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94호] 2018.02.05

檢警수사권 조정 주춤 ‘흙빛’ 검찰 2주 만에 화색 돌다

양원석  뉴데일리 사회부장  

▲ 지난 1월 14일 오후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월 14일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편안’이 나온 지 약 2주가 흘렀다. 개편안 발표 당시 ‘노예법규(경찰은 언젠가부터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등을 이렇게 불렀다) 해방’이란 말이 나올 만큼 들뜬 모습을 보였던 경찰과, 흙빛처럼 어두웠던 검찰의 분위기는 약 2주 사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주목할 부분은 개혁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검찰뿐 아니라 청와대로부터 확실하게 힘을 받은 경찰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말만 번드르르했지 알맹이가 없다” “청와대가 사탕발림으로 조직 동요만 키웠다”는 원색적인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기대와 달리 청와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검경수사권 조정의 책임을 국회 사법개혁특위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 경찰의 불만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검찰은 발표 당시에 비해 확실히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특히 그는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요구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경찰의 ‘검찰권 축소’ 요구에 고개만 끄덕이고 있진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범계·표창원 의원 등이 앞다퉈 발의한 형소법 개정 작업도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검사가 독점한 수사지휘권의 완전한 폐지에 방점을 찍었으나, 검사 출신의 같은 당 금태섭 의원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류가 바뀐 결정적 이유는 ‘검찰의 반발’이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조국 민정수석의 발표 직후 청와대는 검찰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긴장했다고 한다.
   
   조국 수석도 검찰을 의식해 발표 당시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갔지만, 검찰 내부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오면서 청와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수사권 조정)을 잘 이행하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내외부의 시각이 존재한다. 검찰의 움직임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부담되고 조심스럽다.” 청와대가 주춤하는 사이, 경찰 내부는 끓어올랐다. 경찰대 출신 A 간부는 작심한 듯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대놓고 말만 하지 못할 뿐, 속으로 불만이 대단하다. 새로운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대공수사권을 준다고 생색만 냈지, 정작 경찰이 원한 것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보면 청와대 발표에 누구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며, 권력기관 개편작업이 청와대의 뜻대로 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물론이고 검찰과 국정원 어느 곳도 개편안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다른 경찰간부 B는, 더 구체적으로 정부안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무엇보다 조국 수석이 영장청구권과 관련해 “개헌 사항”이라며 선을 그은 사실에 강한 실망감을 나타냈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개헌안에 영장청구권 개정안을 반영하겠다’는 정도의 말은 나올 줄 알았다.”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B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지금도 수사의 97%는 경찰이 하는데 수사개시권과 종결권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검찰이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을 그대로 쥐고 있는 한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쓸데없이 수사·행정·자치경찰로 나누면 조직만 와해된다”고 우려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갈 길 먼 작업
   
   경찰 기능을 수사와 행정으로 구분하는 국가는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정부도 수사와 행정을 분리해 경비·경무·기획·정보 등 비수사 부분과 수사·형사 부분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안이 실현되면 일선 경찰서 수사·형사과장은 관할서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지방경찰청 2차장과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장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B는 “행정·수사경찰을 분리한 프랑스 치안이 좋다는 말 들어봤느냐”며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자치경찰제도와 관련해서도 “인사권을 쥔 시도지사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과의 공조가 잡음 없이 매끄럽게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검찰은 거의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직 검사들은 이 안건이 대화 테이블에 올라오는 것조차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말은 하지 않지만, ‘크게 손해 보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 C는 “이상하리만큼 이번 건과 관련해선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청의 발표에 영장청구권이나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언급이 없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 건 없다고 본다”며 “수사권 조정 최대 변수는 다름 아닌 정부의 의지”라고 했다.
   
   C 변호사는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부여할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이로 인해 국민이 받게 될 영향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갖는 경우에도, 기소 사안은 지금과 처리과정이 같다. 경찰이 기소의견을 달아 서류를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를 검토하면 된다. 사건 처리절차가 지금과 달라지는 경우는 경찰이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다.
   
   법조인들은 ‘수사종결권 경찰 이관’을 전제로 경찰이 기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경우, 사건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든 불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법론적으로는 경찰의 ‘사건 불기소 종료처분’에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직접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이의절차가 보장될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수사가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사 지연에 따른 국민 불만도 정권에 짐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갈 길이 먼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에도 검찰개혁은 사실상 완수하지 못했을 정도로 어렵고도 민감한 부분”이라며, 정권 차원에서 매우 신중하게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아웃라인만 그리는 것이고, 국회 사개특위 등을 통해 추후 충분히, 더 세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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