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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00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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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주민이 나섰다 마을이 변했다

금연마을·걷기마을·암수검률1위 강원도 영월 중동면의 기적

김민희  기자 

일러스트 허인회
“다 같이 걷고 오는 중이야. 우리 셋은 7학년 5반이고, 이이는 6학년 5반이야. 요래요래 산을 넘어갔다 오면 한 시간도 더 걸리지. 8㎞가 넘어.”
   
   “많이 걸으니까 건강이 확실히 좋아져.(다리 근육을 만지며) 근육이 이래 되고. 자신감이 붙어서 마라톤대회까지 나갔다니까.”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녹전 4리 주민들은 매일 걷는다. 오후 1시가 되면 주민 수십 명이 ‘건강소원탑’ 앞에 모여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빠지지 않고 걷는다. 속도는 중요치 않다. 걸음이 빠른 이들은 앞서 걷고, 느린 사람은 천천히 따라 걸으며 정해진 걷기코스를 완주한다. 보행보조기를 밀고 완주하는 이도 있다.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인구 1600여명밖에 되지 않은 산골마을에서 ‘작은 기적’이 일어나는 중이다. 마을사람들은 ‘오지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건강지표가 바닥이었던 중동면이 명실공히 건강마을로 거듭나는 중이다. ‘걷기마을’ ‘금연마을’이 되어 영월군 내에서는 물론 강원도에서도 화제의 마을로 급부상하고 있다.
   
   녹전 4리뿐 아니다. 중동면 주민의 30%에 달하는 300여명이 걷기 동아리 회원이 되어 매일 꾸준히 걷는다. 대한걷기연맹에서는 “전국을 다 다녀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이곳을 걷기시범마을로 지정했다. 세계걷기대회 유치의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해에는 이곳을 금연마을로 만들었다. 조용한 마을에 생기가 돌고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부쩍 늘었다.
   
   불과 4년 만에 이룬 기적이다. 중동면은 영월군 내에서도 건강지표가 최악이었다. 우울감은 전국 평균 3배가 넘었고, 고위험 음주율은 2배, 당뇨병은 전국 평균보다 44% 높았다. 비만율, 고혈압 지표도 나빴다. 가장 심각한 것은 걷기 실천율. 전국의 절반 수준(58%)으로 고령의 주민들은 집에 콕 박혀 움직이질 않았다. 작은 산들로 에워싸여 있고, 골짜기마다 듬성듬성 집이 박혀 있어 왕래가 드물었다. 중동면 사망률은 전국의 130%로, 전국 평균보다 30% 높았다.
   
   4년 전만 해도 매일 이 마을을 걷는 주민은 1~2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수십 명이 우르르 모여 웃고 떠들면서 매일 걷는다. 주민 김현규(75)씨는 “다같이 모여서 걸으니까 화합도 되고 즐겁다”고 말했다. 중동면의 암 수검률은 영월군내 1위, 강원도 전체 3위다.
   
   짧은 4년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비결은 주민 스스로의 힘이다. 중심에는 주민자치조직인 건강플러스위원회가 있다.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건강플러스위원회(이하 건강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마을 곳곳에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 매일 8㎞ 걷기코스를 완주하는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 주민들이 녹전 4리 ‘건강소원탑’ 앞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는 미쳐 있어요”
   
   봄볕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지난 3월 12일, 기적의 현장을 찾아갔다. 띄엄띄엄 박힌 마을을 몇 개 지나 중국집과 작은 슈퍼가 보이는 곳에 중동면사무소가 나타났다. 마을사람들이 ‘시내’라고 부르는 곳이다. 중동면 건강위원회 사무실을 들어선 순간 위원회의 위상을 체감했다. 중동면 건강위원회는 면사무소 면장실을 꿰찼다. 2년 전, 면장이 “중요한 일을 하는 곳이니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신의 방을 내줬다고 한다. 면장이 쓰던 책장은 코디네이터가 사용하고, 면장의 회의석은 매니저들의 고정석이 됐다.
   
