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505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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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중국發 미세먼지 2차 추적기 미세먼지 진원지를 찾아가다

김태형  기자  

▲ 지난 4월 14일 중국 허베이성 우안시의 공장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하늘에 흙먼지 날리는 거 보셨어요? 거기에다 악취 때문에 숨 쉬기가 곤란할 정도예요.”
   
   지난 4월 14일 차량을 타고 중국 허베이성 우안시의 공단에 들어서자 정체불명의 가루가 뒤섞인 바람이 차 안으로 몰아쳤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은 마치 흙먼지를 뒤집어쓴 듯 흐렸다. 어디선가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악취는 마치 달걀이 부패했을 때 풍기는 냄새와 유사했다. 악취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다. 마스크를 벗고 몇 분이 지나자 입안에서 까끌까끌한 가루들이 맴도는 게 느껴졌다.
   
   자동차 창문을 닫았지만 악취는 멈추지 않았다. 공장에 가까워질수록 연신 헛기침이 나왔다. 공장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공장 앞에 서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경호원이 뛰쳐나와 카메라를 치우라는 손짓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저만치 떨어져서 공장 주변을 바라봐야 했다. 철판을 실은 화물차 수십 대가 공장 정문을 통해 계속 들락거렸다. 공장의 굴뚝에서는 흰 연기와 검은 연기가 동시에 뿜어져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공장 앞의 시야는 더욱 흐렸다. 불과 10여m 떨어진 거리였지만 공장 건물에 달린 간판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가니 제철소라고 적힌 글자를 볼 수 있었다. 공장 안으로 시커먼 가루들이 흩날렸다. 바람이 한번 세차게 불 때마다 흙먼지가 거리에 나뒹굴었다.
   
   취재에 동행한 정진상 박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달걀 썩은 냄새와 같은 이 악취는 바로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황 냄새”라면서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에서도 유해한 가스가 대량 방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흙먼지 때문에 자꾸 기침이 나고 눈에서 눈물이 났다.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아무리 높은 날이라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은 없었다. 옆에서 공장의 풍경을 찍던 사진기자도 카메라를 들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정 박사가 가방에서 미세먼지 정밀측정기를 꺼냈다. 정 박사가 꺼낸 정밀측정기는 ‘GRIMM’사 제품으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장비다. 환경부가 시중에 출시된 미세먼지 측정기의 정확성을 판단할 때, ‘GRIMM’사의 제품을 기준으로 평가할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정밀측정기에 측정된 공단 부근의 미세먼지 수치(PM10)는 한계를 모르고 치솟다가 900㎍/㎥을 기록했다. 초미세먼지 수치도(PM2.5) 200㎍/㎥에 달했다. 미세먼지란 주로 자동차 매연,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로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 10분의 1가량인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다. 그중에서도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공장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아마도 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 것 같았다. 마을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까맣게 때가 탄 옷을 입고 골목길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카메라를 본 아이들은 신기한 듯 기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미세먼지란 용어가 뭔지도 모르고 마스크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공장의 매연과 흐린 날씨는 하나의 일상처럼 자연스러운 일인 듯했다. 카메라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뒤로 흰 연기를 내뿜고 있는 공장굴뚝이 보였다. 취재를 하고 있는 기자를 본 한 여성이 갑자기 달려와 “카메라를 치우고 나가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공단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낯선 사람의 방문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있었다.
   
   

   진원지는 허베이성 우안시?
   
   주간조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중국발 미세먼지의 발원지를 찾기 위해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주간조선 1차 취재팀을 중국의 웨이하이·칭다오·다롄·톈진 지역으로 보낸 바 있다. 이후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합류한 2차 취재팀이 꾸려졌다. 2차 취재팀이 목표로 한 중국의 도시는 총 4곳.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그곳에서 멀지 않은 톈진, 그리고 공장밀집지역으로 알려진 허베이성의 우안시와 세계 최대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산시성의 시안이었다.
   
   기자가 한국에서 사전취재를 하며 만난 전문가들이 중국발 미세먼지 진원지로 가장 많이 꼽은 지역이 바로 허베이성의 우안시였다.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베이징에서 톈진을 거쳐 허베이성의 우안시까지는 고속철도로 내려갔다가 우안시부터 시안까지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6박7일의 취재 일정을 짰다. 우안시부터 시안까지 80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차량을 렌트했다. 차량을 이용해 미세먼지 정밀측정기를 들고 이동하면서 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허베이성 우안시에 처음 도착한 날은 숨막히는 미세먼지의 습격을 받기 하루 전인 4월 13일. 당시 도시 전체에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하늘은 온통 흙빛이었다. 우안시로 가는 도로 양옆으로 공장들이 보였다. 우안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높은 건물의 호텔을 찾았다.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공단의 위치와 규모를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호텔 16층에 있는 방으로 배정을 받고 들어가 창밖을 내다봤다.
   
