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74호] 2017.09.11

일본 ‘후루사토 납세’처럼? 고향세 답례품 딜레마

▲ 일본 지방자치단체별 답례품 종류를 모아놓은 웹사이트. ‘후루사토 납세’ 제도에 따라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 지난 7월 규슈 북부 자자체를 돕기 위해 ‘후루사토 납세’ 제도에 따라 해당 지역에 기부금을 내자는 홍보 웹사이트.

   ‘고향세’로 흔히 알려진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답례품 제공 여부에 초점이 모아진다. 답례품은 고향사랑 기부제도의 벤치마킹 모델인 일본 ‘후루사토(ふるさと·고향) 납세’의 핵심 성공 요인이지만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고향기부금의 대가로 답례품을 제공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고향사랑 기부제도’는 도시민이 고향의 지자체에 기부금을 내면 일정 금액을 연말정산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통해 되돌려주는 제도다. 쉽게 말해 ‘정치기부금’처럼 ‘고향’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를 받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고향사랑 기부제도’라는 이름으로 공약을 냈고, 현재 행정안전부가 같은 이름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중이다.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설계 중인 행안부 관계자는 “기부금을 받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조문을 구성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행안부가 설계 중인 고향사랑 기부제도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뼈대를 이룬다. 이 개정안은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지자체의 경우 도시민 1인당 1년에 100만원 이하의 고향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자체에 고향기부금을 기부한 도시민은 10만원까지는 기부금액의 약 90%를, 10만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앞서 안호영 민주당 의원 역시 100만원 이하의 고향기부금은 심의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홍의락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개인이 납부하는 소득세액의 10% 이내의 금액을 자기 고향의 세입으로 할 것을 국세청에 신청하면, 국세청은 이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워낙 여러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각 법안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제도를 설계하는 중”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제도 이름에는 ‘고향’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만 실제로 납세자가 고향에만 기부금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납세자가 어떤 지자체에 세금을 낼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본의 경우가 현재 이렇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도시민들은 답례품을 보고 기부금을 낼 지자체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부금을 낼 지자체를 고향으로 한정할 경우 고향을 본적으로 할지,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할지 등 정의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고향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은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때문이다.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2016년(최종예산기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이 83.96%로 가장 높고 세종이 66.19%, 인천이 63.87%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10%대인 곳이 수두룩하다. 강원 양양 14.06%, 철원 18.67%, 경남 산청 15.83%이다. 전북·전남의 경우 15% 아래인 지자체도 여럿이다. 여기서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중 자체재원(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전재수 의원은 입법취지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대도시와 농촌 간의 정치·경제·사회적 불균형이 심각한 실정이고, 저출산·고령화의 진행까지 더해져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수입으로 공무원의 인건비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세원을 확충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2007년부터 고향세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해왔다.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지자체의 세수난(稅收難)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떼어준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 처음이다. 2010년에는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도 주민세 소득의 최대 30%까지를 본인의 고향 등 5년 이상 거주한 지역에 분할납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시행되지는 못했다. 당시 고향세가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일본에서도 후루사토 납세의 모금액 증가 폭이 미미하면서 애초 기대한 지역 간 재정격차 해소에는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조세연구원은 ‘고향세는 세금의 분할과 지방자치가 충돌, 고향세를 체납할 경우 징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하며, 특정 지자체에 재정이 집중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일본 성공 요인은 답례품
   
   하지만 2014년 들어 일본의 후루사토 납세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고향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지난해 일본 지자체들이 후루사토 납세를 통해 모금한 금액의 규모는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08년 81억엔이었던 기부 금액은 2016년 2844억1000만엔으로, 기부 건수는 2008년 5만4000건에서 2016년 1271만1000건으로 증가했다.
   
   후루사토 납세의 모금액이 늘어나게 된 핵심 요인은 답례품이다. 2008년 처음 도입된 후루사토 납세는 2013년까지도 모금액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홋카이도 가미시호로정(町)이 납세액의 절반을 쇠고기, 공예품 등의 특산품으로 답례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인구 5000명 안팎인 가미시호로정은 특산품을 통해 2014년에만 약 10억엔의 납세액을 조달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12억2000엔에 달한다.
   
   기부금을 낸 도시민에게 답례품을 제공한 가미시호로정의 전략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각 지자체들이 기부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답례품을 내걸었다. 실제로 2015년 10월 일본 총무성이 지역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기부 이유로 ‘답례품의 충실’을 꼽았다. 다른 요인을 기부 이유로 택한 응답자는 20% 이상이 없었다. 기부문화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식 변화보다는 후루사토 납세제도 자체의 매력, 특히 고향 특산품의 제공이 기부금액을 늘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자체 간 특산품 제공 경쟁이 과열되면서 폐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와규(和牛)로 유명한 미야자키현의 경우 특산품인 미야자키규를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홋카이도의 일부 현은 고급 해산물을 제공하며 심지어 전자제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등 기부금액보다 더 비싼 금액을 답례품으로 받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후루사토 납세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전국 특산품의 종류를 모아 정리한 웹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기부금액의 일부가 공제되는 데다 기부금액에 육박하거나 더 비싼 답례품을 받으니 기부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가의 답례품을 제공할 경우 지자체 간의 재정 격차를 줄이는 본래 취지가 아니라 도시민이 원하는 지역의 특산품을 싼값에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도가 변질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답례품 지급을 통해 금액을 늘리기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은 답례품의 금액에 기부금의 30%로 상한선을 걸기도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향사랑 기부제도’도 지자체의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답례품을 제공하는 등 도시민의 기부를 활발히 할 만한 유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향사랑 기부제도’와 관련해 가장 최근 개정안을 낸 의원은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월 9일 기초단체가 SNS, 홈페이지 등으로 출향인사에게 기부 관련 안내장을 보내고 기부자에게 답례로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경우 기부금을 모집한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특산품이나 농산물을 답례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부금 제공 대가로 답례품을 제공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원종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고향납세제도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답례품의 경우 특정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지방정부와 특정업체 간에 유착이 발생할 수 있고, 개별 구매자에게는 결과적으로 영리업자에게 구입을 한 상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결과이므로 세제 운영의 일반원칙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광림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개경쟁입찰로 답례품 제공업체를 선정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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