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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89호]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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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중교통 전부 공짜! 대만 가오슝의 교통 실험

최창근  대만 전문 작가 caesare21@hanmail.net

▲ 겨울철 3개월간 무료화된 대만 가오슝의 시내버스. 대중교통 무료화에도 스쿠터를 타는 사람은 여전하다.
2017년 12월 19일 남(南)대만의 관문인 가오슝(高雄) 샤오강(小港)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가오슝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잿빛이었다. 택시기사에게 하늘이 뿌연 이유를 물었다. “대기오염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한 AQI(Air Quality Institute)의 평균 대기질 지수는 137, 노약자나 임산부 건강에 좋지 않은 수준이었다. 가오슝은 대만 제1항도(港都)다. 대만 전체 수출입 물자의 2분의 1 이상이 가오슝항을 거친다. 동시에 가오슝은 공업도시다. 중국강철, 대만국제조선, 대만중국석유, 탕룽철강 대만 주요 중화학공장도 가오슝에 있다. 린위안(林園)공업구는 대만 남부 최대 석유화학공단이다. 가오슝의 대기질이 나쁜 것은 필연이다.
   
   대기오염은 가오슝뿐만 아니라 전(全) 대만이 당면한 문제다. 그중 ‘초미세먼지 공습’이 심각하다. 지름 2.5㎛(0.025“㎜) 이하 초미세먼지(PM2.5)가 연중 대만 상공을 뒤덮는다. 초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파고들어 기침과 천식은 물론 심장질환, 뇌졸중의 주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심할 경우 폐암으로 목숨을 앗아간다. 2016년 대만 5대 사망원인으로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당뇨병이 꼽혔다. 암 중에서 폐암이 1위였다. 모두 미세먼지와 관련이 있다. 미세먼지 오염은 대만 중남부, 그중 타이중(臺中)·타이난(臺南)·가오슝에 이르는 ‘서부 공장벨트’가 심각하다. 설상가상 겨울철이면 북서풍이 불어와 중국 대륙의 오염공기 덩어리를 대만으로 실어 나른다.
   
   가오슝에 머문 일주일 동안 신문·방송에서 볼 수 있었던 뉴스도 ‘대기오염 방지대책’ 관련이다. 행정원 환경보호서(署)와 지자체들의 관련 대책 수립·시행방안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됐다. 라이칭더(賴淸德) 행정원장(국무총리)은 지난 12월 22일 “2030년까지 대만 내 모든 버스를 전기차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화석연료 사용 스쿠터는 2035년부터,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는 2040년부터 판매 금지된다. 수도 타이베이의 유명 사찰인 싱톈궁(行天宮)의 향로도 모두 철거됐다. 2017년 12월 31일 새해맞이 불꽃놀이도 금지했다. 음식 조리 관련 규제도 강화됐다. 훠궈(火鍋·중국식 샤브샤브)와 숯불구이 식당에는 공기정화설비 설치가 의무화됐다.
   
   대만에서도 ‘대표 대기오염 도시’로 꼽히는 가오슝 역시 지난 12월부터 특단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2017년 12월 1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관내 대중교통을 전면 무료화한 것이다. 3개월 동안 시내버스·경전철(輕軌)은 운행시간 내 전면 무료, 지하철에 해당하는 제윈(捷運·MRT)은 오전 6시30분~8시30분, 오후 4시30분~6시30분 출퇴근시간대 승차요금이 면제된다. 교통카드 사용자에 한해서다.
   
   가오슝시의 파격정책은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고 승용차와 스쿠터 이용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가오슝은 수도 타이베이에 비해 대중교통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2008년 3월 개통한 제윈은 총연장 51.4㎞의 2개 노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송분담률은 16% 선에 그친다. 같은 기간 서울지하철의 수송분담률 40%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7개 버스회사가 운행 중인 버스의 수송분담률도 10% 선에 그친다. 가오슝시가 3개월간 대중교통 무료화에 투입하는 예산은 2억1000만대만달러(약 75억원)에 달한다.
   
   
▲ 무료화에도 한산한 가오슝 최대 환승역 메이리다오역.

   대기오염 주범인 스쿠터 이용률 여전히 높아
   
   하지만 투입 대비 대중교통 무료화에 따른 효과는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실제 가오슝에 머문 일주일 동안 매일 버스·제윈·경전철을 무료로 이용했지만 ‘붐빈다’고 느낀 경우는 없었다. 가오슝시의 유일한 환승역인 메이리다오(美麗島)역은 출퇴근시간대조차 한산했다. 비교적 인파가 많은 제윈역은 고속철(HSR) 종착역인 쭤잉(左營)역 정도였다.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제윈역 탑승구 3분의 1 정도는 사용금지 중이다. 당초 편성 열차를 3분의 1 줄여 운행 중이라는 의미다. 이용객이 적다는 방증이었다. 버스의 주 이용객은 필자 같은 외국인이나 노약자이다.
   
   옛 가오슝 항만철로에 가설된 경전철도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매일 무료로 탑승한 경전철의 좌석은 절반 정도 비어 있다. 탑승객도 가오슝 시민이 아닌 방문객·관광객이 다수였다. 가오슝에 거주하는 현지인·현지교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전철이 생긴 줄은 알았지만 실제 타본 적은 없다”고 했다. 가오슝 시민들도 “대중교통이 무료라 하여 승용차나 스쿠터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까?”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실제 대기오염의 주범인 스쿠터 이용률은 여전히 높다. 스쿠터는 엔진 구조 특성상 자동차에 비해 배기가스 배출이 많다. 스쿠터는 대만인이 가장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전체 대만인구가 2300만명, 스쿠터는 1500만대 정도다. 한산한 도로를 질주하는 것은 승용차나 버스가 아닌 스쿠터다. 가오슝 시민들이 스쿠터를 애용하는 이유는 편리성과 저렴한 유지비다. 3년째 가오슝에 거주 중인 한 현지 교민은 이렇게 말했다. “가오슝 대중교통, 그중 버스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노선도 문제고 배차간격도 길다. 현지인들은 버스노선도 잘 알지 못하는 형편이다. 같은 학교 대만인 교수에게 내가 버스노선을 가르쳐주었을 정도다. 가오슝 사람들이 스쿠터를 애용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도 빚는다. 지방선거를 1년가량 앞둔 현재 선거전은 벌써 과열 양상이다. 민진당 최대 지지기반인 가오슝에서는 현 시장 천쥐(陳菊)가 3선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민진당, 제1야당인 국민당 후보들이 하나둘씩 출사표를 던졌다. 1950년생인 천쥐 현 가오슝시장은 1979년 시국사건인 ‘메이리다오 사건’ 주모자로 체포돼 7년 복역 후 정계에 입문했다. 2000년 민진당의 첫 집권 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 1기 내각의 행정원 노공위원회(勞工委員會) 주임(노동부 장관에 해당)을 지냈다. 2006년 가오슝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 가오슝현(縣)·시(市) 통합 시장에 당선, 2014년 재차 연임하여 12년째 재임 중이다. ‘화마(花媽·꽃엄마)’란 애칭으로 불리는 그의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2017년 11월 20일자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 무료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기시감이 들게 하는 두 도시의 닮은꼴 정책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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