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93호] 2018.01.29
관련 연재물

[심층 취재] 잊혀진 X세대의 비명

1990년대 휩쓴 신인류들은 어디로 갔나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 일러스트 이철원
한때 X세대의 존재감은 막강했다. 1990년대 초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비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 세대의 취향과 사고방식은 파격이었다. 천편일률적 문화에서 벗어나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오죽하면 ‘신(新)세대’ ‘신인류’로 불렸을까. 산업화·민주화 물결이 한차례 휩쓸고 간 X세대에게 관심사는 ‘나 자신’이었다. 개인주의 세대의 탄생을 알리며 등장한 이들은 기존 질서를 전복해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들썩했다.
   
   2018년 현재, 그 많던 X세대는 어디로 간 것일까? X세대는 언제부터인가 세대론의 담론에서 밀려나 있다. 베이비부머, 386세대, 에코세대, 밀레니엄세대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세대전쟁의 치열한 격전지가 된 한국 사회. 세대전쟁의 양극단에는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로 구성된 ‘부자아빠’, 에코세대와 밀레니엄세대로 구성된 ‘가난한 아들’이 있다. 이 사이에 낀 X세대는 논외다. X세대는 통상 1969~1979년생까지를 일컫는다.
   
   X세대가 등장한 지 20여년, 낀 세대로서 이들이 겪는 고충이 크다. ‘어느 세대나 낀 세대는 당연히 힘들지 않나?’란 반문이 나올 법하다. 답은 ‘그렇지 않다’다. 낀 세대로서의 X세대가 직면한 고충이 뚜렷하다. 세계화의 첨병으로 자라났지만 대학 졸업 전후로 IMF 외환위기를 맞닥뜨려 취업전선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승승장구를 거듭해야 하는 30대에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돌아섰으며, 한 푼 두 푼 알뜰히 모은 돈으로 본격적으로 집을 사고 넓히는 40대에는 아파트값 폭등으로 역풍을 맞았다. 그런가 하면 위·아래 세대에 비해 소위 ‘기(氣)’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바이벌 스킬이 내재화된 베이비부머 눈에는 이들이 비실비실해 보이고, 자기표현이 당당한 아랫세대의 눈에는 이들이 답답해 보인다. 디스토피아적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조용히 몸부림치는 세대. 이 시대 X세대의 초상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돈키호테 세대
   
   ‘세대전쟁’의 저자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X세대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낀 세대를 처음 경험하는 세대”라고 했다.
   
   “베이비부머는 성장과정에서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산업화의 수혜를 독점한 세대이고, 2030세대는 성장과정에서 유복하게 자라다가 사회 진출 후 힘든 세대다. 반면 X세대는 성장과정에서도, 성장 후에도 수혜를 받지 못했다. 2차 베이비부머(1966~1974년생)와 겹쳐 성장과정에서도 치열했고 그다지 유복하지도 않았으면서,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심리적으로는 선배세대와 닮아 있는데, 환경은 후배세대와 공유한다. 이중삼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X세대들의 고충을 들어보자. 대기업 과장으로 근무 중인 1976년생 A씨는 자신의 세대에 대해 ‘제자리걸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15년 동안 조직을 위해 충성했다. ‘하면 된다’는 윗세대의 명언을 받들어 야근을 밥먹듯 하고, 자기계발에도 열정을 쏟지만 도무지 전진하는 느낌이 없다. 트레이드밀을 오르막으로 설정해놓고 땀 흘리며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인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전진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윗세대는 이 나이에 차장도 되고, 부장도 됐지만 나에겐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중견기업의 영업부 차장 1971년생 B씨. 그는 ‘위로받지 못하는 자의 슬픔’을 피력했다. “20년째 ‘쎄빠지게’ 일했다. 선배들은 늘 ‘열심히 해, 하다 보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어. 차곡차곡 모으다 보면 집도 생기고’라며 동기부여를 했다. 하지만 아직 집이 없다. 조금만 모으면 될 것 같았는데, 집값은 어느새 또 뛰어 있다. 열 살 많은 윗세대 중에는 아파트 두 채인 분도 많지만 우리 세대는 하우스푸어가 많다. 윗세대처럼 부동산버블의 수혜도 못 받았고, 아랫세대처럼 사회적으로 위로를 받지도 못 한다.”
   
   그런가 하면 언론사에서 일하는 1975년생 C씨는 ‘돈키호테 세대’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다. “윗세대는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대였고, 아랫세대는 꿈이 없는 세대다. 일찌감치 현실의 높은 장벽을 받아들이고 욜로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목표중독의 마지막 세대 같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면서 쉼 없이 돌진하는.”
   
