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68그라운드의 힙한 가게들과 타르틴베이커리.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남동 68그라운드의 힙한 가게들과 타르틴베이커리.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오거리 부근. 한가한 월요일 오전 한남동 골목길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분주해졌다. 지난 1월 28일 문을 연 ‘타르틴베이커리’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한남동 타르틴베이커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타르틴베이커리의 첫 분점이다. 채드 로버트슨과 엘리자베스 프로에잇 부부가 세운 타르틴베이커리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빵집으로 꼽힌다. 지역에서 제일간다는 빵맛으로도 유명하지만 채드 로버트슨이 쓴 제빵 관련 책들이 타르틴베이커리의 유명세를 높였다. 특히 ‘타르틴 브레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돼 베이킹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책이다.

평일 오전부터 타르틴베이커리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그 빵맛을 알기 위해 찾아온 것일까. 그런 사람도 있었다. 빵을 고르는 대신 빵 만드는 셰프들의 모습을 한참 관찰하다가 빵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토론을 벌이던 직장인 2명이 그랬다. 식품업체에 근무한다는 두 사람은 새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핫하다’는 빵집은 다 찾아다니고 있었다. “최근에 다녀본 빵집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빵맛을 보여주는 곳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빵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빵이라고 생각합니다.”

타르틴베이커리는 2층으로 구성돼 있다. 높은 천장 덕분에 공간이 더 넓어 보이긴 하지만 앉을 자리가 많지 않다. 그나마 있는 자리도 여타 카페들처럼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눌 만한 자리는 아니다. 빵을 사는 데도 한참 시간이 걸린다. 줄을 서 한 사람씩 빵을 골라 주문을 마쳐야 다음 사람이 주문할 수 있다. 요즘은 동네 빵집에서도 발효종으로 만들어 시큼한 맛이 나는 사워도우(sour dough) 빵을 찾아볼 수 있지만 정통 사워도우인 타르틴베이커리의 빵들이 친숙한 종류의 것은 아니다. ‘한남 멀티그레인’ 같은 빵은 사워도우에 한국에서 자주 먹는 잣을 곁들인 빵인데 설명을 들어야 그 맛이 짐작 가능하다. 빵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고르다 보면 계산하는 데만 20~30분이 걸리기 일쑤다. 그래도 누구 하나 보채거나 기웃거리며 서두르지 않는다.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가 먹고 마시는 데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헐렁하고 발목까지 오는 검은색 코트에 흰색 스니커즈, 회색 숄더백을 멘 남자친구와 함께 빵을 먹고 있던 윤미향씨는 아예 회사에 연차를 내고 이곳에 왔다. 테이블 위에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의 쇼핑백이 올려져 있었다. 윤씨와 윤씨 남자친구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사는데 지하철을 타고 한남동으로 오면서 무인양품 매장에 들러 필요한 생활용품을 몇 가지 샀다고 한다. “주말에는 사람이 무척 많다고 들어서 평일에 오려고 연차를 냈어요. 여기서 남자친구는 밀린 회사 일을 하고 저는 책을 좀 읽으면서 놀다가 한남동에 있는 프렌치 가정식 집으로 점심 먹으러 갈 거예요.” 윤씨가 말하는 중에도 윤씨 남자친구는 애플 맥북으로 열심히 작업 중이었다.

타르틴베이커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을 쭉 관찰하다 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이 테이블마다 보인다. 가방을 들고 있지 않거나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큰 가방을 들고 있고 굽 낮은 편한 신발을 신은 사람도 많다. 겨울이라 패딩 점퍼를 입은 사람이 많이 있지만 다소 헐렁하고 편안하게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카메라는 소니 제품이 많은데 스마트폰이건 카메라건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 매장 사진을 찍곤 한다. 둘셋씩 짝지어 앉아 있기도 하지만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혼자 빵도 먹고 여유도 즐기던 대학생 박은진씨는 “여유시간에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요즘 가장 ‘힙하다’는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처럼 타르틴베이커리는 ‘힙(hip)’한 곳이다. 힙하다는 것은 ‘핫(hot)하다’는 말과 조금 다르다. 핫하다는 것이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붐비는 곳을 의미한다면 힙하다는 말에는 취향의 문제가 조금 더 섞여 있다. 힙은 ‘힙스터(hipster)’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힙스터란 주류문화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 스타일을 찾는 비주류 집단을 일컫는다. 최근에 나온 단어 같지만 사실은 1940년대부터 등장한 단어다. 당시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며 흑인 재즈뮤지션을 추종하던 백인 중산층 젊은이들을 가리키던 단어가 힙스터다. 이때의 힙스터가 가지고 있던 공통적인 감정이 있다면 주류에 대한 분노, 저항, 패배의식, 허무주의 같은 것들이다. 1960년대 반문화 저항 집단인 히피(hippie)가 바로 힙스터에서 비롯됐다.

