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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5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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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역주행 한국 철도 코레일·SR·철도시설공단 통합으로?

▲ 지난 2월 6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오영식 신임 사장. photo 코레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신임 사장에 오영식 전 의원이 임명됐다. 코레일은 국토부 교통정책실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을 지낸 홍순만 전 사장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부터 ‘적폐 공공기관장 1호’로 지목돼 반강제 하차한 뒤 무려 7개월간 공석으로 있었다. 그 자리를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오영식 전 의원(3선)이 차지한 것. 당초 한국전력 사장에 거명되던 오영식 전 의원은 돌연 코레일 사장 자리에 공모해 최성규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팽정광 전 코레일 부사장 등 철도 전문가들과 경합을 벌여왔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이강래 전 의원(3선)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양대 교통공기업으로 꼽히는 철도공사마저 비(非)전문가 사장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나마 국회 건설교통위원이라도 지낸 이강래 도공 사장과 달리 오영식 사장은 주로 지식경제위와 산업통상자원위에서 활동해와 ‘낙하산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권 출신의 코레일 사장 선임으로 코레일과 자회사인 SR(수서평택고속철)의 통합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식 사장은 지난 2월 6일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SR과의 통합은 공공성 강화와 국민편익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짧은 철도 거리를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반감시켜 국가적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 짧은 수도권전철 1·3·4호선은 혹시 모를 철도파업 등에 대비해 동일한 선로를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의 후신)와 코레일이 공유하는 형편이다. 더불어민주당 현직 의원인 김현미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국토교통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코레일과 SR 통합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오자 “철도 공공성 강화는 대통령 공약이며, 국토부는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대선 직전인 5월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 문재인 당시 후보 측은 철도노조와 “경쟁체제란 이름 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같은 날, 한국노총과도 “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하여 양 기관의 유사 중복업무에 따른 재정 낭비를 해소한다”는 ‘정책협약 12대 과제’에도 서명했다. ‘철도 공공성’을 명분으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강행할 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경인선(1899년) 개통 이래 117년 만에 최초로 도입된 간선철도의 경쟁체제는 원점회귀가 불가피하다. 심지어 철도 운영과 건설을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나눈 상하(上下) 분리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옛 철도청 시절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도 지난 1월 1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해 SR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했다. 당초 SR은 준(準)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코레일의 민간 자회사로 있었다. 지난해 말 SR의 신입사원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SR을 ‘공공’의 테두리에 묶어서, 코레일과의 통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철도 경쟁체제’를 주도해 철도노조에 의해 ‘철도적폐 12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이승호 SR 사장(전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SR 채용비리의 주체가 대부분 코레일 출신 전·현직 간부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레일의 덩치를 되레 키워주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SR 기장들도 대부분 코레일 출신이다. 애당초 수서고속철 건설 당시 계획대로 SR을 코레일의 자회사가 아닌 완전 민영화를 단행해 코레일의 입김을 차단했더라면 정부가 나서 관여하지 않았을 문제다. 당시 철도노조는 SR 설립에 반대하며 22일간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SR이 일으킨 ‘메기효과’
   
   철도파업으로 SR은 코레일이 41% 지분을 가진 자회사란 제한적인 형태의 경쟁체제로 출범했으나 코레일의 서비스 혁신을 촉발시켰다. 열차표 예매 모바일앱(코레일톡+) 개선, 전 좌석 충전콘센트 설치, KTX마일리지 도입, 주요역 비즈니스존 설치, 서울역·용산역 이원화 폐지, 광명역 도심공항터미널과 셔틀버스(사당역·송내역) 도입 등이다. 마치 현대차그룹 안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쟁과 비슷했다.
   
   SR은 누워서 가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도입이란 고속버스업계의 서비스 혁신으로도 이어졌다. 반포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강남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고속버스가 시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1992년 우등고속 도입 이후 24년 만에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2004년 경부고속철 개통이 국내 저가항공사(LCC) 경쟁을 촉발했듯이, 한 마리 메기(SR)가 고인 물 속의 미꾸라지들을 움직이게 한 ‘메기효과’였다. 모두 철도노조에 의해 ‘철도적폐 12인’으로 지목된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 이승호 SR사장, 김한영 공항철도 대표(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가 만들어낸 변화다.
   
   게다가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상하분리는 정작 철도개혁의 일환으로 김대중 정부 때 논의를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단행된 터라 논란이 인다. 철도청 시절에는 철도 건설과 운영을 한 기관이 동시에 맡아 누적된 부채 탓에 철도 건설은 물론 서비스 개선이 거북 걸음이었다. 국가가 운영하는 철도가 민간이 운영하는 항공기, 고속버스와의 경쟁에서 완패했던 것도 이때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철도청을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으로 상하분리를 단행해 몸집을 가볍게 함과 동시에 각각 운영과 건설에만 집중하게 했다. 그 결과 철도는 경부고속철 1단계 개통을 시작으로 고속철 서비스 구간을 급속히 늘리며 고속버스에 밀린 서비스 경쟁력을 서서히 회복했다. 지금은 최근 호남고속철 2단계(광주송정~목포) 무안공항 경유에서 보듯 전국 지자체에서 고속철을 놓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철도 통합’은 향후 한국철도시설공단 신임 사장에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과 함께 양대 철도공기업으로 꼽히는 철도시설공단은 국토부 교통정책실장 출신의 강영일 이사장이 지난해 11월 임기를 4개월이나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뒤 공석으로 있다.
   
   현재 신임 이사장으로 거명되는 인사는 김상균 전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 김영우 현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 김한영 공항철도 대표 등이다. 이 중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주도해 철도노조에 의해 ‘철도적폐 12인’으로 지목된 김한영 공항철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인사권을 쥔 청와대에서 지난 대선 때 한국노총 측과 협약한 ‘철도 통합’에 동의하는 인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앉힐 경우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재통합은 가속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사실상 도로 철도청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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