   호텔방에서 보이는 공장만 4~5곳이었다. 공장마다 굴뚝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를 보며 마음속으로 ‘비가 그치고 날이 개면 공기가 좋아질 텐데 어떻게 취재를 해야 할까’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걱정은 불면으로 이어졌다. 새벽 3시쯤 잠이 오지 않아 호텔방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데 깜깜한 하늘에 희뿌연 연기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창문을 열고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응시했다. 그곳은 바로 낮에 보았던 공장 중 한 곳이었다. 허베이성에 내려오기 전, 베이징에서 만났던 한 취재원이 “중국 정부가 요즘 강력한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공장들이 밤에 몰래 가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지난 4월 13일부터 14일까지 머물렀던 우안시의 날씨는 공교롭게도 지난 4월 14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 광주광역시의 날씨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지난 4월 15일 미세먼지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IA-롯데전이 취소돼 1만5000여 관중이 발길을 돌렸다. 이날 광주 전역에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미세먼지 경보는 대기 중 입자 크기 10㎛ 이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300㎍/㎥ 이상 2시간 지속할 때 발령한다. 광주 지역 대기관측소에서 측정한 이날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낮 12시 331㎍/㎥, 오후 1시 422㎍/㎥이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광주구장 경기 취소는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허베이성 우안시 취재 결과와 비교해 보니 하루 간격으로 허베이성의 날씨와 우리나라 광주의 날씨가 일치했다. 당시 위성사진을 살펴봤다. 지난 4월 13일 중국 내륙에 머물렀던 황사가 중국 남쪽으로 이동하다가 4월 14일부터 한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난 25년간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중국발 대기오염과 황사 이동 경로를 연구해온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황사가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았을 때 황사가 중국발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자가 처음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을 때 만난 김용완 베이징한인회장의 말이 떠올랐다. 당시 김 회장은 기자에게 “과학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날씨가 궁금하면 며칠 전의 중국 날씨를 먼저 보면 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었다. 우안시와 광주광역시의 날씨를 비교해보던 기자에 머릿속에 “드디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진원지를 제대로 찾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4월 16일 중국 산시성의 시안 중심가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는 모습.

   미세먼지 수치 200㎍/㎥은 일상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과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후 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수명이 줄어든 조기사망자가 연간 700만명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여기에다 최근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미국 몬태나대학과 멕시코 바예데멕시코대학 등 국제 연구팀이 멕시코시티에 사는 생후 11개월 아기부터 만 40세의 성인까지 거주민 203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평생 멕시코시티에서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젊은이들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나타내는 수치가 크게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단순히 대기오염의 문제를 벗어나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발 미세먼지의 진원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낸 연구자료는 없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중국발이라는 것에 이견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드물지만, 그 영향력의 정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 1월 15~18일과 3월 22~27일의 고농도 미세먼지(PM2.5) 원인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외 기여율’이
   
   1월 15일 57%로 시작해 17~18일에는 38%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3월에는 22~24일 국외 기여율이 58~69%였다가 25~27일에는 32~5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의 원인에서 중국 등 국외 요인과 국내 요인의 비중이 서로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를 두고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그만큼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력을 정확하게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연구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위성사진과 미세먼지 측정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으로 중국 현장조사는 드물었다.
   
   지난 4월 14일 오후, 차량을 타고 허베이성 우안시를 벗어나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시로 향했다. 우안시에서 정저우시까지 거리는 약 300㎞.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하늘은 누런 빛깔을 띠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맑은 하늘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중국은 어느 곳에 가든지 푸른 나무가 무성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펼치는 강력한 환경정책 때문이다. 중국에서 현지인들이 우스갯소리로 “더 이상 나무 심을 곳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에서 나무는 미세먼지와 황사피해를 줄여주는 중요한 방편이다.
   
   중국 내륙에 미세먼지가 뒤섞인 황사가 들이닥친 탓에 정저우시까지 가는 도중 푸른 나무 사이로 누런 먼지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왔다. 정저우시는 도시 전체가 짙은 안개가 낀 듯 고층빌딩의 형체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어려웠다. 정저우시도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매우 높게 측정됐다. 지난 4월 14일 오후, 저녁, 다음날 아침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각각 930㎍/㎥, 580㎍/㎥, 540㎍/㎥으로 측정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저우 시내에서 마스크를 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정저우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날이 조금 탁하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마스크가 오히려 짐”이라면서 “공기가 안 좋은 날이 많아 공기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정저우시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11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해 취재를 시작한 첫날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이 드물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도착해 첫 번째로 든 의문이 ‘중국인들은 미세먼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였다. 이날 베이징에서 만난 김용완 베이징한인회장은 기자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중국인들이 중국 대기가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시기가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된 때”라는 것이다. 당시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는 것을 본 중국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중국 대기가 더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부터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강력한 환경정책을 펼치지 않았다.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하자마자 석탄공장들이 다시 가동됐다. 베이징 거리는 석탄 냄새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바람이 불 때마다 탄가루들이 날아와 시야를 가리기 일쑤였다. 중국 정부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 주중국 미국대사관이 중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미국대사관은 중국 정부에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초강수를 뒀고 미국대사관 옥상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직접 설치했다.
   
