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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499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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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핫플레이스 망리단길의 불편한 식당들

김효정  기자 

▲ 일러스트 허인회
언제부터인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일대를 ‘망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에 오밀조밀하게 자리 잡은 음식점과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두고 ‘경리단길’이라고 부르는 데서 착안한 단어다. 경리단길을 지도에서 찾기란 어렵지 않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남산3호터널로 향하는 이태원지하차도를 지나자마자 늘어서 있는 가게들이 경리단길의 시작을 알려준다. 옛 육군중앙경리단 부지를 오른쪽에 끼고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쭉 가리켜 경리단길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에 망리단길은 지도에서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다. 지도상으로는 서울 지하철 6호선 망원역에서 내려 망원시장을 지나 나오는 골목이 망리단길이라고 나오지만 막상 가 보면 헤매기 쉽다. 망리단길을 한눈에 조망하는 사진이 적은 이유가 있다. 한눈에 봐도 문을 연 지 수십 년은 돼 보이는 세탁소, 약국이 있고 그 사이에 간판이 없다시피 한 작은 가게가 빼꼼 들어서 있다. 가게 외부만 봐서는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짐작할 수 없다. 가게 이름만 적혀 있을 뿐 내부를 짐작할 수 없는 가게가 수두룩하다. 아예 간판이 없는 가게도 있다.
   
   망리단길에서 유명한 디저트 가게를 찾으러 지은 지 2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빌라와 낡은 가게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곳이 가게 앞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간판도 가게 설명도 없다. 다만 가게 앞에 작게 세워진 칠판에는 짧은 안내문구가 적혀 있다. “2인 이상 테이블 이용이 어렵습니다.” 3명 이상 오면 나눠 앉거나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마저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덮밥과 퓨전 요리를 파는 유명한 식당 앞에도 평일 저녁인데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게 앞에는 빼곡히 안내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기 명단 호명 시에 자리에 안 계시면 자동 취소!” 기다리다가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만드는 문구다. 그래도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서 기다린다. 토요일 식사시간에는 길게는 한 시간 넘게도 기다려 밥을 먹는다. 밥값이 비싼 것은 아니다. 예닐곱 개 메뉴가 전부인데 1만원 안팎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영업시간은 5시부터지만 재료가 다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다.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도 나와서 유명해졌다는 주변의 한 식당은 아예 이름에서부터 주 5일 영업한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망원동 일대 가게는 대개 그렇다. 연중무휴 쉬지도 않고 영업하는 곳은 드물고 월요일은 물론 일요일도 쉬는 가게가 많다. 막걸리만 전문으로 파는 술집도 그렇다. 일요일 영업을 과감하게 포기한 이 가게에서는 손님 마음대로 술을 시킬 수 없다. 안주를 정하고 대충 술을 몇 병 마실 것인지 정하면 주인이 알아서 막걸리를 가져온다.
   
   망원동에서 가장 찾아가기 어려운 식당은 따로 있다. 파스타를 파는 한 식당은 아예 예약하지 않으면 못 가는 곳이다. 예약은 오로지 SNS 인스타그램 메시지로만 받는다. 아무 때나 예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일 밤 10시 반에 선착순으로 메시지를 받는다. 30분마다 한 팀씩 정해진 시간에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하루종일 최대 10팀 남짓 받는 데 불과하다. 여러 번 예약을 시도했지만 매번 선착순에 밀려 실패했다는 사람도 많다.
   
   
▲ 망원동의 식당들. 겉으로 보기에는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photo 김효정

   고집과 철학에서 오는 진정성
   
   망원동에서 손님은 ‘왕’이 아니다. 가게 주인은 나름의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고 손님은 여기에 따라야 한다. 손님이 많기도 하지만 가게도 좁아 늘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왜 이런 ‘불편한 식당’에 길게 줄을 늘어서 기다리는 것일까. 미식을 즐기기 때문일까. 한 식당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22살 대학생 이도연씨는 서울 성북구에 살지만 망원동에 한 달에 한두 번은 들르곤 한다. “망원동에는 망원동만의 분위기가 있어요.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기보다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씨는 집에서 파스타 같은 음식을 해 먹을 만큼 요리를 좋아하고 미식을 즐기지만 망원동의 음식점들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하고 음식마다 음식점 주인의 고집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사이 남자친구와 함께 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안명희씨는 망원동에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러 온다”는 말을 했다. “파스타를 먹으러 굳이 망원동까지 오는 이유는 망원동 파스타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체인점에서 대량생산되는 맛이 아니라 저를 위해서 만들어주는 집밥 같은 느낌이에요.”
   
