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5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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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性功大學 이끄는 ‘마담 로즈’ 임장미

“성생활 잘 돼야 사회가 건강해져”

photo 백이현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지난 11월 19일 일요일 오후 서울 공덕동의 한 오피스텔.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연령대와 표정이 다양하다. 30대 여성과 남성, 40대 남성, 50대 여성 등. 아무리 봐도 자영업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들 옆에, 일요일 복장에도 회사원의 느낌이 묻어 있는 사람이 앉는다. 한마디로 공통점이 뭔지 짐작이 쉽지 않은 집합이다. 나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는다. 임장미씨가 입을 열었다. “지난주 성생활은 어땠나.”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성공대학에 다니는 걸 끝내 이해 못 하더라.” 30대 남성이 답했다. 옆에 앉은 40대 남성도 말을 이었다. “내 경우는 배운 걸 활용할 기회가 안 온다.” ‘러브라이프(Love life)’ 강의 현장이었다. 성공대학의 오프라인 수업 격이다.
   
   성공대학은 ‘성을 공부하는 대학’의 약자다. 기자는 청강생 자격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 어색해질까 직업은 숨겼다. 청강생을 위해 수강생들이 자신을 소개했다. 직업이나 전공을 늘어놓는 게 아니다. 첫경험은 언제 누구랑 했는지, 과거의 성생활은 어땠는지, 현재는 만족하는지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살면서 내가 성생활에 만족하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부부관계도 의례적으로 하는 수준이었다.” 차분한 표정의 50대 여성 수강생이 조용조용 말했다. 분위기는 밝고 대화는 진지했다. 타인의 내밀한 성생활을 관음증 어린 시선이 아닌 이렇게 평온한 마음으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상당 부분, 대화를 이끄는 ‘마담 로즈’ 임장미씨 때문인 듯했다. 한없이 음침하거나 질척거리게 들릴 수 있는 얘기를 밝고 담백하게 풀어놓는 재능이 있다.
   
   성공대학은 2015년 탄생했다. 팟캐스트 방송 형식이었다. 현재도 방송 중이다. ‘조루 어찌하나’ ‘오럴섹스를 즐겨라’ ‘전립선 마사지란?’ 매회 주제가 주옥 같다. 300회 가까이 방송 중이다. 지난해엔 오프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8주 코스다. 8기까지 왔다. 임씨가 1기 첫 수업 때 얘기를 들려줬다. “성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3명이나 등록한 거다. 한분은 나이가 50이 넘고 자식까지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도 남자 눈을 똑바로 못 봤다. 수업 내내 우시더라. 수업이 진행되면서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 수강생 성비는 6 대 4로 남자가 조금 더 많다. “50대 남성 분이 많이 오신다. 직업군도 다양하다. 기업체 임원이나 교수, 사업하시는 분도 많다. 부부관계를 개선하려 찾아오시는 분들이다. ‘내가 조금만 일찍 성공대학을 들었으면 이혼 안 했을 텐데’ 한탄하는 분도 봤다.”
   
   임씨가 성학의 길로 들어선 데는 두 남자의 역할이 컸다. 한 명은 마광수 교수다. 연세대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던 임씨는 교양수업에서 마 교수와 조우한다. ‘가자 장미여관으로’. 운명일까. 그녀의 이름도 장미다. “첫 강의에서 그야말로 ‘뿅 갔다’. 대강당에서 한 교양 강의였다. ‘일주일에 자위 몇 번 하냐’ ‘오럴섹스도 하는가’ 이런 말이 오가는 거다. 그 길로 국문과 부전공을 신청했다. 마 교수님 연구실은 항상 열려 있었다. 빨간 입술 모양 재떨이를 가운데 두고 맞담배를 피웠다. 소탈하고 권위의식 없는 분이었다. 서로 연애 근황을 털어놓곤 했다.”
   
   
   거짓 오르가슴 낳는 야동
   
   또 한 명의 남자는 과거의 연인, 스위스에서 함께 살았던 ‘남아공 왕자’다. “남아공 어느 부족왕자였다. 영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눴다.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했다. 섹스는 정신과 육체의 합일이다. 그와 함께 최고의 섹스를 경험했다. 탄트라 최고 경지까지 갔다. 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남녀가 최고 경지에 이르면 일종의 수증기 현상이 일어난다.’ 섹스를 하는데 시야 한쪽이 뿌얘지는 거다. 눈을 비벼도 그대로더라. 나중에 알았다. 아 그게 수증기 현상이었구나.” 신비한 경험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섹스를 계속하니 내 의식이 꽃밭으로 갔다 우주로 가더라. 다음 날이었다. 길에서 담배를 피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데 바람이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더라. 그게 느껴지더라. 3일간 몸에서 꽃 향기가 났다.”
   
