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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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PD로 일했었는데, 안정적인 직장까지 그만두고 왜 ‘거꾸로교실’에 뛰어들었나. “내가 KBS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원래 ‘거꾸로교실’ 3부작이었는데, 2부 만들고 난 후 그만하라고 하더라. 임팩트는 있는데,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했다. 우겨서 3부를 했다. 만약 방송제작자로 끝날 생각이었으면, 상도 받고 나이도 있으니 거기서 멈췄을 것이다. 근데 의외로 만난 사람들의 99%가 ‘제한된 실험일 뿐, 현실적으로 확산 불가능한 모델’이라고 하더라.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편적인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하는 틀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 다 ‘안 된다’고 하는데 뛰어든 건 오기였나, 남다른 확신이 있었나. “취재과정에서 전 세계의 교육 혁신을 지켜봤다. 이전과 달리 전문가 풀(pool)이 교사를 자극하고 지원해서 움직이더라. 미국 실리콘밸리도 그렇고, 칸아카데미(MIT 출신의 금융인 살만 칸(Salman Khan)이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인도의 조카를 위해 유튜브에 수학 강의를 올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온라인 강의 서비스), 플립드러닝네트워크(미국의 거꾸로교실 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조직화하는 게 기존 교육운동과 다른 접근이었다. 특히 외부의 전문가가 아니라 교사들이 직접 솔루션을 실현하는 구조였다.”

- 혁신을 위해 그동안 무엇을 해왔나. “교사들을 위한 거꾸로교실 캠프를 열었다. 교사 연수프로그램인데, 3년6개월 동안 55차를 진행했고, 5000명 정도의 교사들에게 전파했다. 초반부터 교사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많이 봤다. 학생과 함께 하는 실험으로 ‘사상 최대 수업프로젝트’(일명 사최수프)가 있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실행하는 체인지메이커(Changemaker)로 성장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인데, 작년에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있었고 페어까지 열었다. 구글의 사회공헌인 ‘구글임팩트챌린지’에서 수상을 해서 5억원의 상금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혜화동의 거꾸로캠퍼스는 이 같은 실험을 학교 단위로 고도화한 것이다.”

- 혁신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거꾸로교실 같은 흐름이 아직 일상의 변화로 피부에 와 닿지 않는데. “몇 가지 재미있는 시그널이 있다. 재작년부터 미래교실네트워크 소속 교사들이 교육부나 교육청의 교사 포상을 70개 정도 휩쓸었다. 서울대 입시본부의 입시 관련 연수에 우리 교사들이 초청돼 거꾸로교실을 설명한다. 상위권 대학의 입시정책은 실제로 바뀌고 있다. 연세대 김용학 총장은 거꾸로교실 등 새로운 방식으로 가르치는 고교의 학생에게 가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기존의 시험문제 방식으로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 이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학부모 대상 강의 요청이 많다.”

- 거꾸로교실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는가. “3년 전 실험할 때 이게 대세로 바뀌는 데 2년쯤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계점을 어디로 볼 것이냐의 차이인데, 물이 완전히 끓었을 때는 이미 피크(peak)인 상태다. 계란이 익기 시작하는 온도를 임계점으로 본다면, 이미 대세는 왔다고 본다. 오히려 과학고, 상위권 학교에서는 수업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데, 일반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흐름을 얼마나 빨리 따라붙느냐의 문제다. 저는 오히려 정보량의 차이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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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공익플랫폼 ‘더퍼블리카’ 대표. 전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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