유행을 이끄는 힙스터들

요즘 말하는 힙스터에는 저항의식이나 비관적인 시각이 많이 희석돼 있다. 지금의 힙스터는 거대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주류사회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 글로벌 대기업이나 대량생산 시스템을 피하는 일,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인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다. 저항은 대개 개인적으로 이뤄진다. 획일적인 것을 거부하고 나만의 것을 찾는 일, 위계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일 같은 것이다.

힙스터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한계가 흔히 ‘개성의 몰개성’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려다 보니 역설적으로 거의 모든 힙스터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게 된다는 얘기다. 힙스터가 발생한 미국에서는 이 한계점에 대한 지적이 꽤 예전부터 나왔다. 뉴욕에서 창간된 정치·문화잡지 ‘n+1’이 펴낸 책 ‘힙스터에 주의하라’나, 일본의 힙스터 전문가 사쿠마 유미코가 쓴 ‘힙한 생활 혁명’을 읽어 보면 어떤 사람을 힙스터라고 부르는지, 어떤 것이 힙스터스러운 것인지가 잘 묘사돼 있다.

두 책과 힙스터 전문가들의 설명을 바탕으로 미국 뉴욕에 사는 힙스터를 묘사해 보면 이해가 쉽다. 힙스터는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 집값 비싼 맨해튼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허드슨강 건너 브루클린에 자리 잡았다. 브루클린의 작은 원룸에서 자전거를 타고 일터나 학교를 오간다. 생산자로부터 직접 제공받은 유기농 음식으로 만든 브런치를 먹고 공정무역 원두로 내린 커피를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에 담아 다니며 마신다. 식재료는 대형 마트가 아니라 요일마다 열리는 소규모 장터에 가서 산다. 대량생산된 옷은 잘 입지 않고 재활용품을 가공한 천으로 만든 가방을 들고 다닌다. IT업계나 예술 분야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거대 기업에 속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의 힙스터는 어떨까. 서울 마포구 연남동이나 망원동, 용산구 한남동, 종로구 익선동이 이들의 아지트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카페보다는 자신만이 아는 동네 작은 맛집을 즐겨 찾는 경우가 많은데 좁은 장소에서 ‘혼밥’ 하는 일도 기꺼이 즐긴다. 수제맥주, 인디밴드, 픽시(pixie) 자전거, LP, 필름카메라, 여행 같은 키워드는 힙스터를 표현하는 단어다. 생활용품은 직접 만들어 쓰거나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제품을 즐겨 산다. 클럽이나 시끌벅적한 술집이 아니라 붐비지 않는 서점에서 책을 읽는다. ‘혼술’이 가능한 동네 작은 주점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북적거리는 서울 도심이 아니라 제주도 같은 동떨어진 지역에 가서 사는 것도 힙스터가 할 법한 일이다.

힙스터가 좋아하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류(mainstream)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힙스터는 스타벅스 대신 ‘서드웨이브커피(third wave coffee)’라는 것을 마신다. 서드웨이브커피란 질 좋은 농장에서 수확한 원두를 에스프레소 기계가 아니라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혹은 그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전문점 ‘블루보틀’이 바로 서드웨이브커피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처음 시작한 블루보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맛 좋은 커피로 유명하다. 빠르고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커피 대신 맛을 즐기고 음미할 줄 아는 힙스터의 취향을 저격한 셈이다.