   “우리 마을 좋은 마을 만들기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에요.” 김진선(49) 중동면 건강위원회 위원장은 중동면 건강위원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영월 사투리 특유의 억양이 구수하다. 초대 위원장을 맡아 4년째 중동면 건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 위원장은 중동면의 기적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11년간 마을 이장을 지낸 노하우가 발판이 됐다. 정작 가장 미쳐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 한 푼 받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면 마을 주민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미쳐 있다. “진짜 재미있어요. 마을의 변화가 눈에 보이니까 하면 할수록 신나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고 감격스러워요. 어제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느라 잠을 설쳤다니까요.”
   
   중동면 건강위원회는 1명의 코디네이터와 24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다. 위원은 이 사업에 참여의사를 밝힌 12개 마을의 이장 및 각 마을의 매니저 1명으로 구성된다. 빨간 점퍼를 입은 매니저들은 마을 곳곳으로 파고들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직이고 있다. 금연마을로 만든 것도, 걷기시범마을로 만든 것도 건강위원회의 힘이다.
   
   건강플러스위원회는 강원도 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이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이다. 고령자가 많고 의료시설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원도에서 건강지표를 변화시키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위원회에서 중요한 것은 마을주민 스스로의 힘이다. 보건소는 소통창구 역할을 할 뿐 세세히 간섭하지 않는다. 이 사업을 이끄는 박웅섭 단장(관동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은 “주민 속으로 들어가 주민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중동면에서 일어나는 기적이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 지난해 4월에 열린 제2회 중동면 초록길걷기대회. photo 중동면

   공공근로로 금연상금 마련
   
   아닌 게 아니라 중동면 건강위원회 활동을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진다. 위원장도, 12명의 위원도 모두 100% 무료 봉사다. 활동비는커녕 식사비 보조도 받지 않지만 시간만 되면 이곳에 모여서 마을을 위한 일을 벌인다. 얼마나 자주 모이냐는 질문에 김영남 코디네이터는 “우리는 태권브이예요. 툭하면 뭉쳐요”라며 우스갯소리로 답했다.
   
   건강위원회에서는 모든 사업을 스스로 기획한다. 건강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영월군보건소 김은희 담당관은 주민 주도의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측면 지원을 한다. 위원회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꼽히는 ‘금연마을’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건강위원회가 기획했다. 위원 중 한 명이 “우리 마을을 담배 연기가 사라진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주민 독려를 위해 금연상금을 내걸기로 했다. 문제는 상금 마련. 마을 산길을 조성하는 공공근로를 통해 번 돈을 상금에 보탰다. 마을 여기저기에 ‘금연하면 최대 100만원을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이 나붙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6개월간의 캠페인 결과, 금연 신청자 22명 중 14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상금 100만원은 14명이 쪼개 가졌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건강위원회 조직 초창기만 해도 큰 기대가 없었다. 박웅섭 교수로부터 건강위원회 관련 교육을 받고, 보건소 측의 적극 권유로 조직을 만들었지만 그저그런 조직 중 하나로 여겼다. 김진선 위원장은 “처음엔 콧방귀를 뀌었다. 과연 될까?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 조직과는 달랐다. 차이가 뭘까? 김 위원장은 그 비결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영월군보건소 담당자인 김은희씨의 진심과 열의, 또 하나는 떠맡겨진 수동적인 일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일이라는 점. “떠맡긴 느낌이었다면 안 했을 것”이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말이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희열과 보람은 컸다. 매니저들은 “신기할 정도로 재밌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건강위원회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갔다. 경로당마다 찾아다니면서 건강위원회를 알리고, 새로운 일을 꾸렸다. 걷기 전문가를 섭외해 마을주민들에게 올바른 걷기운동에 대해 교육했고, 건강위원회 위원들은 매월 경로당과 마을 장터를 돌며 어르신들의 혈당과 혈압을 무료로 체크해줬다.
   
