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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펴낸 조벽ㆍ최성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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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1호]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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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 펴낸 조벽ㆍ최성애 소장

“외주 육아 부추기는 정책 애착손상 대재앙 초래”

‘뇌도 다 자라지 않은 갓난아이가 뭘 알까?’라고 생각한 부모가 있다면 꼭 알아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애착손상’이다. 애착손상이란 위기상황에 처하거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말한다. 애착(愛着)의 핵심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주고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중요한 것은 애착형성 시기가 만 2세 무렵까지라는 것. 이 시기에 애착형성이 되지 않으면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트라우마를 남긴다.
   
   애착 개념이 주목받은 건 최근 들어서다. 한국은 애착손상 개념이 생소하지만, 세계심리학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화두로 부상했다. 선진국에서 급증하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연구하다가 애착손상이라는 근원적인 뿌리를 발견해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2017년 감정코칭협회 학술대회’의 키워드 역시 ‘애착’이었다. 미국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첫 1~3년 관계가 정책수립자와 복지사·유아교육자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애착 개념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린 이는 최성애·조벽 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이다. 부부인 두 사람은 최근 애착손상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책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를 함께 냈다. 청소년 감정코칭과 교사들의 교습법, 부부 클리닉 등 심리학 분야에서 다양한 책을 내온 다작(多作)의 학자들이지만, 이번 책은 유독 집필 시간이 길었다. 캐나다에서 20년간 450명의 고위험군 청소년을 연구한 루시앵 래리, 애착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존 볼비, 트라우마 연구의 선구자인 미국의 주디스 허먼, 베셀 반 데어콜크 등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를 집대성했다. 직접 만난 학자도 여럿이다. 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뇌과학, 사회학과 생물학, 문화인류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에서 접한 다양한 상담 사례를 담았다.
   
   책은 육아서라기보다 경고문에 가깝다. “애착육아를 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파국을 몰고 옵니다”라는. 한국 사회 전반에 보내는 옐로카드다. 아니, 옐로카드로는 약하다. 아주 강력한 레드카드라는 표현이 맞겠다. 지난 1월 8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HD행복연구소에서 만난 부부는 마주 보고 앉자마자 열변을 토해냈다.
   
   “애착손상의 위험성은 매우 큽니다. 국가의 시급한 어젠다인 저출산 문제는 물론 학교폭력과 자살, 관심병사, 아동학대 등이 모두 애착손상과 관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육정책은 애착손상을 부추기는 쪽으로 가고 있죠. ‘낳기만 해라, 국가가 키워줄게’ 식의 육아정책은 위험합니다.”(최성애 박사)
   
   “현재 보육정책의 방향은 잘못됐어요. 힘든 육아를 ‘해방’시키는 쪽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조벽 교수)
   
   
   - 유럽과 북미 등은 애착손상 3세대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어느 단계인가.
   
   조벽 “1세대가 형성되는 단계다. 사회문제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성애 “ADHD 판정을 받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현장 교사들에 의하면 예전에는 유난한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대다수가 그렇다고들 한다. 그렇다 보니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힘들어서 장기근무를 안 하고, 아이들은 양육자가 자주 바뀌니 힘들어서 집에 와서까지 짜증을 내니 엄마 아빠도 힘들고 지친다. 직장 다녀와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즐겁고 보람된 게 아니라 지겹고 힘드니 아이를 많이 낳을 엄두를 못 낸다. 애착손상으로 인한 악순환이다.”
   
   
   - 애착손상은 왜 발생하나.
   
   최성애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깊고 지속적인 유대감으로, 아이와 애착대상 사이에서 형성된다. 엄마나 아빠뿐 아니라 아기를 돌봐주면서 아기와 상호작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형성 가능하다. 말하자면 안전기지인 셈이다. 애착대상이 자주 바뀌면 유아기 아이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죽음과도 같은 공포와 고통을 느낀다. 양육자가 자주 바뀌면 아기는 무기력감, 분노, 적개심, 불안, 슬픔, 우울 등이 내재화되고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입어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 여러 가지 문제라면.
   