픽시 자전거도 그렇다. 픽시 자전거는 기어가 고정돼 있어 페달을 밟는 대로 움직인다. 가볍고 단순한 형태이기 때문에 내 멋대로 꾸미기에 용이한데 대개 힙스터는 픽시 자전거를 독특한 색상으로 칠하고 이런저런 장치를 붙여 다니곤 한다.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이고 본질적이면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으니 픽시 자전거만큼 힙한 아이템도 잘 없다.

그런데 이 ‘주류에서 벗어남’ 때문에 힙스터의 또 다른 한계점이 나온다. 힙스터는 결국 유행을 선도할 수밖에 없다. 힙스터는 지금 유행하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데 힙스터가 찾아내는 새로운 것은, 또 다른 유행의 시작점이 된다. ‘힙스터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이끈다’는 인식이 여기에서 나온다. 맨 처음 한국의 힙스터들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에 터를 잡았다. 홍대는 강남역이나 명동 같은 도심 지역을 벗어난 ‘힙’한 곳이었다. 그러나 홍대는 주류가 되고 힙스터들은 다시 연남동으로, 망원동으로, 경리단길로 움직였다. 이 지역들도 더 이상 힙하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힙스터들의 영역은 자꾸 넓어진다. 최근에는 용산구 한남동 일대가 힙스터의 아지트가 됐다.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의 이면 골목길은 ‘68그라운드’라고 불리는 힙한 지역이다. 골목 주소가 한남동 681~685라서 68그라운드다. 한창 주가가 오른 이태원과 경리단길 지역에서 벗어나 주택가와 오래된 상점 사이에 뜬금없이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2~3년 전.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이곳에 들어오는 가게 주인들은 대개 조용조용한 사람들이에요. 카페를 열어 성공하겠다는 생각보다 자기가 원하는 가게를 적당히 조용히 잘 꾸려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은 이 동네가 소란스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죠. 이미 여기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이태원동만큼은 아니거든요.”

힙스터와 힙스터가 아닌 사람을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예 힙스터들은 스스로를 힙스터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거의 모든 힙스터가 그렇다. 37세 한 남성 힙스터 김승수(가명)씨는 누가 봐도 힙스터스럽지만 “나는 힙스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씨는 CD나 mp3보다 LP판으로 음악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음악 매니아다. 커피를 좋아하는데 원두 전문점에서 원두를 구입해 직접 집에서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신다. 인테리어 제품들은 하나하나 직접 골라 국내에 없는 브랜드를 해외 직구로 구입하기도 한다. 밥은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이 아니라 가마솥을 흉내 낸 냄비에 짓는다.

“저는 힙스터는 아닌 것 같아요. 힙스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둘째 치고 힙스터라면 뭔가 혁신적인 생활 스타일을 고수해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적당한 직장에 다니고 있고 사회에 타협하며 살고 있거든요.”

김씨가 굳이 자신이 힙스터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힙스터라면 가져야 할 ‘비주류 정신’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시내 명문 사립대에 재학할 때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히피스러운 삶을 꿈꿨지만 졸업 후 곧바로 대기업에 취업했다. 30대 중반까지 부모와 함께 살다가 독립한 이후에는 서울 시내에 자기 소유의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현실주의자 힙스터가 좋아하는 것

한국의 거의 모든 힙스터는 김씨 같은 삶을 산다. 비주류 삶을 꿈꾸지만 결코 삶 전체를 완전히 ‘힙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몇 가지 아이템을 통해 힙스터적인 삶을 체험하는 형태다. 부분적인 힙스터, 혹은 ‘현실주의자 힙스터’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형 힙스터는 완전한 일탈을 허락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규범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량생산되지 않는 제품을 사는 것이 더 힘들다. 개성을 지키고 살기에는 주변의 간섭이 심하다. 그래서 한국의 힙스터, 현실주의자 힙스터들은 힙한 아이템을 통해서 잠시간의 일탈을 즐긴다.