   취재 과정에서 접한 세대론 전문가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전영수 교수는 X세대를 “영원히 주연이 될 수 없는 조연 세대”로, ‘낀 세대의 반란’ 저자 조미진 현대차그룹 전무(인재개발원 부원장)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유독 큰 이중적 세대”로 규정했다. ‘다음 인간’ 저자 이나미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준비가 안 된 채 아재 아지매가 된 당혹스러운 세대”라고 했다. 이나미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X세대는 고도의 경제성장 시기에 성장했으니 경제관념이 희박하고, 막연한 긍정적 습관으로 미래에 대한 대비도 안 한 채 중년이 돼버린 세대다. 저성장 기조를 내다본 2030세대가 꿈을 잃고 조로한 탈진 세대라면, 40대는 청년처럼 늘 꿈만 꾸다가 어느새 겉늙어버린 대다. 영 포티(Young-forty·젊은 사십대)의 등장은 이런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유권자 비율 최대
   
X세대의 나이를 딱 잘라 규정하긴 어렵다. 베이비붐세대나 밀레니엄세대처럼 산술적인 기준으로 출현한 세대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탄생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X세대는 기존 세대의 관습과 질서를 거부하는 세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용어다. “난 달라요”가 이들의 외침.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의 소설 ‘X세대’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1·2차 세계대전 세대와 차별화되는 1960~197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들로, 현재 50~60대가 이에 해당한다. 록그룹 네바다가 X세대의 우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로, 1960년대 후반~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통칭한다.
   
   인구 구성비로 보자면 X세대가 가장 많다. 2016년 기준 40대의 유권자 비율은 20.7%.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그 뒤로는 50대(19.8%), 30대(18.3%), 20대(17.9%) 순이었다. 40대의 표심이 선거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에서 깔대기형으로 바뀌니 만큼 선거판에서 X세대의 위력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X세대에게 부동산은 청년세대 못지않은 아픔이다. 서울 강남의 50평대 아파트는 혼자 힘으로는 언감생심. 평생 이룰 수 없는 머나먼 꿈이다. 이들은 1990년대 초 일산·분당·평촌 등 신도시 개발의 수혜에서도, 2000년대 초반 삼성 래미안·롯데캐슬·대우푸르지오 등 아파트 고급화 시장이 촉발한 부동산 광풍에서도 살짝 비켜나 있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의 지표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978년 31평이 2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가격에도 미분양이 속출했다. 현재의 시세는 15억원 정도. 40년간 무려 75배가 뛰었다. 감이 잘 안 온다면 같은 기간 자동차 시세 변화를 보자. 1978년 포니자동차 한 대 가격은 230만원. 은마아파트의 10분의 1 가격이었다. 현재 동급인 현대 아반떼 자동차 한 대는 1800만원 정도다. 자동차의 경우 40년간 7배 올랐다. 은마아파트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상승률이다.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무리해서 아파트를 산 사람은 단기간에 몇 배에 달하는 자산증식에 성공했고, 아파트 갑부가 늘어날수록 아파트 투기수요도 늘었다. 그럴수록 아랫세대의 진입장벽 또한 점점 높아졌다. 조금만 더 벌면 살 것 같은 기대감을 품고 개미처럼 일했지만 되지 않았다. 신기루 같았다. 연봉 인상률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몇 곱절씩 수직 상승하며 점점 더 멀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자녀에게는 선배 세대가 만들어놓은 사교육 열풍이 기다리고 있다. 사교육 시작 연령은 점점 조기교육화되어 낳자마자 어린이집에 등록하고, 돌이 되면 각종 문화센터에 보내야 하는 분위기가 됐다. 저축은커녕 사교육비에 담보대출 이자가 불어 마이너스통장 금액이 점점 늘어가는 X세대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로 직장에서는 사오정(45세 정년), 삼팔선(38세 명예퇴직)의 압박에 내몰린 지경이 됐다. 인사적체로 승진은 해가 갈수록 늦어지고, 성실하기만 하면 부장까지 자동으로 올라가던 시대는 지났다. 기성세대가 40대 초반에 앉았던 자리를 40대 후반이 되어서야 오른다.
   
   X세대는 뒤늦게 탄식한다. “이럴 줄 몰랐어요.” 한편 M세대(밀레니엄세대)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는, 한때는 꿈이 많았던 윗세대를 보면서 다짐한다. “저렇게 되지는 않겠어요.” M세대는 계산기 두드리면서 현실적인 생존법을 택한다.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포기하는 선택이 대표적이다. 근거 없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노력하는 X세대와는 달리, M세대는 불투명한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욜로족 세대의 첫 탄생이다.
   
   
▲ X세대 중에는 문화계의 걸출한 인물이 많다. 왼쪽부터 K팝 열풍을 이끈 주역인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설치미술가 양혜규, 가수 나윤선.