   실제로 망원동 ‘불편한 식당’ 메뉴판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식당 주인이 직접 개발한 요리가 많다. 서양 요리에서 주로 쓰는 허브 바질로 맛을 낸 라멘을 팔기도 하고 고추장찌개와 스페인식 새우 요리가 메뉴판에 적혀 있기도 하다.
   
   좁은 식당 앞에서 한 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들에 대해 가게 주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SNS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식당 주인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40대라고만 밝힌 그는 단칼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론의 유명세를 타기 싫습니다. 기사 실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주변에 있는 한 일본 요리 전문점 주인도 고민 없이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가게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여기저기서 취재하러 와도 되느냐는 연락을 많이 받는데 계속 거절하고 있습니다.”
   
   단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이 아니다. 자신의 가게에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 하나, 서빙하는 사람 하나, 가끔 바쁠 때 도와주러 오는 사람 하나. 많아도 세 사람이 움직이는 가게입니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주시는 손님들이 고마운데 여기까지가 저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보다 사람이 더 늘어나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손님이 늘어나면 좋은 일 아니냐는 질문에 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가게를 열기 전부터 만들고 싶은 가게의 콘셉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개발한 메뉴를 가지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대접해주고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보고 저는 즐거워하고. 돈을 많이 벌 요량이었으면 이렇게 많은 정성을 들여 이렇게 작은 가게를 오픈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고 적당한 수준에서 돈 벌고 살고 싶습니다.”
   
   망원동에서 조금 벗어난 마포구의 한 음식점 주인 역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가게도 공간이 좁아 테이블 대여섯 개를 놓으면 사람들로 꽉 차는 곳이다. 맛있는 곳으로 소문나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을 서 기다리는 손님들로 붐비지만 가게 주인은 “유명세를 탈 생각도 가게를 확장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들이 찾아와 분점을 내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많이 하는데 거절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확장하기 싫은 이유와 같은데요, 아무리 레시피가 계량화되더라도 제가 만드는 음식과 다른 사람이 만드는 음식은 다를 거예요. 그 차이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가게 주인들의 고집스러운 말을 듣고 나면 가게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불평 한마디 없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망원동 ‘불편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효율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다. 기다리고 참으면서 가게 주인의 고집과 철학이 내놓은 결과물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남들 다 먹는 치즈피자가 아니라 주인이 직접 만든 블루베리 잼을 바른 피자를 먹으려고 기다리는 이 손님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개성을 좇는 ‘힙스터(hipster)’라고 할 수 있다. 손님들은 획일적이고 대량생산되는 주류 문화가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방법의 하나로 ‘불편한 식당’을 찾는다.
   
   
▲ 한 식당의 안내문. 망원동에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가 많다.

   불편한 경험을 팝니다
   
   ‘개성’이라는 말은 포괄적이기 때문에 ‘진정성’이라는 말로 바꿔서 설명해 보자. 불편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진정성을 느끼기 위해 이곳에 온다. 대다수 손님이 20~30대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작고 개인화된 장소, 시간을 들여 기다렸다가 먹는 음식 같은 것에 일부러 돈과 시간을 쓴다. 불편한 식당 안에서 겪는 경험들은 손님들의 현실 세계에서는 느끼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날로그가 디지털 세대에게 매력을 더해가고 있다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다. 지난해 가장 인기 있었던 책 중 하나가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가 쓴 책 ‘아날로그의 반격’이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세상 모든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젊은 세대가 먼지 쌓인 LP 음반을 뒤적거리는 모습, 시간을 들여 필름으로 인화하는 사진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디지털의 편리함에 질려버린 젊은 세대는 불편해도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아날로그 물건에 관심을 보인다는 게 데이비드 색스의 설명이다.
   
