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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04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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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진보교육자 이현이 말하는 김상곤표 교육

“진보교육이 교육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김민희  기자 

▲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최근 교육토론회를 자주 챙겨 봤다면 익숙한 얼굴과 이름이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 그는 학부모 사이에서 ‘사이다 교육전문가’로 통한다. 명쾌한 논리와 쉬운 설명, 무엇보다 입시제도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그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현 소장은 한국 교육현실이 낳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공교육 사회교사에서 사교육계 스타 윤리강사로 명성을 날리다 한국 교육을 연구하는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교육연구소는 명칭 그대로 우리 교육을 연구하는 곳이다. 연 2~3회 교육계 첨예한 이슈를 담은 두툼한 잡지 ‘교육비평’을 발간해 교육학자들에게 배포하고, 교육연구과제를 교수들에게 발주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월급이 나오는 일도 아니다. 연구소 운영자금은 대부분 이현 소장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사교육에서 번 돈을 공교육 살리기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매호 발간마다 적자가 쌓이지만 각오하고 자처한 일이다.
   
   진보적 관점을 견지해온 것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진보교육계가 주장하는 ‘수능 절대평가’와 ‘학종’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날리고 있다. 연구소 자체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분석하면서 진짜 교육불평등을 해소하는 입시정책을 주장한다. 지난 4월 13일 만난 그는 “교육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가 바뀌었다”면서 “자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헛진보들이 많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로에 있는 그의 연구소를 찾기까지 한참 헤매야 했다. 주택가 골목에 있는 데다가 변변한 간판도 없었다. 세금만 연간 억대를 냈던 화려한 스타강사에서 험난한 교육운동가로 전향한 내막이 더 궁금해졌다. 이날 인터뷰는 두 줄기로 진행됐다. 변화무쌍한 길을 걸어온 이현 소장의 개인스토리와 지난 4월 11일 발표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건. 먼저 세속적 궁금증부터 꺼냈다.
   
   - 불과 몇 년 전까지 ‘전설의 인강강사’ ‘수험생의 아버지’로 불리면서 스타강사로 명성이 높았다. 다 접고 교육운동가로 전향한 이유가 궁금하다. “교육운동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교육비평’ 잡지는 사교육계에 있을 때부터 지원해왔다. 편집에는 관여 않고 물주로만 18년 동안. 2014년에 우리교육연구소를 열었고, 매호 적자가 나는 잡지를 맡으라고 해서 맡게 됐다. 사교육에 발을 디딘 건 빚 때문이었다.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다가 전교조 해직교사가 됐는데, 5년 뒤 복직하고 보니 빚이 많았다. 딱 3년만 사교육으로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심산이었는데 생각보다 사교육계에 오래 있었다.”
   
   - 재단법인은 왜 만든 건가. “공교육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다. 너무 오래 떠나 있다 보니 늘 공교육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문제의식을 안고 교육계를 보니 문제가 보였다. 우리나라 교육학자들은 외국 교육만 알지 정작 우리나라 교육을 잘 모르더라. 교육학자들한테 교육정책을 물어 보면 강남 학부모 식견 수준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교육을 연구해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길잡이가 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교육학자들이 우리 교육의 현실문제에 천착하게 해주고 싶었다.”
   
   - 2001년 손꼽히는 사교육업체인 스카이에듀를 설립한 배경은. “당시 한 대형 학원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이었다. 학원강사들을 곰으로 만드는 현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강사의 권익이 보호되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경쟁구도를 만들면 행태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 사교육계에 몸담을 때와 현재, 달라진 시각이 있나. “내 시각의 변화는 없다. 다만 우리 교육현실 과제가 달라졌다. 1980~1990년대에는 교육현장의 민주화가 과제였다면, 지금은 교육이 정권의 도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큰 과제가 됐다. 나아가 교육현장에서 과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본다.”
   
   - 토론회를 보면서 속시원했다. 교육현장을 아는 교육전문가가 정책입안자가 되면 좋겠다는 교육소비자들의 요구가 거세다. 정계의 러브콜이 들어오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노. 절대로. 얽매이고 싶지 않고, 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훈수와 조언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국가교육회의에서 실무안 작성을 도와달라고 하면 이름 없이 들어가서 도와주는 건 할 수 있을 듯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이송안 얘기를 꺼내자, 그는 두툼한 자료를 내밀었다.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검토’라는 제목으로 된 보고서로 A4 14쪽에 달했다. 이송안의 주요 쟁점과 선발 방법의 균형 문제, 선발 시기 개편과 수시·정시 통합안의 배경 등을 분석한 자료였다. 핵심쟁점이 ‘정시와 수시의 비율 조정’에서 ‘수능과 학종의 비율 조정’으로 바뀐 배경 분석, 이송안의 자기모순적 설명 등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이 역시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분석해뒀다고 한다.
   