   X세대 리더십은 기업의 화두
   
   그렇다면 X세대는 암울하기만 한 세대일까. 조미진 전무는 현재의 X세대 리더십에 주목한다. 30년 가까이 한국, 미국, 중국에서 글로벌 인재 육성 전문가로 일해온 그는 X세대의 정체성 정립이 최근 기업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X세대의 속성을 60년간 한국의 압축성장이 낳은 유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한국 기업환경에 대해 “3세대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X세대는 위로는 권위적인 상사의 눈치를, 아래로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팔로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낀 세대는 늘 있어왔지만 위에서 보고 배운 대로의 구태의연한 리더십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기성세대 리더십에서 배울 것은 배우되, 과감하게 일단락하고 다음 세대 리더로 점프해야 한다.”
   
   조 전무가 규정하는 세대별 리더십의 특징은 이렇다. 베이비붐세대는 ‘더 밀어붙이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난의 혹독함을 경험했고,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경제성장을 일군 세대의 경험에서 나왔다.
   
   386세대는 베이비붐세대의 리더와는 차별화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지만 ‘그래도 윗사람인데’ 식의 보수적 생각이 여전하다. 아랫세대에 대해 “너희 생각도 알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윗사람인데”라는 다소 이중적 리더십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 출생해 20대를 밀레니엄 토양 위에서 성장하면서 모바일 활용이 자유자재인 M세대는 끈끈한 관계보다는 프로페셔널하고 쿨한 관계를 한층 매력적으로 느낀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가정의 조화)을 중시하는 것도 특징. 풍요롭고 민주화된 변화한 대한민국에서 20대를 시작하면서 새 시대의 주역으로서의 정체성이 있다.
   
   그렇다면 X세대는 어떨까? 정체성이 모호해 딱 잘라 규정하기 어렵다. 베이비붐세대는 산업화의 주역이었고, 386세대는 민주화의 주역이었다. 한편 밀레니엄 시기에 20대를 보낸 M세대는 모바일 시대 주역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이 분명하다. X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으니 ‘사회’보다는 ‘개인’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하지만 M세대에 비하면 이도저도 아니다. ‘개인의 탄생’ 세대이지만 X세대는 아직 조직에 대한 충성이 개인의 삶보다 우선이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 휴가 포기 등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세대가 바로 X세대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치자면 기성세대와 다르지 않지만, 일개미처럼 묵묵히 의무는 다하면서 권리 주장은 약하다.
   
   M세대가 바라보는 X세대는 ‘제 밥그릇 못 챙기는’ 세대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29세 ‘칼퇴근녀’ 임씨의 말이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9시부터 6시까지가 근무시간인데, 왜 눈치를 봐야 하나. 선배세대(X세대)는 능력은 있으나 답답하다. 온갖 궂은일은 다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부르짖지도 못한다.”
   
   
▲ 조선일보가 선정한 ‘2016 올해의 저자 10’ 중 8명이 X세대다. 왼쪽부터 물리학자 김상욱, 소설가 백영옥, 미술사학자 양정무, 정신분석학자 윤홍균, 국어학자 한성우, 소설가 정유정·한강·장강명.

   덕질과 일의 만남, 전문가 저자의 탄생
   
   1975년생 출판편집자 B씨는 ‘조용한 혁명’으로 자신의 세대를 표현했다. “윗세대는 사회가 엄중했으니 자기 것을 버리고 뛰어들어 세상을 바꿨다. 우리 세대는 그런 윗세대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 나서서 뭔가를 바꿀 용기가 없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조용히 바꾸려 하는 세대가 된 것 같다. 덕질과 일이 교묘히 만나면서 빛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출판계 화두가 ‘전문가 저자의 탄생’이었는데, 대부분 X세대였다.”
   
   조선일보는 2016년 ‘올해의 저자 10’을 선정하면서 지난해를 ‘글 잘 쓰는 전문가 시대’로 규정했다. ‘올해의 저자’ 10명 중 8명이 X세대였다. 소설가 한강, 장강명, 백영옥, 정신과 의사 윤홍균, 물리학자 김상욱, 미술사학자 양정무, 국어학자 한성우가 그들. 정유정은 1969년생으로 X세대에 살짝 걸쳐 있다. 나머지 두 명은 100세를 앞둔 철학자 김형석(97)과 문화인류학도 천주희(31)였다.
   
   그렇게 보면 X세대가 태생적으로 지닌 전복적 성향은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기성세대의 음악과 과감히 결별하고 K팝 열풍을 이끈 주역이 바로 X세대였다. 양현석·박진영·방시혁 등 세계를 휘어잡는 아이돌 가수의 산파 역할을 한 이들이 모두 X세대다. 문화예술계에서 X세대의 활약은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차다. 가수 나윤선, 설치미술가 양혜규 등 자기만의 색채로 빛을 내는 이들이 많다.
   
