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 가을! 중3 학생들에게는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기이다. 중3 교사들은 행동발달과 종합의견에 좋은 내용을 찾아 써주기 위해 많은 생각과 노력을 한다.

나는 학기 초에 ‘장점 찾기의 생활화’란 주제로 자신의 좋은 점 찾기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들을 알게 되면,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학교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고 표정도 밝아진다. 성적도 놀라울 정도로 향상된다. 장점 찾기를 잘하는 학급일수록 분위기도 좋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학생들에게 장점 찾기를 하자고 하면 무기력하게 있다가 “저는 장점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수치화된 사회 속에서 비교당하고, 등수에 익숙한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을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들은 자라면서 1등을 하거나 누군가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어른들로부터 충분한 칭찬을 받지 못했다. 공부는 물론 운동이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나는 무엇을 즐기는가?’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특히 잘했던 일, 자랑하고 싶은 일은?’ ‘어떤 일을 할 때 지겹지 않은가?’ ‘누구를 닮고 싶은가’ ‘부러운 사람은?’ ‘들은 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은?’ 등을 질문해 보면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라고 한다. 반 학생들의 이름을 3장씩 적어 상자에 넣고 각자 3장씩 뽑는다. 자신이 뽑은 학생을 1주일간 관찰한 후 찾은 장점을 적게 한다. 자신을 뽑았다면 자신의 장점을 적는다. ‘시각 바꾸기’를 통해 단점의 시각으로 본 것을 장점의 시각으로 바꾸는 작업도 한다. 처음에는 어려워하지만 1~2주 지나면서 학생들은 누구나 점점 장점 부자가 된다.

그런데 지만(가명)이의 이름 밑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다. 지만이를 뽑은 학생들은 “다른 학생이라면 뭐라도 썼을 텐데, 지만이는 말도 안 하고 운동도 안 하고 존재감 자체가 없는 아이라서 적을 것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지만이도 “나는 장점이 하나도 없어요”라고는 책상에 엎드린다. 나는 “지만이는 정말 장점이 없을까?”라고 묻고 지만이 이름 밑에 ‘니코 복코’라고 적었다. 학생들과 지만이는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했다. 뜻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다음날 나는 “지만이 코가 복코라서 나중에 결혼하면 부인 사랑 많이 받을 거다”라고 말한 후 관상학 책에서 지만이 코와 비슷한 곳을 찾아 읽어주었다. 학생들은 “사랑받는대, 사랑받는대” 하면서 크게 웃었다. 요즘처럼 이혼이 많아지고 불행한 가정이 점점 느는 시대에는 배우자에게 사랑받고 가정 화목한 것이 어쩌면 최고의 복이라는 말도 해주었다. 지만이도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함께 웃은 것이 힘이 된 것 같다. 지만이는 작아 보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장점을 찾아가면서 어울림이 늘어간다. 학생들이 “니코 복코” 하면 “그래 내코 복코” 하며 놀기도 한다. 이후 지만이의 장점 칸도 점점 부자가 되어갔다. 졸업한 후에도 지만이는 ‘내 코는 복코’라는 자랑을 한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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