.
   
   현재 의정부시는 “현재 사드 배치와 북핵 문제로 인해 경색된 한·중 관계 때문에 동상 설치가 늦어지고 있을 뿐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사업을 맡고 있는 의정부시 부서는 공보담당관실 공보팀이다. 하지만 공보팀은 3월부터 나온 동상 관련 보도에 대해 “공보팀이 관여하지 않은 보도라 모른다”는 입장이다. 김영리 의정부시 공보팀장은 지난 8월 1일 기자와 만나 “의정부시는 안중근 동상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낸 적이 없다”며 “당시는 이미 한·중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 시점에 보도자료를 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안중근 동상 건립이 포함된 사업은 처음 총무과가 맡았다가 이후 비전사업과가 맡았고, 지난해부터 공보팀이 사업을 맡아 추진하고 있다.
   
   
   안중근 동상은 어디에?
   
   안중근 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의정부시가 왜 안 의사의 동상 유치에 공을 들이는지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안중근 의사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다. 고향이 이북이기 때문에 안 의사와의 연관성을 독자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없다. 이 때문에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안중근 의사를 모시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의정부시 외에도 여럿이다. 사단법인 안중근의사숭모회의 한 관계자는 “부천시 같은 경우는 하얼빈시와 자매결연이 돼 있어 안중근 의사 동상을 받은 선례가 있다”며 “아무런 연고 없는 의정부시가 안중근 의사 동상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시가 받기로 한 안중근 의사의 동상 건립을 시진핑 주석이 지시했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하얼빈에서 만난 후 시 주석이 안중근 의사 동상 건립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정부시 공보팀은 모른다는 입장이다. 윤교찬 과장은 시 주석의 지시 여부에 대해 “확인이 곤란한 사항”이라며 “중국서 받는 것은 확실한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답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보팀의 다른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이 건립을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우리도 모른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중근의사숭모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안중근 의사의 동상 건립을 직접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의아했다”며 “만약 진짜 그랬다면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텐데 그렇지 않았던 점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6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 하얼빈역의 안 의사 의거 현장과 시안 창안구의 광복군 2지대 주둔지에 각각 표지석을 건립할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 동상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안중근 의사 동상 유치와 관련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 시장은 의정부시에 있는 신흥대(현 신한대로 통폐합)에서 행정학과 교수로 재임하던 중 2010년 의정부시장으로 당선됐다. 당시 신흥학원의 이사장은 2012년 5월 학교 자금 8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강성종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었다. 이후 안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안병용 시장은 재선 이후 ‘안중근 의사’를 모시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안 시장은 재선 직후인 2014년 9월 차하얼학회가 주최한 ‘차하얼평화포럼 2014’에 참석해 자신이 직접 쓴 논문 을 발표했다. 이듬해인 2015년 5월에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차하얼학회 한국 측 고문으로는 역시 민주당 소속인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가 있다.
   
   의정부시의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과 관련해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정부 시민들이 만든 단체 버드나무포럼은 지난 7월 17일 의정부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안중근 동상이 중국으로부터 도착해 의정부시가 보관 중이란 기사는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이는 시민을 기만하는 행동으로 의정부시는 관련 사항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가 가리킨 기사는 지난 6월 14일 “시진핑 제작 지시 ‘안중근 동상’ 의정부시가 보관 중”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다. 보도에는 동상의 크기와 형태가 자세히 적혀 있다. 하지만 의정부시 공보팀은 이와 관련해서도 공보팀이 관여하지 않은 보도라 모른다는 입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지자체장의 행보에 시정(市政)은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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