   생활 속 문화 곳곳을 조용히 변혁시켜온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문화를 서서히 없애고 가족 위주의 문화를 주도한 중심부에 X세대가 있었다.
   
   점이세대로서의 장점도 꽤 된다. X세대는 민주화운동 후반기와 정보화시대 초창기에 양다리를 걸친 세대이자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성향이 혼재돼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세대 간 이해의 폭이 넓어 윗세대와 아랫세대를 두루 아우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의 기술력을 함께 가진 세대다.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기성세대에 비해 융통성이 있고, 모바일 환경이 편한 기계세대에 비해 인간적이다.
   
   조미진 전무는 X세대의 균형감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는 “새 시대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변환이 필요한 시대다. 있던 것을 지지부진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점프해야 한다. 그 변환을 누가 이끌 것인가. 위에서 하는 것이 맞지만, 요즘 사람들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해야 해서’가 아니라 ‘원해서’ 하게 하려면 세대 간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낀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 양쪽을 어우르는 긍정적 카멜레온 같은 X세대는 새 시대를 태동시킬 수 있는 저력이 있다. M세대처럼 세상의 변화의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고, 기성세대처럼 추진력과 헌신을 가진 세대다.”
   
인터뷰 |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X세대는 영원한 조연 세대”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세대론 연구에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그는 세대 담론에서 밀려난 X세대의 상실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세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윗세대나 아랫세대만 바라보다가는 영원히 잊혀진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 X세대가 우리나라에서 낀 세대를 최초로 경험하는 세대라고 했다. 어느 시대나 낀 세대는 있게 마련 아닌가. “현재의 X세대는 선배세대와 후배세대의 성격이 완전히 구별되는 시기의 낀 세대다. 정신적·심리적으로는 선배세대와 닮아 있는데 환경적으로는 후배세대와 닮아 있다. 젊은 세대는 출산기피 등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X세대는 그런 것 없이 살아왔다. 자녀를 구성해 경제적으로 힘든데, 부모세대의 봉양의무도 지녔다.”
   
   - 왜 X세대의 존재감이 약한가. “40대라서 그렇다. 40대의 역할은 크지만 자기 목소리는 내기 힘든 세대다.”
   
   - 그러면 X세대가 50대가 되면 존재감이 커질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한국의 자원을 독점한 선배세대가 가진 것을 자연스럽게 내려놓으면서 손바뀜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긴 어렵다. X세대는 선배세대가 40·50대에 한 경험을 하지 못하면서 나이를 먹게 될 것 같다. 과거 50·60대가 느꼈던 것을 느끼는 조로(早老)세대다.”
   
   - X세대는 영원히 주인공이 되기 어려운 세대란 말인가. “그렇다. 조연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한국 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영원한 조연 세대다. 그러면서도 자기 세대의 상실감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기성세대가 집단적 헤게모니 안에서 움직인 데 반해 X세대는 개인주의 태동과 맞물린 세대이다 보니 분산된 에너지들을 모아본 경험이 없다.”
   
   - 문화계에서는 두각을 드러내는 X세대가 많은데. “정치와 경제 등 큰 파이의 사회주도권에 발을 들여놓기 힘들기 때문에 문화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부각이 된 것이지, 그 분야에서 탁월한 경험이나 지향점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입비용이 낮은 주변부 이슈에서 하나둘 시도하고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
   
   - X세대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될까. “지향점과 현실과의 괴리가 큰 세대다. 선배세대는 높은 지향을 가지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했고, 후배세대는 지향 자체가 높지 않다. 그 사이의 갭이 이 세대의 불행의 크기다. 금전적 불행도 있겠지만 심리적 위축감이 상당하다. 사회적으로 큰 낭비다.”
   
   - 낭비라니. “허리 계층이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본인의 역할을 해줄 때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세대가 중간에 푹 꺼지면 최근 부동산 문제처럼 전망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 이 시점에서 X세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향의 높이를 낮추는 게 먼저다. 본인이 여전히 20대 청년인 줄 알거나 선배세대를 지향하면서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낭패감과 상실감이 축적되는 것은 좋지 않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도달하기 어려운 경쟁의 끝까지 몰렸을 때의 피로도는 엄청나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G V30

맨위로

2509호

2509호 표지

목차보기 지난호보기
정기구독 잡지구매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찾기
호르반
SK하이닉스
기업소식
삼성증권
삼성전자 갤럭시 s9
서울시 교육청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주간조선 영상 more

탁구천재 오준성, 국대 선수를 향해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