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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0호]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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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

대만 카스텔라가 한꺼번에 사라진 이유?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얼마 전까지 전국 어디서나 ‘먹자골목’이라면 반드시 보이던 가게가 있었다. 연어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연어 무한리필 가게다. 2015~2016년을 기점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연어 무한리필 가게는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왜 한꺼번에 생겨났다 한꺼번에 사라졌을까.
   
   책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35)씨는 “장기적 안목을 갖추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단기 호재에 너도나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양식 연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해 국제 연어 가격의 표준지표로 쓰이는 노르웨이의 양식 연어 가격을 보자. 2014년 초에 1㎏당 연어 가격은 8달러에 육박했던 것이 2015년에는 5달러로 떨어졌다. 연어는 젊은층에 인기 있는 식재료다. 연어 가격이 저렴해지니 무한리필 가게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김영준씨는 “2015년에 연어 가격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 연어 무한리필 가게를 열었던 사람이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고 말했다. ‘왜 연어 가격이 갑자기 떨어졌느냐’에 대한 것이다. 2014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지역을 강제로 병합했다. EU는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는 노르웨이 연어의 최대 수입국이다. 자연히 연어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이 떨어졌다. 경제 제재가 풀리면 가격이 오를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씨는 “누구나 쉽게 검색 가능한 국제 연어 가격 그래프의 장기 추이를 보면 등락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어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연어 가격이 왜 낮은 것일까 생각해 보고 인터넷에서 연어 가격을 한번 검색해볼 만합니다. 하지만 그 많던 연어 무한리필 가게에 뛰어든 사람들 중 그만한 공부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만 카스텔라도 그렇고 생과일주스도 그렇습니다. 자영업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자신이 할 아이템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은 거의 없고, 월수익금이 얼마나 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이죠.”
   
   그동안 자영업자와 관련된 책이란 대개 ‘자영업자로 성공하기’ 같은 안내서이거나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성공담에 그쳤다. 그러나 경제 분야 유명 블로거인 김영준씨는 자영업시장에 대해 깊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네이버 블로그를 11년간 운영하면서 소비시장을 분석하는 일을 해왔다. 경제학과 투자이론,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그의 글을 챙겨 읽어 보는 사람은 1만명에 가깝다.
   
   “왜 사람들이 우르르 같은 아이템으로 창업하고 우르르 망하는 것인지, 왜 자영업자가 어렵다는 얘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인지 분석하는 일은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영업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책에는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이라는 새로운 분석 틀이 나온다. 투자이론에서 주식의 이익 전망을 점치는 ‘이익 예상 라이프사이클’을 본떠 김영준씨가 만든 것이다. 한 아이템이 시장에서 어떻게 관심을 받고 사라지는지를 원형으로 그린 것이다. 대부분 유행하는 아이템은 ‘틈새 아이템’으로 시작했다가 ‘힙(hip)한 아이템’이 된다. 힙하다는 것은 새롭고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누구나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들만 아는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 즉 힙스터에게 틈새 아이템은 좋은 유흥거리다. 그러나 곧 힙한 아이템은 ‘소비자 관심 증가’ 단계를 맞는다. 그리고 누구나 그 아이템으로 창업하고 싶어하는 ‘기대와 확산’ 단계를 거친다. 그러다 ‘대유행’을 하고 속속 가게가 등장하는 ‘전환점’을 맞는다. 처음에는 줄을 서서라도 아이템을 가지려고 하지만 금세 ‘소비자 관심 하락’ 단계로 접어들고 “줄서서 먹을 만큼은 아니더라”라는 ‘실망과 감소’ 단계가 오면서 마무리된다.
   
   여기에서 수익을 거두는 사람은 ‘틈새 아이템’이나 ‘힙한 아이템’ 단계부터 진입한 사람이거나 최소한 ‘대유행’ 전에 자리 잡은 사람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대와 확산’ 단계에서 진입하려고 마음먹고 ‘대유행’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가게 문을 연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난 것이다. 닭강정이 그랬고 대만 카스텔라나 인형뽑기방 같은 수많은 유행 아이템이 이 사이클을 거쳤다.
   
   “한국 자영업시장은 아이템 만능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템만 좋으면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이 있지요. 하지만 사업의 성공은 아이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근거 없는 낙관이 가져오는 실패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때와 방법이 맞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 ‘때와 방법’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저는 자영업자야말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를 할 때도 사람들은 무척 많은 공부를 하잖아요. 내가 투자할 종목이 장차 어떻게 될 것인지 예상도 하고요. 그런데 유독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근거 없는 낙관에 빠져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정확한 데이터, 합리적인 근거 없이 ‘대충 잘될 거야’ 생각하고 뛰어든 사업이 뜻대로 굴러가기는 힘들다. 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 때문에, 같은 아이템으로 훨씬 안정적으로 장사하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탓할 수 있는 외부 요인이 계속해서 생긴다.
   
   “사실 저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골목상권을 일방적으로 죽인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막무가내식 팽창은 분명히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를 무작정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프랜차이즈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곳이다. 김영준씨는 “성공하겠다고 나선 자영업자라면 최소한 프랜차이즈보다는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동네 빵집을 몰락시켰다고 한창 문제 삼을 때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네 빵집이 파리바게뜨에 밀려 많이 사라졌었지요.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파리바게뜨보다 훨씬 품질 좋고 맛 좋은 빵을 파는 동네 빵집, 잘나가는 동네 빵집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일종의 기준점입니다. 최소한 프랜차이즈만큼은 해야 한다는 기준이 되지요.”
   
   그저 ‘장사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하는 자영업자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템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 확신이 있는 자영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김영준씨의 주장이다. 단지 레시피를 배우고 인테리어를 멋지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와 시스템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영업자들이 능력에 맞는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영준씨는 ‘골목의 전쟁’을 읽고 유독 “창업하려던 꿈을 접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누구나 창업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는 이제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시장은 어느 곳보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자율적이고 경쟁적이어서 어느 시장보다 더 많은 준비가 이뤄져야 하는 곳입니다. 그 시장을 지금껏 성공담 몇 가지, 전략 한두 가지로 진입하려 했던 손쉬운 자영업자들이 이제는 반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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