   
   마을주민 절반이 걷기대회 참가
   
   2016년 5월엔 ‘중동면 만보걷기대회’를 열어 소위 대박이 났다. 마을주민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600여명이 참가한 것. 마을이 생긴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행사가 끝난 후 위원회 사무실로 찾아와 “소식 끊긴 친구를 걷기대회에서 몇 년 만에 만났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간 주민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효과도 있었다. 수라리재라는 큰 고개를 기점으로 석항리와 녹전리가 묘한 갈등이 있었는데, 걷기대회 이후 두 마을이 화합됐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긴 위원들은 얼마 전엔 세계걷기대회 유치 추진을 위해 일본 이다시 걷기대회에 참가하고 교류를 맺고 왔다. 100% 자비부담이었다.
   
   코디네이터와 매니저들은 건강위원회의 행동대장들이다. 김영남 코디는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직동 1리 조귀자(65) 매니저는 11가구가 사는 마을에서 두 번째로 젊다. 조 매니저는 마을 어르신들의 딸이자 보호자다. 대중교통이 없어 자신의 차가 마을 공용 셔틀버스가 됐다. 병원과 관공서 등으로 모셔다 드리면서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그는 “어제도 폐에 물이 찬 어르신이 계셔서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고 슬리퍼랑 화장지를 사드리고 왔다”고 했다.
   
   연상 2리 김선희(45) 매니저는 경로당 어르신 43명의 이름을 모조리 왼다. 전수조사가 있으면 가가호호 방문해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 드리는 것도 막중한 일. 그는 “건강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어르신들의 말씀을 진심으로 들어드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직동 2리 송은숙(43) 매니저는 마을에서 가장 어리다. 3년 전 이곳에 정착했는데 “서울서 온 대학 나온 분”으로 불린다. 송 매니저는 “서울에서는 아래위층 간에도 이웃 얼굴을 몰랐지만 여기에서는 동네 어르신들과 늘 함께 사는 느낌이어서 좋다”고 했다.
   
   
▲ 왼쪽부터 중동면 건강플러스위원회 김진선 위원장, 영월군보건소 김은희 담당관, 김영남 코디네이터, 조귀자ㆍ김선희ㆍ송은숙 매니저.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삶을 바꾸는 기적
   
   김진선 위원장은 “하면 할수록 일이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새로 시작할 사업을 3~4개 정도 구상해뒀어요.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 보면 잠이 안 와요. 실제로 꼬박 샌 적도 있습니다. 하하” 김은희 담당관이 거들었다. “위원장님이 저를 똑순이라고 부르시는데,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와요. ‘똑순아 출근했어? 이런 걸 해보자’ 하세요. 밤새 생각해뒀다가 제가 출근하기만 기다리신 거죠.”
   
   ‘이런 사업’은 여러 가지다. 사시사철 꽃피는 마을 만들기, 마을 요양원 만들기, 식물공장 운영 등. 사업마다 구체적인 구상안이 있다. 매년 500그루의 꽃나무를 심어 10년 후 5000그루의 꽃나무가 꽃대궐을 이루도록 하고, 마을 내에 요양원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각종 묘목과 굼벵이가 자라는 식물공장을 운영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것.
   
   김 위원장은 취재를 마치고 중동면을 떠나는 기자를 붙잡고 한마디 더 했다. “아 참, 할 일이 또 생각났어요. 걷기는 예방 차원이지 치료는 아니거든요. 요즘 노인 우울증 문제가 심각하대요. 우울증 교육도 해드리고 싶어요.”
   
   “우리한테 이런 힘이 있는지 몰랐어요.” “우리 스스로 참 대견하다니까요.” 산골마을 중동면 주민들의 자화자찬이다. 그들이 바꾸는 것은 건강지표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삶을 바꾸고 있었다. 건강교육을 통해 의식수준을 높이고, 이웃을 자주 만나 진심 어린 안부를 묻고, 꽃을 심어 주변 환경을 바꾸고, 자발적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가고 있었다.
   