   조벽 “애착손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전 연령에 걸쳐 발생한다.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는 자라면서 폭력적이거나 반사회적 행위를 할 확률이 높다.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문제아, 군인이 하면 관심병사, 성인이 하면 범죄자, 권력자가 하면 갑질이 된다.”
   
   
   - 무섭다. 만 2세까지의 애착형성이 평생 영향을 끼친다니.
   
   조벽 “그렇다. 나무와 같다. 애착손상이라는 뿌리가 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너무나 많다. 개별적으로 다루자면 끝이 없다. 한 가지 문제만 가진 경우도 거의 없다. 다양한 증상이 중첩되어 나타난다. 애착손상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은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고통받으면서도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최성애 “애착 트라우마는 다른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에서 놀림당하고 왕따의 표적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자아이는 대개 자신감이 없고 자기 표현이 서툴러서 학대 표적뿐 아니라 성추행과 성폭행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집중을 잘 못 하니까 ADHD 진단을 쉽게 받고, 공부에 호기심과 즐거움이 없으니 아이들이 시들시들하다. 그러다 한 가지에 빠지면 푹 빠져 중독되기 쉽다. 게임중독, 섹스중독, 도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 성인이 되면 좀 나아지지 않나.
   
   최성애 “그렇지 않다. 연인관계, 이성관계, 동료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연인 사이에서는 집착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잠시만 떨어져도 버림받을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기는 거다. 부부 문제로 우리 센터를 방문하는 분들 상당수는 근원적으로 애착 문제가 있다.”
   
   
   - 너무 환경적 요인에 치중한 관점 아닌가. 유전적 소인과 개개인의 회복 탄성력도 작용할 텐데.
   
   조벽 “사람들은 다양한 유전적 요소를 지니고 태어난다. 어떤 유전적 요소가 발현될 것인가는 경험에 의해 선택된다. 어떤 것은 잠재되지만 어떤 것은 부각되어 나타난다.”
   
   
   - 애착손상과 사이코패스와의 필요충분조건은.
   
   최성애 “애착손상이 다 사이코패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연화되어 타인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내면화되어 우울이나 자살로 가는 사람도 있다. 외연화될지 내면화될지는 유전적·환경적 소인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 하려면 너무 방대해져서 이번 책에서는 핵심 메시지를 주는 데에만 치중했다. 애착손상의 위험성이 큰데, 우리는 거꾸로 애착손상을 조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저출산, 학교폭력, 관심병사, 아동학대 등이 모두 애착손상과 관련 있다. 이를 애착손상의 연장선에서 총체적으로 봐야 적은 비용으로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이런 메시지를 정책 입안자들과 논의해봤나.
   
   최성애 “몇 년 전 정부에서 무상보육 정책을 내놓을 당시 청와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낳기만 하면 정부가 키워준다’는 정책의 위험성을 설파했다. 위험성을 느낀 청와대 관계자가 나섰고, 2주 후 국회에 가서 이 사안을 다뤘다. 하지만 정치적 현안이 되면서 유야무야됐다.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고 엄마들에게 과중된 부담을 안긴다는 이유였다.”
   
   
   - 당시 대안으로 어떤 정책이 오갔나.
   
   조벽 “무상보육은 좋은 제도인데,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방법론에 대한 차원이었다. 가장 쉬운 것은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조하는 메시지를 실현하려면 복잡하다. 부모 등 주 양육자가 영유아들을 위해 장기적으로 함께 있어주려면 기업과 조직까지 끌어들여야 하고, 그 효과도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 무상보육이 애착육아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할까.
   
   최성애 “부모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건 굉장히 힘든 문제다. 국가는 물론 기업과 공동체 다 같이 관심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애착형성이 되는 24~30개월까지는 애착대상이 안정적으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 그 이후에 단계적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다. 그것도 하루 종일이 아니라 엄마 아빠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두고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애착이 단절된 채로 어린이집에 보내고,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는 수시로 바뀐다.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가 대단위로 자라면 장차 엄청난 후유증이 생길 거다.”
   
   조벽 “핵심 해결책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해방시켜주는 쪽이 아니라 아이 키우는 것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거다.”
   
