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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496호] 2018.02.26

17년 관광적자 행진 속 지방관광공사 우후죽순

이동훈  기자 

▲ 강원도 원주의 한국관광공사 본사. photo 한국관광공사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한창인 2월 22일 현재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실은 비어 있다. 지난 1월 22일,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임기를 7개월이나 남기고 퇴임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창수 전 사장은 사의를 표하면서 “공사가 새롭게 2018년을 시작할 수 있는 지금이 (퇴임) 적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사의 표명 직전인 지난 1월 16일 정창수 사장이 찾은 곳은 자유한국당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강원지사 출마가 거론되는 정 사장은 오는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월 13일에는 한국당 강원도당 입당식에도 참석했다. 강릉 출신으로 국토부 1차관을 지낸 정창수 사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있던 2013년에도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사장 자리를 중도 사퇴한 적이 있다. 당시는 인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을 막 시작한 때였다. 이로써 국가대사를 앞두고 선거출마차 공기업 사장 자리를 두 차례나 자진 사퇴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육부촌’에 자리한 경북관광공사 사장실도 비어 있다. 보문단지를 관할하는 경북관광공사는 대구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대유 전 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친 뒤 사장 자리가 공석이다. 경북관광공사의 한 관계자는 “사장 공고를 두 차례나 냈는데 임명권자(김관용 경북지사) 임기가 얼마 안 남아서인지 응모하는 인재가 없다”고 했다. 현재는 포항시 부시장으로 퇴직한 이재춘 전무이사의 사장대행 체제로 굴러가고 있다.
   
   한때 국내 최대 관광지라는 명성을 구가하던 보문단지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단지 내 힐튼호텔에 있던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2010년 대구로 떠나버렸다. 국내 관광호텔 중 최초로 일본지사를 설치해 한때 일본인 관광객들로 들끓었던 콩코드호텔(옛 도큐호텔)은 문이 굳게 잠긴 채 방치돼 있다. 토산품점이 즐비했던 육부촌 옆 보문단지 중심상가 역시 슬럼화된 지 오래다.
   
   동계올림픽 특수로 들떠 있어야 할 관광업계에서 관광공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내국인들이 국내 관광을 외면하고 해외여행으로 몰리면서 관광적자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국한 해외여행객은 2649만명. 방한 외국인 관광객(1333만명)의 두 배다.
   
   이로 인한 2017년 관광수지 적자는 무려 137억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였던 2007년 108억달러 적자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 치웠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2016년 64억달러(약 6조840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가 두 배 이상 불어났다. 2000년 6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17년째 적자 행진이다. 순수 관광만을 집계하는 관광수지(여객운임 미포함)에 유학자금까지 함께 집계하는 한국은행 여행수지로 따지면, 적자는 무려 171억달러(약 18조원)로 불어난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에도 무려 60만명이 해외로 떠났다.
   
   
   관계·언론계 인사 논공행상 자리로
   
관광수지와 여행수지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도 각 지자체가 세운 관광공사는 매년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2년 경기관광공사를 시작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지방관광공사(RTO)는 서울관광마케팅, 인천관광공사, 대전마케팅공사, 경북관광공사, 부산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 등 무려 7개에 달한다.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서도 관광공사 또는 이에 준하는 기구의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기초지자체인 경남 창원시는 창원도시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4선·천안병)은 지난 2월 13일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충남관광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관광수지는 2001년부터 17년째 적자행진 중인데, 관광공사와 준(準)공무원들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지방관광공사는 몇몇 공사를 제외하면 퇴직공무원 혹은 전문성이 의심되는 정치권·언론계 인사들의 논공행상 자리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제주도 경제산업국장과 특별자치행정국장 출신이다. 대전마케팅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가봉 및 적도기니 대사를 지내고 대전시 국제관계대사로 있던 최철규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황준기 전 사장이 불명예 퇴진한 후, 지난해 9월부터 경인일보 기자 출신으로 CBS와 SBS를 거쳐 인천시 홍보특보로 있던 채홍기 사장이 이끌고 있다. 여성부 차관 출신인 황준기 전 사장은 ‘경력직 특혜채용’ 등의 건으로 감사원 경고조치를 받았다. 경기관광공사는 남경필 경기지사 비서실장으로 있던 홍승표 사장이 지난 연말 퇴임한 후, 지난 2월 1일부터 MBC·SBS 기자 출신으로 SBS 뉴스텍 대표를 지낸 이선명 사장이 이끌고 있다. 모두 관광업과는 딱히 인연을 찾기 어려운 관계나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다.
   
   7개 지방관광공사 중 관광업 경력이 있는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은 BT&I 여행사 대표 출신인 김병태 사장이 있는 서울관광마케팅,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장과 마케팅본부장을 지내고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에버랜드) 자문역으로 있던 심정보 사장이 이끄는 부산관광공사 정도다.
   
   지방관광공사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 관광객 유치는커녕 제 앞가림도 못 하는 형편이다.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클린아이’에 따르면,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운영하는 대전마케팅공사는 출범 첫 해인 2012년부터 5년째 적자행진 중이다. 2016년에도 4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심지어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주관광공사조차 2016년 29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6년 출범 후 만성적자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2015년 재출범한 인천관광공사는 2016년에도 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8년 주식회사형 공기업으로 출범한 서울관광마케팅은 2016년 자본잠식으로 현재 서울시가 100% 전액 출자하는 서울관광진흥재단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안경모 전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은 “국가보다 지방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일 뿐더러 지자체의 관광 담당 조직을 공사화하면 실력 있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용투입 대비 업무효율은 어떤지, 관광공사 국내 지사와 역할이 중첩되는 부분은 없는지 잘 따져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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