   -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입장은. “김상곤 장관의 상징적 슬로건이 수능 절대평가였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본다. 수능 절대평가는 교육적·정책적·정치적으로 무의미한 주장이다. 절대평가는 교육과정을 통해 학습자가 주어진 교육목표에 대해 어느 정도 성취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남들의 성취는 중요하지 않다. 반면 상대평가는 학습자의 성취수준이 다른 학습자의 성취수준과 비교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를 평가하는 것이다. 절대평가가 주로 점수나 수우미양가 등으로 매겨진다면, 상대평가는 등수나 표준점수, 백분위점수가 척도가 된다. 성취 과정에서는 절대평가가 괜찮지만 선발시험에서는 상대평가가 불가피하다.”
   
   - 선발시험에서는 상대평가가 공정하다는 얘기인가. “그렇다고 본다. 선발시험을 절대평가로 할 경우 수많은 공정성 여지가 있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대입에서는 순위가 투명하고 공정하다.”
   
   - 김상곤 장관은 9등급 절대평가를 주장하는데. “듬성듬성 절대평가는 유불리의 문제를 낳는다. 예를 들어 보자. A라는 아이는 어려운 수학에서 100점을 받아 1등급, 국어는 89점을 맞아 2등급인데 B라는 아이는 수학 90점, 영어 90점으로 둘 다 1등급을 받았다고 치자. 합산하면 A는 189점, B는 180점이지만 등급제로 보면 B가 유리하다. 9등급 절대평가는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켜 수능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거다.”
   
   - 교육학 박사 출신 교육전문가들이 넘쳐난다. 똑똑한 교육전문가들이 수십여 년 전부터 교육개혁을 해왔지만 근본적으로 바뀐 게 없다. 바뀌지 않는 진짜 원인은 뭘까. “한국의 식자층들은 ‘교육적인 문제는 근본적인 시각과 전체적인 맥락을 갖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식의 발상이 우리 교육을 망가뜨려왔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현실을 조사하고 연구하지는 않고 연역적 사고로 교육 문제를 풀려고 한다.”
   
   - 이 맥락에서 교육전문가들이란. “신문에 기고하는 교육비평가 대부분은 현실을 조사하고 연구하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념적·교육적 이상, 선망하는 외국의 멋진 사례,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교육적 직관이 있으면 이 전제를 던진 후 문제를 연역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누적된 문제를 만들어낸 근원이었다고 본다.”
   
   - 교육현실 조사와 연구는 교육연구기관에서 숱하게 하고 있지 않나. “해야 하는 연구를 하지 않는 과제가 꽤 된다. 주요 대학의 학종 합격자와 수능 전형의 합격자 비율을 검토만 해봐도 ‘학종이 일반고에 유리하다’는 식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또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처음으로 영어 절대평가를 실시했다. 실시 이유는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활성화’였고, 이를 전제로 지난 3년간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정말 수능 절대평가가 교실수업을 변화시켰는지 연구해야 하지 않나? 아직까지 이런 조사를 착수하지 않은 걸로 안다.”
   
   - 학종 연구는 어떤가. “학종도 마찬가지다. 학종의 공정성 시비가 있으면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정말 학생들이 자신의 학생부 내용을 써내는지’ ‘몰아주기 편법이 어느 정도로 일어나고 있는지’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공정하게 서류를 평가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해 봐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조사와 연구를 하지 않는다.”
   
   - 진보교육의 대표주자인데 진보교육을 비판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 교육계에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헛진보들이 많다. 수능 절대평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의 변별력을 약화시켜서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학종은 특목고·자사고 출신에 유리한 건데, 지금 진보교육은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학종은 늘리고, 일반고에 유리한 전형을 줄이자고 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진보는 사회불평등을 완화하려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진보교육은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킨다.”
   
   - 진보교육자들의 정책이 오히려 교육불평등을 심화시켰다면 제도의 문제일까, 사회 구조의 문제일까. “제도의 문제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의 정책이 따로 없다. 지금 진보가 주장하는 수능 절대평가는 박근혜 정부가 시작했다. 영어 절대평가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니까. 진보교육에서 수시전형을 늘리고 있는데, 논술전형과 특기자전형은 사교육을 유발한다. 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까. 앞으로는 사교육 경감을 말하면서 입시 정책은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쪽으로 간다.”
   
   - 진보교육이 계층 간 사다리 이동을 용이하게 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들여온 삼불(三不), 즉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불가는 거꾸로 고교서열화를 확대시켰고 대학별고사를 확대시켰으며, 음성적인 기여입학제를 유발했다. 진보의 역설이다.”
   
   - 보수교육은 정시 확대와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데. “재미있는 프레임 아닌가. 정시 확대와 수능 확대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입시정책들이다. 교육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가 바뀐 것이다. 결국 한국 교육에 있어서는 진보와 보수가 둘 다 허상이라는 이야기다. 진보든 보수든 현실을 잘 연구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하지 않는다. 다각도로 검토해도 예상 못 할 일들이 벌어질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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