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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5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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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개통식 100일도 안 됐는데… ‘경강선KTX’ 올림픽 도중 개명 논란

▲ 이낙연 총리(왼쪽 네 번째)와 최문순 강원지사(다섯 번째)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개통한 서울~강릉 간 ‘경강선KTX’. photo 한국철도시설공단
평창 동계올림픽의 핵심 교통수단인 ‘경강선(京江線)KTX’가 개통 100일도 채 안 돼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코레일 홈페이지인 ‘레츠코레일’에서 경강선 개명을 위한 여론조사를 벌였다. 후보에 오른 이름은 강릉선, 강원선, 경강선, 동계올림픽선, 영동선.(보기 순서대로) 국토부 철도운영과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결과 공개가 지금은 어렵다”며 “2월 말까지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늦어도 3월 초에는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3월 9~18일) 도중 핵심 교통수단의 간판을 바꾸는 국토부와 코레일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도마에 오른다. 특히 후보에 올린 영동선(영주~강릉)은 코레일이 이미 사용 중인 이름이고, 강원선(경원선의 일부)은 한국과 철도 계통이 같은 북한에서 이미 사용하는 명칭이라 혼선을 줄 수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지금껏 경강선을 알리는 데 들어간 매몰 비용도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21일, 국토부와 코레일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강릉역에서 서울~강릉 간 KTX 개통행사를 열었다. 당시 국토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등장한 이름은 ‘경강선(원주~강릉)’이라고 표기됐다. 경강선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의 운임표와 시간표 역시 모두 경강선KTX로 표기하고 있다. 열차표 예약 모바일앱인 ‘코레일톡’에도 역시 경강선으로 표기된다. 코레일이 ‘경강선’ 제목을 달아 배포한 보도자료만 16건으로, 각 지자체가 홍보한 자료는 더 많다. 개명이 결정되면서 경강선KTX를 새로운 이름으로 고쳐 달고 다시 홍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갑작스러운 개명으로 외지인과 외국인들의 적지 않은 혼선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문제는 경강선의 ‘경(京)’ 자가 흔히들 생각하는 ‘서울’이 아닌 ‘경기도’라는 데서 출발했다. 원래 경강선은 경기도와 강원도를 연결하는 철도노선이란 뜻에서 경강선으로 명명됐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경전선(慶全線)과 같은 개념이다. 국토부 고시에도 경강선은 ‘경기도 월곶역(수인선)에서 강원도 강릉역까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나온다. 이에 따라 이미 준공한 경강선의 일부 구간을 이용해 2016년 9월 개통한 판교~여주 간 복선전철 역시 ‘경강선’이란 간판을 달고 운행 중이다. 서울 경 자가 붙었지만 정작 서울 관내는 단 1㎝도 지나가지 않는다.
   
   반면 ‘경강선KTX’는 노선 자체가 ‘공항철도~경의선~중앙선~경강선’ 등 인천공항에서 시작해 서울과 경기도를 거쳐 강릉까지 가는 노선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코레일은 하행선의 최종 선로명을 따라 붙이는 기존 관례에 따라 해당 노선을 ‘경강선KTX’라고 불러왔다. 서울~목포 간 KTX를 ‘호남선KTX’, 서울~진주 간 KTX를 ‘경전선KTX’, 서울~여수 간 KTX를 ‘전라선KTX’, 서울~포항 간 KTX를 ‘동해선KTX’라고 부르는 식이다. 모두 2개 이상의 노선을 거치지만 하행 방향 최종 선로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유대선 국립전파연구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일부 인사들이 ‘경강선KTX’란 작명이 일제강점기 때 서울의 이름인 경성(京城)에서 글자를 따온 글자라고 오해한 채 비판하고 나서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8일 해명자료를 내고 “경강선이 서울의 일제강점기 이름인 경성과 강릉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명칭이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경강선은 철도노선 및 역의 명칭관리 지침에 따라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른 전체 노선(경기도 월곶~강원도 강릉)에서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경 자와 강원도의 강 자를 조합하여 제정한 노선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의 해명에도 송기헌(강원 원주을)·심기준 의원(비례) 등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경강선KTX’를 ‘동계올림픽선’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민병두 의원(동대문을)은 “경강선은 일제 유산”이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못 박았다. 하지만 철도 이름에 ‘서울 경(京)’ 자를 붙이는 것은 일본이 아닌 경호선(베이징~상하이), 경구선(베이징~홍콩), 경합선(베이징~하얼빈)같이 중국에서 더 즐겨 쓰는 방식이다. 오히려 도카이도센(東海道線), 산요센(山陽線), 규슈센(九州線)처럼 지명식이 일본 방식이다. 결국 이 같은 십자포화에 정치권 인사들이 수장으로 있는 국토부(김현미)와 코레일(오영식)이 올림픽 직전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중도 간판 교체란 일이 현실화한 것이다.
   
   
   일관된 노선작명 원칙 없어
   
   이런 문제는 120년 역사의 한국철도에 일관된 노선작명 원칙이 없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 기종점 도시를 남~북, 서~동 방향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하는 작명법이 어느 정도 정착된 고속도로와 달리 철도는 작명법이 중구난방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기종점 도시의 약칭을 한 글자씩 따서 부르는 방식(경인선·경부선·경의선·경원선·경춘선), 특정 지역명을 붙이는 방식(호남선·전라선·충북선·경북선·영동선), 이도저도 아닌 ‘중앙선’까지 다양한 작명법이 혼재한다.
   
   수도권전철은 사정이 더 복잡하다. 서울 시내는 번호식(1~9호선),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드는 광역전철은 경의중앙선, 경춘선, 분당선, 신분당선 등 기종점식과 지명식이 혼재돼 있다. 또 서울역과 인천공항 간을 연결하는 철도는 ‘공항선(線)’이 아닌 ‘공항철도’라고 불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개통한 서울 시내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서울 시계 내에 있음에도 번호식이 아닌 ‘우이신설선’처럼 북남 방향 기종점 작명법을 채택했다. 한마디로 먼저 붙이는 사람 마음대로인 중구난방식 작명법이다. 수도권전철의 복잡한 작명법은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이 “경의중앙선이나 분당선의 경우 서울 도심 통과 구간이 대단히 길어 수도권 번호체계에 편입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낼 정도였다.
   
   후보군으로 오른 노선명도 각각 문제가 있다. 우선 ‘동계올림픽선’은 노선 정보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개통한 ‘88올림픽고속도로’ 역시 노선 정보가 반영되지 않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바꾼 전례가 있다. ‘강원선’같이 특정 지역명을 딴 작명법도 경유지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호남선의 경우 대전·충청 등 호서(湖西)지방을 경유함에도 호남이란 이름만 나온다. 호남선(대전~목포)과 전라선(익산~여수)처럼 중복된 의미를 갖고 있을 경우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디를 연결하는지 헷갈려하는 경우도 많다.
   
   ‘강릉선’과 같은 소지역식 작명은 철도 연장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전철 분당선과 신분당선의 경우 각각 수원역, 광교역(수원)까지 연장됐음에도 여전히 분당선, 신분당선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한때 분당선을 ‘수원선’ ‘경수선’ 등으로 바꿔달라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강력 반발하는 등 같은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 간에 지역 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경강선KTX 역시 동계올림픽 이후 영동선 동해역까지 연장이 예정돼 있다. 그때는 대체 어떻게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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