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4호] 2017.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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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텃밭 동아리의 ‘배추전 데이’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sciencekk@hanmail.net 

우리 학교의 자투리 공간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텃밭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 곳이다. 올해는 유난히 텃밭 농사가 풍년이었다. 1학기에는 상추, 케일, 치커리 등 싱싱한 쌈채소를 풍성하게 수확했고, 2학기에는 배추 70포기를 수확했다. 비옥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 한약재 찌꺼기를 썩혀 넣어주기도 하고 잡초도 제거해주며 가꾼 결과였다.
   
   지난 봄, 우리는 텃밭 상자에 있던 묵은 흙들을 영양분이 풍부한 상토로 교환했다. 그리고 작은 쌈채소 모종을 심었다. 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텃밭 주변을 지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채소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우리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텃밭 작물을 선물하기로 했다. 텃밭 동아리 학생들은 쌈채소를 한 봉지 가득 따고 뿌듯함까지 담아서 집으로 가져갔고 학부모님들께서는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스승의 날 즈음에는 쌈채소가 바구니에 가득 담겨 선생님들이 계시는 교무실로 향했다.
   
   쌈채소는 참 신기하다. 아무리 따고 또 따도 끝없이 새순을 내어준다. 매일 아침 물을 주며 노력한 만큼 정직하게 생산과 소득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는 덕분에 이곳저곳에 감사의 마음도 표현하고 인심도 쓰며 채소 부자가 되었다. 과학교사로서 나는 텃밭의 환경과 농작물을 과학 수업과 연결했다.
   
   9월이 되면서 우리는 가을 텃밭에 모여 다시 일을 했다. 텃밭을 다시 갈고 배추를 심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던가. 비실대던 작은 배추 모종은 우리들의 잦은 발걸음 소리만큼 무성한 푸른 잎 수를 늘리며 뽀얀 배추 속을 채워갔다. 나는 아이들과 이 배추로 수업도 하고 배추전도 부쳐서 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학부모님께서 뜻밖의 제안을 해오셨다. 배추 30포기를 보낼 테니 100포기로 전교생을 위한 ‘배추전 데이’를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학교 허락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다. 배추의 역사, 김치와 삼투압, 김치전, 영어 버전의 배추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자료들을 준비하여 과학실 앞에 게시하고, 한 해 동안 활동했던 텃밭 동아리의 사진들도 게시했다. 아울러 전 부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준비해두고, 요리실용으로 과학실 2개를 개방했다. 한 시간에 두 반이 입장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해뒀다.
   
   드디어 배추전 데이. 이른 아침 학부모님들께서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학교에 오셨고 뿌리째 뽑아 놓은 흙투성이 배추를 정리하여 씻고 배추전을 부치셨다. 기름 냄새가 학교 전체에 퍼졌다. 학부모님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배추전은 유난히 맛있었다. 평소 배추를 입에 대지도 않던 녀석들까지 경쟁적으로 잘 먹어서 우리는 모두 크게 웃었고 행복했다. 배추전은 교내 곳곳으로 배달되어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잠시도 앉지 못하고, 만들어오신 배추 겉절이가 떨어지자 집으로 달려가 깍두기, 총각김치를 들고 뛰어오신 어머니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엄지를 세우며 “리필 플리즈~”를 외쳐대던 아이들을 보며 내년의 농사를 다시 기약한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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