강원도 건강플러스 마을사업
   
   도비 지원 없이 주민 스스로 수행해야 자생력 생겨
   
‘주민역량강화’를 전면에 내세워 성공적으로 정착 중인 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실시해온 건강증진 사업에서는 공동체 네트워크 힘을 간과해온 측면이 있다. 주민참여는 기본원칙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사학적 표현에 그쳤다는 인식에서 주민의 실질적 참여를 극대화한 방안이다. 주민역량강화를 내세운 공동체 부활 사업은 강원도뿐 아니라 경남, 부산, 서울시, 경북 등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의 건강플러스 마을사업은 민관학이 삼위일체가 되어 수행하는 사업으로 통합건강증진지원사업단이 이끌고 있다. 8개 시군구, 19개 읍면동, 약 12만명이 참여 중이다. 강원도 인구 150만명의 10%에 가까운 수치다. 참여 중인 지역은 다음과 같다. 영월 한반도면, 강릉 연곡면 성덕동, 인제 기린면, 평창 용평면, 고성 거진읍, 양양 현남면, 속초 청호동, 횡성 갑천면, 평창 대화면, 강릉 주문진읍, 동해 북평동, 영월 중동면, 정선 고한읍, 대백 소도동, 삼척 미로면, 홍천 남면, 홍천 북방면, 영월 북면 등.
   
   도비 지원 없이 예산을 마련하여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도비가 끊기는 순간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기존 사업을 반면교사 삼았다. 민관학이 삼위일체를 이루되, 보건소와 대학 및 병원 측은 한 걸음 뒤에서 주민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 7년간의 사업 결과 흡연율, 금연시도율, 고위험음주율, 신체활동실천율, 걷기실천율, 비만인지율, 스트레스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건강검진 수진율, 암 검진율, 고혈압 약물치료율의 지표가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특히 금연 계획률이 9.9%로 사업 전보다 5배 높아졌다. 실제 금연 시도율은 24.5%에 달했다. 무엇보다 이웃과의 연결 단전율이 감소돼 공동체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강플러스 마을사업 진행 과정
   
   1. 현장 선택하기
   사업 대상을 선택해 마을 코디네이터 선정, 핵심 인력(사업 담당, 코디네이터, 면사무소 담당 등) 교육. 마을 전수 건강조사
   
   2. 주민 만나기
   사업 성패는 주민 만나기에 달려 있다. 홍보하지 않고 주민들의 이야기에 경청해야 문제점과 마을 지도자가 보인다.
   
   3. 밑그림 그리기
   일반 주민 300명을 만나 알게 된 이슈를 바탕으로 잠재 지도자와 함께 사업의 밑그림을 그린다.
   
   4. 지도력(위원회) 세우기
   10~20명으로 구성된 주민 자치조직 구성, 리더십 교육을 실시해 역할과 비전을 공유한다.
   
   5. 주민 주도 계획 세우기
   
   6. 주민 모으기
   
   7. 실천하기

인터뷰┃손영희 영월군 보건소장
   
   “주민 주도의 힘… 기대 이상이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저희는 방향제시만 하고, 이후에는 주민들이 주도했습니다. 다른 사업들은 기관이 주도하고 주민들은 수동적이라면, 이 사업은 그 반대입니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로에 있는 영월군보건소에서 만난 손영희(59) 보건소장은 “기대 이상이었다”며 중동면의 기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영월군 내에서도 건강플러스 사업을 하는 마을이 더 있지만, 중동면의 열기를 따라오긴 힘들다. 영월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온다고 한다. 손 소장은 중동면의 비결에 대해 “보건소 담당자와 건강위원회, 주민들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특히 김진선 위원장의 열정에 “그러다가 집에서 쫓겨나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보건소에서 중동면 건강위원회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3000만원. 손 소장은 “건강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강불평등 완화를 위해 시작한 사업이 삶의 질을 바꾸고 있어요. 주민 스스로의 잠재력이 놀랍습니다. 이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더욱 확산되길 바랍니다.”

