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2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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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유학기제의 두 얼굴

취지는 좋지만 확대시행은 시기상조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교육부가 지난 11월 6일에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발전 계획’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거세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전국 3210개 모든 중학교에서 해온 자유학기제를 확대시행해 1500개교에서는 자유학년제를, 500개교에서는 자유학기와 연계된 연계학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맘껏 펼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라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확대시행에 대해서는 불안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자유학기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 자체만으로 본다면 대체로 찬성이다. 취지와 방향성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확대시행 시기와 방법론이다.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양질의 프로그램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시행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자유학기제 시행 현장에서 흔한 몇 장면을 보자.
   
   
   #장면 1
   
   서울 성동구 A중학교 1학년 박모양의 꿈은 캐릭터 디자이너다. 진로체험으로 남산에 있는 애니메이션센터를 지원했는데 경쟁이 치열했다. 제비뽑기를 통해 밀리고 밀려서 결국 동네 떡집으로 진로체험을 가게 됐다. 성북구 B중학교 1학년 김모군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다. 김군은 상암동 MBC방송국에서 VR 및 3D영상 제작 체험을 원했지만 역시 경쟁이 치열했다. 온라인 선착순 신청이라 온가족이 동원돼 소위 ‘마우스 광클릭’을 했지만 실패. 1초 만에 마감돼 할 수 없이 자연사박물관으로 신청했다. 김군은 압화(押花)를 이용해 텀블러와 책갈피 꾸미기를 하고 왔다.
   
   
   #장면 2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시내버스 안. 평일 오전 중학교 1학년 여학생 5~6명이 연신 까르륵 웃으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진로체험 가잖아” “어디로 가는데?” “나도 몰라, 쟤네들 따라 내리면 돼.” 매년 5월과 10월 초, 7월과 12월 초면 자유학기제 학생들이 우르르 거리로 몰려나온다. 중2~3학년 학생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는 기간이다. 학교로서는 진로체험에 이보다 더 좋은 시기가 없다. 시험기간이라 학교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데다가, 선배들은 진지하게 시험을 치르는데 중1 후배는 시험을 치르지 않으니 학교 분위기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면 3
   
   서울 양천구 목동 C중학교 1학년 오모양은 숙제 때문에 매일 새벽 1시는 돼야 잠든다. 오양에게 자유학기제는 ‘숙제학기제’의 다른 이름이다. 학원에서는 “자유학기제는 진도 빼기 좋은 학기”라며 선행을 죽죽 나가면서 산더미 숙제를 내주고, 학교에서는 일괄적 시험 대신 수시로 하는 수행평가로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다 보니 과목별 과제가 쏟아진다. 사회 토론발표지도 써야 하고, 기술가정 산출물도 만들어가야 한다. 서평 숙제도 수시로 있고, 팀별 과제도 많아 주말에도 바쁘다. 오양의 엄마가 “안 피곤하니? 그만 자렴” 하면 오양은 이렇게 답한다. “괜찮아요. 내일 진로 수업시간에 자면 돼요.”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시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로를 맘껏 탐색하는 것, 또 하나는 수업 방식의 변화다. 즉 토론과 발표, 협력과 소통을 기반으로 한 학생중심·과정중심 수업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기간의 내신성적은 고교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 P(패스)로만 표기되고 학생부에 기재하는 평가 역시 개별 학생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하여 문장식으로 서술하게 된다.
   
   취지도 좋고, 방향성도 좋다. 다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몇 가지 있다. ‘잘 준비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인프라가 갖춰진 자유학기제여야 한다’ ‘경험의 기회와 폭이 공평해야 한다’ ‘입시제도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등이다.
   
   전제를 하나씩 따져 보자. 먼저 ‘준비된 자유학기제인가’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일단 학생들이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지극히 한정돼 있다. 진로체험 공간 자체가 현재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거나 유망 직종 위주다. 그것도 ‘체험’이라기보다 ‘일터방문’이나 ‘견학’에 가깝다. 인기 있는 체험공간은 몰리다 보니 대부분 학생이 소질과 무관한 체험을 하고 오게 된다. 한 학기에 2~3차례 있는 희귀한 체험 기회인데 시간낭비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교육부에서는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 민간기관, 대학 등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선후(先後)가 바뀌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먼저 충분히 마련해뒀어야 했다. 준비가 안 됐다면 확대시행 시기를 늦춰야 했다.
   
