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석이가 없어졌어요. 바지 아래를 잡으며 밖을 가리켜서 화장실 가고 싶다는 의미로 알고 다녀오라고 했거든요. 20분째 돌아오지 않아요. 화장실에도 없고요.”

우석이 담임선생님이 수업 중에 다급히 달려오셨다. 특수학급 교사인 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걱정 마세요. 근처에 있을 거예요. 잠깐 한눈팔다가 돌아올 거예요.”

교실에서 갑자기 사라진 우석이. 다 이유가 있다. 3학년 우석이는 언어·뇌병변 2급의 선천적 장애아동이다. 입학 당시 말을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인지능력은 만 3세 이하의 수준이어서 통합교육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또 순식간에 사라지는 문제행동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보호관심 1호 학생이었다. 그래서 특수교육실무원 선생님이 입학 때부터 함께 다니며 우석이의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지원했다. 활동량이 많은 우석이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이면 동생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늘 그 뒤를 따라다니는 실무원 선생님으로선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장애아동들의 문제행동은 반드시 지도되어야 한다. 지도하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학교 내 놀이터와 같이 도로로 나가는 출입구가 봉쇄된 비교적 안전이 확보된 장소에서 아이와 함께 어울려 놀다가 지도교사나 보호자가 숨어본다. 그리곤 아이가 보호자가 없어진 것을 인지하는지 숨어서 지켜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호자를 찾거나 우는 반응을 보인다. 그때 보호자가 아이를 불러서 보호자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한다. 이런 연습이 충분히 반복되면, 아이는 놀면서도 보호자의 위치를 항상 의식하게 된다.

우석이 역시 이런 연습과정을 거쳤다. 한때 우석이는 보호자를 벗어나 도망가서 종종 찾기 어려웠지만 이젠 내 주변에 맴돌게 되었다. 현장체험학습으로 학교 밖을 나가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위치를 의식한다.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소리를 지르며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뛰어온다. 그렇다고 무조건 우석이를 믿어도 안 된다. 우석이와 낯선 곳에 가면 우석이를 두고 숨어본 후 의식하는지 훈련을 해본다. 이런 식으로 우석이가 보호자를 의식하도록 지도한 뒤 체험학습을 하면 우석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올해 우석이는 실무원 선생님 없이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쉬는 시간이면 우석이는 실내화를 운동화로 스스로 갈아신고, 운동장에 뛰어나갔다가 수업 시작 종이 울리면 친구들을 따라 교실로 돌아온다. 이제 우석이는 쉬는 시간에 스스로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장애학생들에게 보호자, 선생님이 보이는 곳에 있도록 지도하는 것은 중요하다. 길을 잃었을 경우 비장애학생들에 비해 상황을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누구보다 빨리 운동화로 갈아신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우석이를 보면 건강하게 잘 성장하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교사와 보호자의 작은 노력이 우리 아이들을 더 건강하고 자유롭게 성장하게 할 수 있다.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경남 창원 웅천초등학교 교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