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2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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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벌점마저 없어지면…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jaenamkang@daum.net 

“뭐 학교가 이 따위야!”
   
   교무실 문 앞에서 한 아이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을 하다가 깜짝 놀라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지각한 자기를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5분을 기다려도 안 온다는 것이었다. 벌점 주신다고 했으면 벌점이나 주지 왜 오라가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등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씩씩댔다. 그 학생은 급한 업무를 해결하느라 5분 늦은 선생님에게 “5분이나 늦으면서 왜 학생의 지각에 대해 뭐라 하느냐”고 마치 훈계하듯 따지고 들었다.
   
   내년부터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사용하던 벌점제도가 일선학교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2018~2020년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따른 조치다. 사실 벌점제도가 그다지 유효하지는 않다. 벌점이 많이 쌓였다고 학교에서 쫓겨나거나 고등학교 진학에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벌점에 무감각해진 아이들은 학교규칙을 어겨 지도를 받아야 할 상황이어도 당당히 “그냥 벌점을 받겠다”고 한다. 벌점을 받을 테니 귀찮은 잔소리는 하지 말란다.
   
   학부모들도 벌점에 무감각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아이가 처음 벌점을 받은 학부모들의 반응은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자신이 몰랐던 자식의 모습에 당황하기도 하고 아이를 위해 변명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점을 받으면 학부모 역시 벌점을 아예 무시하거나 도리어 벌점을 주는 학교나 교사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된다.
   
   벌점이 너무 많이 쌓인 학생의 학부모는 선도위원회에 참석하여야 한다. 이곳에서는 자녀의 문제행동에 대해 담임교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가벼운 징계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다짐의 각서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선도위원회에 참석해야 할 대부분의 부모들은 미안해하거나 민망해하기보다는 자신을 오라고 한 학교 측에 불쾌감을 표하거나 아이의 일탈행동이나 불성실을 학교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어떤 부모는 약속 시간을 잘못 알고 일찍 와서는 담당 교사에게 “지금 사람 불러 놓고 뭐하는 것이냐”고 역정을 내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특목고 진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벌점이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은 교사들이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하면 분을 못 참고 덤비는 아이들이 많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모와 합세하여 학교를 공격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수업 중에도 큰소리로 쌍욕을 연달아 해대는 아이들이 꽤 있지만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도 심하게 야단칠 수 없다. “선생님에게 한 것도 아닌데요” 하면 “그래도 죄 없는 다른 사람들이 너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면 되겠니?” 혹은 “그렇게 예쁜 입에서 그런 욕은 안 어울린다” 등으로 끝내야 한다. 자신들의 욕 문화에는 익숙하면서도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조금만 싫은 소리를 해도 교육청과 인권위에 신고한다고 난리다. 학생에게 별로 교육적이지 못한 벌점을 주고 싶어하는 교사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막상 벌점조차 없어지면 눈앞에서 대들고 보란 듯이 질서를 무시하는 학생들을 어찌 통제할지 눈앞이 깜깜해진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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