   

   선행 학기 vs 노는 학기
   
   ‘경험의 기회와 폭이 공평한가’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 없다. 자유학기제 시기의 학생들은 특히 양극화가 심하다. 학군에 따라 극명히 갈린다. 학구열이 높은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학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노는 학기’인 경향이 강하다. 서울 송파구 C중학교 1학년 이군은 주 3회 택시를 타고 대치동 학원을 다닌다. 이군은 “중간·기말 시험이 없다는 이유로 수행평가만 늘었다. 학원에서는 2학년 진도를 빼야 한다며 숙제가 많다. 더 바쁘다. 꿈을 찾으라는데 꿈을 찾을 시간이 없다”며 “자유학기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이 학교는 부모들의 적극 지원으로 진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전문직 학부모가 많아 변호사사무실, 병원, 연구소 등에 많이 방문한다. 반면 교육환경이 열악한 편인 강북구 D중학교 1학년은 늘 노는 분위기다. 진로탐색 프로그램 역시 제한적이어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곳이나 언제든 갈 수 있는 박물관 등이 대부분이다.
   
   ‘입시제도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역시 대답은 ‘노(no)’다. 자유학기제에 하는 활동이 생기부에 고스란히 기록되고, 이 생기부가 고입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니 활동 하나를 결정할 때에도 입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늘 ‘이 체험이 생기부에 효과적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입시제도와 연관된 자유학기제 활동에는 진정한 자유가 없다. 말만 자유이지, 희망진로로 수렴해가는 제한된 자유다. UN 사무관을 꿈꾸는 아이가 주제선택활동에서 ‘시낭송’이나 ‘생활 속의 수학’을 선택하면 생기부가 아름답게 수렴되기 힘들다. ‘세계시민활동’ 같은 과목을 선택해야 완성도 있는 생기부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는 큰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잠깐 하고 마는 자유학기제는 불안감을 가중시켜 사교육만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유학기제가 학력저하를 초래하지 않을까? 자유학기제 시행 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 쉽지 않다. 현장 교사들은 “자유학기제 아이들이 학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기도 성남의 E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김모 교사의 말이다.
   
   “우리 학교는 2015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시행했다. 3년간 시행해 보니 자유학기제 아이들의 학력이 걱정된다. 동일한 교과의 과학을 가르칠 때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성적도 당연히 낮다.”
   
   서울 송파구 C중학교는 자유학기제 시행 3년 차에 시험을 부활했다. 자유학기제 시행 이전의 선배들보다 학력이 너무 떨어져 2학년 때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것. 결국 자유학기제 중간중간에 핵심개념을 테스트하는 미니시험을 부활했다.
   
   반면 교육부는 이 우려에 대해 “지난해 실시한 한국교육종단연구 결과를 보면 자유학기제 경험 학생이 미참가 학생보다 성취도는 높고 사교육비 지출은 크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고 답을 내놨다. 교육부가 언급한 한국교육평가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를 보면 연구범위와 분석대상이 대단히 폭넓다. 성취도와 사교육비 면에서 다소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고 비교방법 역시 애매해서 이 결과만 놓고 자유학기제의 학력저하를 논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학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터넷만 뒤지면 지식과 정보가 널려 있는 시대에는 학력의 정의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즉 ‘누가누가 많이 알고 있나’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있고 새로운 생각과 발상을 할 수 있나’가 진정한 학력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자기주도적 활동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자유학기제의 수업은 창의력과 탐구력을 높인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통념이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김 교사는 “자유학기제 아이들은 확실히 자유롭게 사고하려는 경향은 있다. 창의력에 대한 결과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원리를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참지 못한다. 노래로 암기하거나 연극을 활용하는 식으로 해야 집중한다. 물론 자유학기제 아이들이 유추력이나 창의력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기초개념을 이해해야 유추가 되는데, 기초개념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를 어려워하니 유추단계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교과과정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학기제라고 교과수업이 없는 것이 아니다. 교과는 교과대로 진도를 나가면서 추가로 ‘주제선택활동’ ‘진로탐색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활동’ 등의 자유학기 활동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 3~4시간에 걸쳐 배웠던 단원을 단 2시간에 마쳐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학생과 교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삼중고가 될 수 있다.
   
   
   자유학기제 성패의 명운은?
   
   자유학기제의 장점은 분명하다.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도 확실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자유학기제를 원한다. 그러나 확대 시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체험 인프라도 미흡하고, 학생중심·과정중심의 수업을 이끌 수 있는 교사양성도 아직 덜 됐다. 교과서도 창의적인 아이를 육성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자유학기제 성패의 명운은 ‘균등한 실효성’ 여부에 달렸다. 전면적 시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든 학교에서 실효성을 거두도록 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자유학기제 우수학교를 발굴해 부각시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부족하고 구멍난 부분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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