   
   - 행복을 느끼게 하는 정책이라면.
   
   최성애 “스웨덴에서는 15개월 동안의 출산 후 육아휴직을 준다. 통상임금의 80%를 육아휴직수당으로 지급하고, 확실한 복직을 보장한다. 또 추후 8년 동안 아이가 아프거나 소풍갈 때 엄마 아빠가 최대한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돼 있다.”
   
   조벽 “결국 돈 문제다. 돈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육아휴직을 15개월로 늘리면 예산 문제의 벽에 부딪힐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를 계산하면 오히려 엄청나게 싼 거다. 현재 출산과 보육에 몇조원을 쏟아부어도 실효성이 없지 않나.”
   
   
   - 우리보다 먼저 애착손상을 겪은 외국의 경우 어떤 후유증이 있었나.
   
   조벽 “1970년대 미국에 갔을 때 거리에 청년 거지들이 넘쳐났다. 목표나 방향의식이 없어 보였다.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대기업 임원이나 할리우드의 유명인사, 명문가의 자녀도 있었다. 물질적 금수저이지만 정서적 흙수저들이다. 유럽에도 이런 청년 거지들이 꽤 많았다. 모두 애착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영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동대피 프로젝트를 했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을 폭격이 덜한 안전한 농촌으로 대피시키는 프로젝트로, 도시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참여했다. 낯선 양육자들에게 맡겨진 아이들 중에는 병들거나 사망한 아이가 많았고 집에 돌아온 후에도 불안증, 우울증, 집중력 저하, 학습곤란 등을 겪었다.”
   
   
   - 전쟁 중이라도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건가.
   
   최성애 “그렇다. 영유아 입장에서는 부모 등 애착대상과의 이별이 전쟁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다.”
   
   
   - 24개월 내에 애착손상을 입더라도 추후에 회복 가능한가.
   
   최성애 “회복 가능성과 정도는 아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치료를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벽 “아이에게 어떤 자원이 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내부에 긍적적인 자원이 있으면 치료 확률이 높다.”
   
   

   - 치료는 어떤 식으로 하나.
   
   조벽 “학교폭력 등 청소년의 경우 디톡스를 먼저 한다. 독을 빼는 거다. 애착손상을 입은 아이는 상처를 입었으니. 그후 힐링을 하고 라이프 코칭을 한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미래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힘을 길러주는 거다. 부모도 함께 치료하면 효과가 훨씬 좋고 부부치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성애 “과거에는 부모와 자녀가 분화가 안 되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았다. 지금은 거꾸로다. 영유아기에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영유아기 방치가 최대의 학대이고, 사춘기에는 침범과 통제가 가장 큰 학대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는 대개 거꾸로 한다.”
   
   
   - 애착대상이 반드시 부모가 아니어도 되는 건가.
   
   최성애 “그렇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적어도 첫 두 해, 가능하다면 만 3세까지는 일관된 양육자가 키우면 애착손상을 입지 않는다.”
   
   
   - 애착대상이 부모인 경우와 아닌 경우, 차이가 있나.
   
   최성애 “없다고 볼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등이 일관성 있게 봐 주면 일단은 괜찮다. 그러나 자라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안 되면 부모를 불신하고, 거리를 두고, 간섭을 불편해한다. 이 경우 부모가 겪는 비애가 크다. ‘내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돈을 벌고 일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모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 부모가 키울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성애 “애착대상과 부모와의 호흡과 화합이 중요하다. 할머니가 애착대상일 경우 할머니와 엄마의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도 힘들다. 할머니 말을 듣자니 엄마를 배반하는 것 같고, 엄마 말을 듣자니 할머니를 배반하는 것 같다. 부모와 애착대상이 일관된 양육 원칙과 가치관을 갖고 공동육아를 한다면 괜찮다.”
   
   조벽 “요는, 애착을 영유아기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는 거다. 인생 전체로 봐야 한다. 후유증은 5년 후에 나올 수도, 10년 후, 20년, 50년 후에 나올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 현 정부 들어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나.
   
   최성애 “직접적으로는 없다.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의 삶을 강조하는 친가족 정책을 편다는 거다.”
   