   같은 시기 중국 최대 검색포털사이트 ‘바이두’에 미세먼지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중국인들은 비로소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현재 ‘오염방지전쟁’은 중국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3대 공격전 중 하나다. 3대 공격전은 리스크관리, 빈곤퇴치, 오염방지전쟁이다.
   
   
▲ 지난 4월 14일 황사가 중국 남부지역에서 황해를 거쳐 한반도로 넘어오고 있다. photo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중국 정부 환경오염과 전쟁 선포
   
   실제 중국 정부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수도인 베이징은 물론이고 시진핑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의 시안시가 전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곳이다. 시안은 높이가 100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기청정기인 ‘추마이타’가 설치된 곳이다. ‘추마이타’는 축구장 절반 크기의 유리로 된 온실에서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이고 깨끗해진 산소를 다시 내보내는 도시 대기 정화시설이다. 지난 4월 15일 추마이타를 직접 보기 위해 정저우시에서 서쪽으로 500여㎞가 떨어진 시안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정저우시에서 시안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하늘도 뿌옇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안에 들어서자 뿌연 먼지로 가득 찬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시안에 들어서면 100m 높이의 대형 추마이타가 한눈에 보일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추마이타를 찾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길에서 만난 중국인들을 붙잡고 추마이타에 대해서 물어보면 모두 “모른다” “그런 게 있었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시안에 사는 중국인들이 추마이타를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추마이타는 시안의 중심가에서 한참 벗어난 시내 남쪽 부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추마이타’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중국 정부가 공개한 높고 웅장한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높이도 100m가 채 되지 않는 듯 보였고 심지어 작동은 중단된 상태였다. 바로 옆에서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추마이타로 들어가는 입구는 잠겨 있었다. 공사장 한복판에 위치한 추마이타는 방치되고 있는 듯했다. 실제 주민들은 추마이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보다 걱정이 더 컸다. 추마이타 인근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지난해 겨울 이후 추마이타가 가동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지역주민들은 공기청정기로서 과연 효과가 있는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형 공기청정기에서 유해한 전자파가 뿜어져 나와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우려와는 달리 중국과학원 지구환경연구소는 추마이타가 10㎢ 지역에 매일 1000만㎥의 깨끗한 공기를 생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각한 날 추마이타 덕분에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15% 줄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서울로 치면 강남역에서 여의도역까지의 거리(약 9.5㎞)에 이르는 면적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추마이타가 가동을 안 한 탓이겠지만 오히려 시안 시내보다 추마이타 주변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추마이타 주변은 190㎍/㎥으로, 시안 중심가는 120㎍/㎥으로 측정됐다.
   
   시안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었다. 가정용 석탄 난방은 물론이고 식당에서는 숯불 사용도 금지였다. 이 때문에 식당마다 숯불화로를 전기화로로 교체하느라 테이블당 2200위안(약 4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식당에서 숯불 사용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을 잡기 위해 “숯불을 사용한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틈이 많아 보였다. 허베이성 우안시에서는 여전히 공장에서 대량의 미세먼지가 방출되고 있었고, 시안에서는 식당 주인들이 몰래 숯불을 사용하거나 석탄을 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안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한 중국인은 “시안은 항상 먼지 때문에 뿌연 날이 많은데 지금보다 겨울이 특히 미세먼지가 심하다. 여기선 미세먼지 수치 200㎍/㎥ 정도는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시안으로 이동하는 6박7일간 공기가 깨끗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예상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았다. 중국 내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들을 거쳐가면서 취재를 한 것만큼은 확실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의 미세먼지 수치도 높았다. 특히 지난 4월 15일은 광주광역시는 물론 대구광역시에서도 2016년 4월 23일(미세먼지 농도 327㎍/㎥)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이날 경상북도 구미, 김천, 문경 등 12개 시·군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시간당 평균 343㎍/㎥으로 측정됐다.
   
   중국에서 확인한 결과 그동안 다른 매체들이 보도한 중국 공장의 산둥반도 이전설은 사실이 아닌 듯했다. 대신 아직도 중국 내륙지역에는 중국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공기 오염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최종 개선 시기를 2030~2035년으로 보고 있다. 2020년까지는 경제 성장으로 인해 오염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고, 이후 20년간 국가 기준인 35㎍/㎥까지 도달하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중국과 한국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한·중환경협력센터의 건립에 동의한 상태다. 향후 5년간 대기, 물, 토양·폐기물 등의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기술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에 밝은 한 취재원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중국 정부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미세먼지 저감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연구원들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중국 환경기술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금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이나 연구진들이 중국으로 달려갈 때입니다.”
   
   ※ 이 기사 취재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 지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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