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76호]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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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최저학력제에 걸려… 태권도 천재의 좌절된 꿈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sciencekk@hanmail.net 

우리 학교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구부와 태권도부가 있다. 그곳에서 많은 학생 선수들이 전문 스포츠인을 꿈꾸며 멋진 미래를 향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도 우수한 학생선수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다 해왔다.
   
   교육을 논할 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운동부에는 그 말이 가끔 사치로 여겨진다. 학생들의 대회 결과는 상위학교 입학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선수생활 내내 평가기준으로 따라붙는다. 또 학생선수들은 학교의 명예를 걸고 경기에 임하기 때문에 그 결과는 학생이니 학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과거 학생선수들의 훈련은 성인 못지않게 고강도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하루종일 훈련에 매진했다. 수업은 거의 형식이었고, 수업 시간에는 모두 잠자기에 바빴다. 그들은 지적 성장이나 또래 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운동에만 전력을 다했다. 이런 방식의 선수 육성은 어린 학생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정상적인 교육을 위하여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몇 해 전부터 학생선수 선발이 해당 지역 내로 제한되었으며 기숙사 운영은 금지되었다. 모든 학생선수는 기초학력을 위하여 정상적인 수업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슈는 학생선수들이 ‘최저학력제’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전국 단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경우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의 다섯 과목에서 최저학력제가 적용된다. 학기말 성적에서 각 과목별로 학년 평균의 40% 이상을 받아야만 전국 단위 대회에 출전 가능하다. 구제책은 있다. 온라인 교과 콘텐츠인 e-school을 이수하거나 과목별 보강을 받으면 시도 대회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전국대회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천재적인 실력이라도 기초학력 미달이면 출전 길이 아예 막혀버린다. 선수 개인으로서도 국가로서도 엄청난 손실이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수업 결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e-school과 보강 수업을 통해 기초학력 신장에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학생선수는 최저학력제를 통과하지 못했다. 해당 학생들이 대회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결과를 전해 들었을 때 학생들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매우 컸다. 목표와 자존감을 잃었다. 그중 한 명은 학습 지능이 다소 부족한 특수교육 대상자이다. 사회성이 약하고 학습능력에 한계가 있어 또래집단과 어울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타고난 신체조건이 탁월하다. 어찌 보면 그에게 학생선수는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그 학생에게 ‘너는 학습 능력이 없으니 네가 잘하는 운동을 그만둬라’는 얘기와 같다.
   
   특별한 학생들이 있다. 모든 것에 부족해도 어떤 한 가지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는 학생들. 그들에게는 그 관심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위한 좀 더 깊이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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