   도교에 ‘방중(房中)’이 있다. 흔히 ‘방중술’이라 표현하는 수행법이다. 도교에선 우주가 음양의 2기(二氣)로 이뤄졌다고 본다. 모든 만물은 음양의 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음양이, 즉 남녀가 교접하지 못하면 기가 통하지 않아 몸에 병이 생긴다고 본다. 지나쳐도 문제다. 몸이 금방 망가진다. 그러기에 방중을 수련해 불로장생해야 한다는 게 방중의 가르침이다. 여성이 오르가슴 상태에 오랜 시간 머물면 기경팔맥(奇經八脈)이 뚫린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기경팔맥이 통하면 도를 깨닫는다. 성(性)으로 성(聖)에 닫는 경지다. 만약 임씨의 표현대로라면 기경팔맥이 뚫리는 경험을 했는지도 모른다.
   
   수업은 이론과 실습으로 이뤄진다. 섹스에 무슨 이론이 있을까 싶은데, 들어보니 간단치 않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터치’였다. “탄트라 수행법에 감각명상이란 게 있다. 서로의 눈을 가린 채 상대의 몸을 서서히 어루만진다. 몸의 세포가 이완되어 상대에게 활짝 열린다. 봄날 미풍처럼 상대에게 다가가라.” 몇 가지 이론을 간단히 공부한 후 실습으로 들어갔다. 짝을 지어 마주 보고 섰다. 상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힘을 빼라.” 임씨가 지적했다. 실습 후엔 다시 둘러앉아 자유롭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40대 남성은 과거 ‘야동’을 보며 성매매 업소에 드나들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야동, 즉 포르노 동영상에 대한 임씨의 생각은 단호하다. “야동을 만드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남성이다. 여성의 감성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야동 속 여성들은 거짓으로 오르가슴을 연기한다. 청소년 시기부터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하면 조루가 될 위험도 높아진다.” 성 문화 자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약회사 화이자가 비아그라를 내면서 전 세계인의 성생활 만족도를 조사했다. 1등은 멕시코(75%)다. 브라질, 미국, 스페인이 뒤를 잇는다. 스페인이 왜 만족도가 높은지 아나. 대화를 많이 해서다. 전 세계 평균이 50%다. 절반은 성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답했단 얘기다. 한국은 꼴찌다. 남성은 9%, 여성은 7%만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그런데 부부간 성생활은 엄청 중시한다. 한국 남성의 91%, 여성의 85%가 성생활이 중요하다 답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단 얘기다.”
   
   일부 ‘아재들’의 그릇된 성적 발언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좀 됐다. 임씨의 생각은 이렇다. “한국의 50대 남성들은 사실 사회적 피해자다. 윤리의식의 피해자. 20대 때 여러 여성을 만나봤어야 하는데 못 했다. 일만 열심히 하다가 이제야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거다.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이해는 간다. 그런데 정신 차려야 한다. 올바른 이성관, 연애관이 뭔지 모른다. 매너도 없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서다. 50대 중년들 99%가 키스를 못 한다. 키스는 영혼의 접촉이다.”
   
   임씨는 “섹스란 감성, 교감, 배려가 통합적으로 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의의 섹스는 대화하고 밥 먹고 얘기 나누는 것까지 포함한다. ‘슬로섹스(Slow Sex)’를 강조하는 이유다.”
   
   임씨는 12월 1일 아프리카TV에 진출한다. 성과 연애에 관해 실시간 상담을 한다. “처음엔 창피했다.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해마다 시선이 달라지더라. 지금은 ‘존경한다’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문명사회가 불행해지는 데는 성생활 탓이 크다. 배금주의가 판치며 편안하게 섹스할 시간도 사라졌다. 야근에, 회식에. 부모가 불행하면 애들도 불행하다. 섹스가 잘 풀리면 삶이 행복하다. 이 사회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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