   불편한 식당도 마찬가지의 맥락에 있다. 특히 한국의 요식업은 유행과 진화의 흐름이 매우 빨라 전국 어디에서나 균질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한때 충북 청주에서 시작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오믈렛빵’이 그렇다. 청주의 한 빵집에서 폭신한 빵 사이에 생크림과 과일을 끼워 팔아 인기를 얻은 ‘오믈렛빵’은 한동안 청주에 직접 가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특별한 미식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던 메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유사한 제품이 등장하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유행이 번지면서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국 어디에서나 오믈렛빵을 먹어볼 수 있게 됐다.
   
   마케팅 전문가인 안병민씨는 강원도 삼척의 한 해물탕집 사례를 들어 최근 마케팅 분야에서 중시되는 ‘고객 경험 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에 대해 설명했다. 이 해물탕집의 해물탕에는 그날 직접 배를 띄워 잡은 해물 재료가 들어간다. 날이 좋지 않아 조업을 못 하면 해물탕도 만들 수 없어 헛걸음하는 손님들도 있다. 주인은 해물탕을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요리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안씨는 “요즘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의 결과물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체험하고 특별한 경험에 기꺼이 돈을 낸다”고 말했다. 재료를 직접 구하고 남다른 조리 방법을 직접 확인하며 해물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해물탕을 먹으면서 손님이 얻고자 했던 바다 냄새를 훨씬 더 진하게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들은 망원동의 불편한 식당에서 진정성에 대한 경험을 산다. 원래 식당이란 주인 나름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 있어 집집마다 다른 음식 맛을 느끼는 곳이다. 계량화되고 시스템화되지 않아 어떤 날은 좀 기다려야 먹을 수 있고 또 어떤 날은 운이 좋아 금세 따끈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점은 요즘 점점 없어지고 대개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생산되듯이 짧은 시간에 정확한 맛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망원동의 작고 불편한 식당들은 원래 식당이 줬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적은 20~30대는 영하 15도의 혹한에도 기꺼이 줄을 서 기다리며 돈을 지불해 경험을 산다.
   
   게다가 망원동 ‘망리단길’은 전통시장과 낡은 골목 사이에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개성 있는, 즉 힙(hip)한 가게가 숨어 있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대개의 불편한 식당들은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인테리어를 보여주는데 마치 낡고 오래된 일상 속에서 개성 있는 보물을 찾아내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남들과 뚜렷이 구별되지만 도드라지지는 않는 조화로운 개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보는 사람들을 위한 가게가 바로 망원동 불편한 식당이다.
   
   반면 불편한 식당에도 불편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음식점 바로 인근에 있는 한 동네 부동산에 들러 보았다. 식사 시간이라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고 있던 동네 주민들 중 망원동의 불편한 식당을 찾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집 공사할 때부터 쭉 지켜봤는데 굳이 한 시간씩 기다려서 밥을 먹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망원동 건물주들이야 좋겠지만 점차 망원동의 임대료도 올라가니 20년, 30년 동안 여기서 버티고 장사하던 사람들도 나가야 할 판이다.”
   
   
   연남동도 그랬다
   
   망원동 이전에는 연남동이 있었다. 연남동 역시 망원동처럼 오래된 골목 구석구석 개성 있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힙스터를 끌어모았다. 속이 꽉 차 무거울 정도로 도톰한 크림빵이나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옮겨 왔다는 태국 음식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그러나 태국 음식점이 규모를 키우고 건물마다 새로운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연남동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주말의 번화가로 변하고 있다.
   
   그 다음이 바로 망원동이다. 망원동에는 더 작고 소박하지만 고집스러운 가게들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망원동에도 벌써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망원시장에서 망원역이 있는 대로변으로 향하는 골목마다 먼지 날리는 공사 현장이 그렇다. 테이블 몇 개만 놓아도 꽉 차는 망리단길 가게들과는 달리 새로 짓는 가게들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쓰는 등 널찍한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망원동 바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입점 예정인 곳도 있다. 망원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어코 취재를 거부한 망원동 한 디저트 가게 주인의 말이다.
   
   “제가 취재를 거부하는 이유는 뭔가 다른 고집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몰리고 사람들이 몰리면 임대료가 올라가거든요. 제 깜냥에는 지금 이 정도가 딱 적당하기 때문에 이대로만 유지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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