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18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아래), 2터미널 위로 탑승동, 1터미널이 보인다. ⓒphoto 인천국제공항공사
오는 1월 18일 개항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아래), 2터미널 위로 탑승동, 1터미널이 보인다. ⓒphoto 인천국제공항공사

오는 1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개장을 앞두고 환승경쟁력 추락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절반 이상의 국제선 여객수송을 담당하는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항공사의 수속카운터 배치가 1터미널과 2터미널로 각각 쪼개지면서다. 대한항공이 창립멤버로 속한 스카이팀 소속 20개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 미국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은 새로 문을 여는 2터미널, 그 외에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베트남항공, 대만중화항공 등 나머지 16개 항공사는 모두 1터미널로 자리배치가 조정됐다.

항공동맹체 소속 항공사들은 승객 이용편의, 비용절감 등을 위해 사실상 하나의 항공사처럼 ‘코드셰어’ 형태로 공동운항하고 있다. 공동운항편의 경우 실제로 탑승하는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속을 마친 뒤 비행기에 탑승해야 한다. 가령 인천과 중국 상하이 푸둥 구간을 이용한다고 치자. 대한항공을 예약했음에도 실제 운항하는 비행기가 같은 스카이팀 소속의 중국동방항공일 경우 수속은 대한항공 카운터가 있는 인천공항 2터미널이 아닌 동방항공 카운터가 있는 1터미널로 가서 탑승수속을 마쳐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항공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항공사 카운터를 잘못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항공동맹체 소속 항공사가 같은 터미널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착오가 있어도 금방 찾아갈 수 있다. 하지만 공동운항편 항공사가 별도 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해야 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터미널 간의 거리가 멀다면 발권 지연으로 자칫 예약했던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새로 개장한 인천공항 2터미널의 경우가 딱 이렇다. 인천공항 1터미널과 2터미널은 자동차로 약 15㎞, 약 13분, 공항철도로는 5.8㎞, 약 7분 거리에 있다. 인천공항 측은 1터미널과 2터미널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로는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다. 탑승수속과 보안검색 등을 위해 최소 탑승 2시간 전에 도착해야 하는 국제선 여객은 자칫 실수를 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국제선 여객을 가장 많이 실어나르는 대한항공과 같은 스카이팀 일원으로, 거의 대부분의 중국 노선을 공동운항하는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은 이 사태에 대비해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다.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은 2016년 기준 각각 183만6037명, 183만3140명을 실어나른 인천공항 1, 2위의 외항사다.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은 대한항공과 사실상 거의 모든 한·중 노선을 공동운항 중인데, 정작 탑승수속 카운터는 대한항공이 2터미널,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이 1터미널로 분산돼 있다.

“큰손 푸대접하나”

주로 중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남방항공과 동방항공 이용객 중에는 항공 여행에 처음 나서는 초보 관광객도 부지기수다. 2016년 중국의 출국여행객은 1억2200만명으로 전체 중국 인구(13억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중국인 여행객들은 2017년 전체 국민(5000만명)의 절반이 넘는 2600만명이 출국한 한국에 비해 항공이용 경험이 일천하다. 이에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2터미널 개항 초기 대한항공과 남방항공, 동방항공 공동운항편을 이용하는 승객 중 터미널을 잘못 찾아 진땀을 빼는 여행객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측도 각 항공사와 연계해 공동운항편에 대한 탑승안내를 강화하는 식으로 비상사태를 준비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2터미널 개항 초기 오도착 여객을 하루 775명 정도로 예상하는데 이 중 350명 정도가 공동운항에서 나올 것”이라며 “개항 초기 1터미널에서도 대한항공 임시 수속카운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잘못된 퍼즐은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2터미널에 배정하면서 벌어졌다.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국제선 수송실적 1위 항공사로, 2016년에만 약 1666만명의 여객을 실어날랐다.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1236만명)보다 400만명 이상 많다.

여객수송 인원이 많으면 수용인원이 큼직한 큰 집에 배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의 연간 여객처리능력은 5400만명. 사실상 5400만명은 1터미널(3000만명), 탑승동(1400만명) 등 당초 계획한 여객처리용량인 4400만명을 1000만명가량 능가하는 수치다. 2터미널은 아직 1단계 공사밖에 끝나지 않아 수용능력이 1터미널(5400만명)의 3분의 1에 그치는 1800만명에 불과하다. 여객기 최대 주기대수는 1터미널이 108대, 2터미널이 56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새집이지만 수용인원과 항공기가 1터미널의 절반에 불과한 2터미널로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함께 공동운항을 하는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 중 미국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3곳만 따라오고 나머지 16개는 모두 낙오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2터미널로 들어간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도 문제다. 미국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 항공은 모두 선진국 항공사다. 사실 이들 항공사는 외항사 여객실적 기준 15위권 안에도 못 든다. 정작 여객수송 실적 기준으로 인천공항의 최대 외항사 고객은 남방항공, 동방항공,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홍콩 캐세이퍼시픽, 필리핀항공, 베트남항공 순이다. 이 중 남방항공, 동방항공, 베트남항공은 대한항공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스카이팀 소속 대형항공사(FSC)지만 1터미널, 그것도 저가항공사(LCC)들이 사용하는 탑승동에 함께 배치됐다. 탑승동은 터미널에서 셔틀트레인(IAT)을 이용해야 해 이용객들이 꺼리는 곳이다. 항공사와 이용객 입장에서는 “큰손인데 국적에 따라 푸대접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 측은 오는 2023년까지 2터미널 추가 확장을 통해 여객처리능력을 4600만명까지 끌어올리고, 1터미널에 잔류한 스카이팀의 모든 항공사를 2터미널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은 1터미널과 탑승동 5400만명에 더해 2터미널(4600만명)로 연간 여객처리능력 ‘꿈의 1억명’ 시대를 열 수 있게 된다. 이 경우에도 2터미널이 개항하는 2018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스카이팀 항공사 분산에 따른 5년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 기간에는 동아시아행 항공수요가 급증하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모두 열린다. 자칫 동아시아 3대 올림픽과 함께 오는 ‘황금 수요’를 모두 날려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공백을 줄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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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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