건강플러스 마을사업의 다른 성과들
   
   쓰레기 없는 마을 주문진, 중증치매 제로화 양양, 절주캠페인 평창…
   
▲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주문진읍 교항 7리 쓰레기 분리수거함.

   주민의 힘은 놀랍다. 주민이 주인이 된 건강플러스 마을사업의 결과, 크고 작은 기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강릉시 주문진읍은 ‘쓰레기 없는 마을’, 걷기 좋은 ‘해변 솔바람길’을 만들었다. 2년 반 전에 출범한 주문진읍 건강플러스위원회(이하 건강위원회)는 주문진읍 내 31개 리 중에서 건강지표가 가장 좋지 않은 교항 7리를 눈여겨보고 사업에 착수했다. 첫 사업은 쓰레기 분리수거함 만들기. 최상정 위원장은 “건강은 식생활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좌우된다. 내 주변을 청결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건강관리가 시작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분리수거함 재료비만 위원회 예산으로 충당했고 나머지는 모두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완성했다. 누구는 절단을, 누구는 용접기술을, 누구는 페인트칠을 나서서 했다. 또 누군가는 오골계탕을 내오고 누군가는 옥수수와 감자를 삶아와 부녀회장집 마당에서 잔치를 벌였다.
   
   이 사업은 시작에 불과했다.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완성되자 주민들이 주변에 화분을 가져다놓고 꽃을 심기 시작했다. ‘더 할 만한 사업 없을까?’ 구상은 산책로 정비, 건강계단 등으로 이어졌다. 강원도립대학 주변의 방치된 소나무숲을 정비해 걷기길을 만들었다. 건강위원회에서 걷기 동아리를 조직해 이 부근을 걸으면서 나무를 제거하고 풀을 뽑으며 길을 터 나갔다. 길 옆에는 연산홍을 심고, 목재소를 운영하는 주민이 쉼터 의자를 만들어 기증했다. 바닷가로 이어지는 멋들어진 산책로 ‘솔바람길’은 이렇게 탄생했다.
   
   건강계단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걸으면 건강에도 좋고, 전기도 절약된다’는 단순한 구상에서 출발했다. 아파트 층층 계단 옆면에 예쁜 솔잎과 꽃 스티커를 만들어 붙였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선 주민들의 시선이 꽃잎 스티커에 머물면서 예전보다 계단 이용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야외극장과 마을소풍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이웃과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된 경우다. 이웃 간 교류가 많지 않아 몸져누워도, 고독사를 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마당 넓은 주민 집에서 매주 야외극장을 열었다. 한여름 주 1회로 열어 빈대떡도 부쳐 먹고 팝콘도 튀겨 먹었다. 삼삼오오 가족끼리 모여들어 영화도 보고 대화도 나눴다. 40~50명 정도가 모였다. 지난해에는 ‘주문진 은빛 갈대밭 호수길 걷기’를 제법 크게 열었다. 500명 가까이 참여해 축제분위기가 됐다. 수시로 마을회관 어르신들을 모시고 마을 곳곳으로 야외 소풍을 다니기도 한다.
   
   한편 양양 건강플러스위원회는 현남면을 중증치매 제로화마을로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가치매보장제를 선언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진짜 치매환자의 상당수는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일이 전수조사하지 않는 한 거동이 불편한 대상자는 치매진단을 받으러 이동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남면은 이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건간위원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수조사를 했다. 평창군은 주정뱅이 없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전군 차원에서 절주(節酒)사업을 대대적으로 표방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음식점 주인을 설득해 술을 전혀 팔지 않거나 절주잔을 비치했고, 음식점에서도 절주캠페인을 벌이도록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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