   조벽 “친가족·친아동을 지향하는 모든 정책이 애착손상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 비혼 자녀의 양육을 국가가 책임지자는 정책은 어떻게 보나.
   
   조벽 “어른 관점의 질문이다. 영유아 입장에서는 부모가 합법적으로 결혼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애착손상을 일으키는 요인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누구든 ‘나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있는가’만 중요하다.”
   
   
   - 이혼가정, 비혼가정, 맞벌이 등 환경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인가.
   
   조벽 “애착손상은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벌어진다가 아니다. 이혼이 애착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임에는 분명하지만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최성애 “이혼 등은 위험요소이지만 보호요인이라는 게 있다. 엄마나 아빠가 직접 돌보지 않았더라도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언니, 오빠 등 확대가족 안에서 탄탄하고 안정적인 울타리가 있다면 보호요인이 된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살까지 아버지를 못 보고, 엄마마저 재혼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호요인이 돼 줬다. 또한 이혼을 했더라도 5세까지 안정적으로 생활했다면 보호요인이 되고,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도 하루 중 잠시라도 질 높은 꾸준한 돌봄을 했다면 보호요인이 된다.”
   
   
   - 애착손상 예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최성애 “운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따듯, 부모가 되기 위해 최소한의 부모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기업의 협조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CEO들이 가족 위주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계약조건에 명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능한 CEO가 이혼이라도 하면 업무능력이 저하되어 회사에 엄청난 손실을 끼치기 때문이다. ”
   
   조벽 “부모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다. 하와이에서 1955년에 태어난 698명을 대상으로 40년간 진행한 추적연구가 있다. 열악한 조건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문제 없이 잘 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공통점은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거다. 미국에서는 빅 브라더스 빅 시스터스 프로그램을 100년 넘게 시행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를 정기적으로 만나 멘토 역할을 해주는 제도다. 무엇보다 애착육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먼저다.”
   
   
   - 우리나라는 세대 차가 크다. 50대 이상 세대는 ‘아이는 저 혼자 크는 것’이라는 생각이 흔한데.
   
   조벽 “그 말도 맞다. 그 시절에는 집안에 최소 5~6명이 있었다. 부모가 곁에 없어도 언니 오빠 등 누군가 있었고, 동네 어른들이 참견하고 개입하면서 어른 역할을 했다. 애착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족 구조였다.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영유아 한 명의 신체적·정서적·인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아기 한 명당 최소 네 명의 어른이 필요하다. 대가족 시대에는 가능했다. 지금은 어떤가. 아이 대 어른의 비율이 1 대 1, 기껏해야 1 대 2 정도다.”
   
   
   - 사회 발전 속도가 급격한 한국의 애착손상 문제는 더 심각하겠다.
   
   최성애 “그렇지 않다. 만성이 아니라 급성이기 때문에 치료가 더 쉬울 수 있다. 비만 문제와 비슷하다. 미국의 비만은 더 심각하지만 해결하기 어렵다. 워낙 오랜 문제인 데다 지역도 넓고 다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일문화인 데다 비교적 단기간에 드러난 문제다. 다같이 ‘바꾸자’ 하면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조벽 “두 가지에 승부를 건다. 빨리빨리 문화와 냄비근성. 한국에서는 나쁜 것도 확, 좋은 것도 확 일시에 붐이 인다. 애착손상 문제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란다.”
   
   
   - 희망적인 전망이다.
   
   조벽 “늦지 않았다. 75%의 아이들이 친부모와 살지 않는 미국은 애착손상 문제를 알아도 이미 손쓰기 어렵다. 고립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일본은 정신문제가 심각한데도 기질상 사회적으로 표면화하지 않는다. 한국은 건강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마음건강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정신건강의 핵심이 영유아의 애착문제라는 걸 알면 여기에 최우선 순위를 둘 수 있는 나라다.”
   
   최성애 “맞다. 진짜 정서적 금수저가 될 수 있다. 수많은 문제가 애착손상과 연결돼 있다는 걸 깨달으면 힘을 모아 해결할 수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인은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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