예를 들자면 여행이다. 현실주의자 힙스터는 여행을 통해서 거대한 시스템에서 벗어난다. 그들은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환경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간다. 아이슬란드, 남미 페루 같은 곳이 힙스터가 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33세 직장인인 조윤영씨는 일 년에도 서너 번씩 여행을 다녀오는 힙스터다. 늘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즐겨 하는 그는 여행을 갈 때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으로 간다. 지난 겨울에는 페루와 볼리비아 등 남미 지역을 다녀왔고 올 여름에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을 갈 예정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요. 여행 가서 모든 것을 다 잊고 훌훌 털어버리고 오면 하기 싫은 일이라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조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주의자 힙스터에게 힙한 아이템이란 주류에 저항하거나 반항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힙한 아이템이 되려면 힙스터에게 개성과 일탈을 떠올리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남편과 함께 연차를 내고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부터 타르틴베이커리까지 운전해 찾아온 직장인 박경연씨는 일 년에 한두 번은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간다. 복합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쓰타야서점이나 블루보틀커피 같은 곳에 가서 시간을 보낼 때가 행복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생겨서 좋은 것 같아요. 블루보틀커피도 카페이긴 하지만 일반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거든요. 여기도(타르틴베이커리) 그런 것 같아요. 빵 종류도 그렇지만 어딘가 모르게 블루보틀을 닮은 공간 구성도 마음에 들어요.” 그는 지난해 말부터 블루보틀이 한국에 매장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만약 블루보틀 서울 지점이 생긴다면 또 연차를 내고 하루 종일 즐길 생각이다.

여행, 복합 문화공간, 동네 맛집, 수제맥주, LP같이 최근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 시작한 것들을 ‘현실주의자 힙스터’라는 연결고리를 제외하고 설명하려면 분절적(分節的)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들의 중심에 현실주의자 힙스터를 놓고 보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는 것들의 중심에 힙스터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타르틴베이커리를 ‘답사’하러 온 세 사람의 회사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텔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조만간 자신의 호텔에 ‘트렌디’한 카페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했다.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지만 너무 문턱이 낮지 않아 적당히 ‘힙’한 곳을 어떻게 만들지가 고민입니다. 저희 같은 관광업계는 물론 웬만한 서비스업계에서는 어떻게 ‘힙’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힙스터들의 성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에이스호텔. ⓒphoto acehotel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에이스호텔. ⓒphoto acehotel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길거리. ⓒphoto wordpress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길거리. ⓒphoto wordpress

독일 베를린의 이스트사이드갤러리. ⓒphoto 이병철
독일 베를린의 이스트사이드갤러리. ⓒphoto 이병철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힙스터’라는 말을 만들어내고 힙스터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크게 세 군데로 꼽을 수 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이다. 이 도시들을 힙하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도시재생’이다.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에서 강을 건너 떨어져 있는 브루클린은 원래 우범지대에 가까운 낙후된 지역이었다. 버려진 공장, 낡은 빌딩이 즐비하던 곳에 정착한 것이 맨해튼의 비싼 월세에 밀려난 뉴욕의 예술가들이었다. 이들은 버려진 공장을 허물고 다시 짓는 대신 그대로 활용해 독특한 도시 미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맨해튼의 정돈되어 빛나는 고층 빌딩에 대비되는 낡은 공장. 기성 세대가 만든 질서에 반기를 들고 싶은 힙스터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유럽의 힙스터가 모이는 베를린 역시 도시재생에서 새롭게 시작한 도시다. 런던, 파리 같은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을 때 베를린은 자신들이 가진 오래된 것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새 출발했다. 냉전의 산물인 베를린장벽은 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됐다. 아예 ‘이스트사이드갤러리’라는 야외 갤러리로 만들어 예술가들을 집합시켰다. 전쟁과 홀로코스트로 얼룩진 무거운 역사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영감을 주는 도시라는 소문이 퍼지자 유럽 각국의 청년들이 몰려들었고 지금 베를린은 박물관과 스타트업, 예술가들이 뒤섞인 힙스터의 성지가 됐다.

힙스터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기를 꿈꾸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역시 역사적으로 가치는 있으나 버려졌던 오래된 건물들을 청년들이 활용하면서 힙스터의 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포틀랜드는 어떤 도시와도 다른 독특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다. 전체적인 시스템이나 거대한 기업보다 개인과 소규모 회사가 이끌어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전 세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는 잡지 킨포크(KINFOLK)가 포틀랜드에서 처음 선보였고 서드웨이브커피, 수제맥주 같은 힙스터 아이템이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새로 짓고 단장하고 질서정연하게 만드는 대신 포틀랜드가 추구하는 것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이다. ‘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Keep Portland weird)’, 포틀랜드의 도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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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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