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오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시내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는 모습.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14일 오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 시내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는 모습.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월 11일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것부터 주간조선과의 동행 취재, 조사가 시작됐다. 이후 하루 간격으로 톈진, 허베이성의 우안시, 허난성의 정저우시, 산시성의 시안으로 이동하며 미세먼지 수치를 쟀다. 중국에 가져간 미세먼지 측정기는 ‘GRIMM’사 제품으로 교수나 연구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뢰성과 정확도가 매우 높은 고가의 장비다. 이 장비를 들고 중국발 미세먼지 진원지라 불릴 만한 곳들의 미세먼지를 측정했고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14일 허베이성의 우안시 공단에서 측정한 결과를 보자. 새벽에 비가 그친 후 오전부터 우안시는 황사 영향을 받았다. 우안시의 번화가에서 오전에 측정한 미세먼지(PM10) 농도는 약 1700μg/㎥까지 치솟았다. 공단 인근 지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의 농도는 약 910μg/㎥으로 나타났다. 황사의 영향으로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도 상당히 높게 측정됐다. 그렇다면 PM10 중 PM2.5가 차지하는 분율(Fraction)은 얼마였을까. 시내 오전, 공단지역, 시내 오후가 각각 17%, 21%, 18%로 산출됐다.

정저우도 황사의 영향을 받아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매우 높게 측정됐다. 오후, 저녁, 아침의 PM10의 평균 농도는 각각 약 930μg/㎥, 580μg/㎥, 540μg/㎥이었다. PM10 중 PM2.5의 분율은 각각 19%, 22%, 25%로 산출됐다. 이 수치는 우안시에서 얻어진 값과 유사했다. 지역이 다를지라도 분율을 보면 공기질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결과로부터 황사가 남쪽으로 이동하여 정저우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안에 도착해서는 추마이타(공기청정기타워) 부근과 시안 시내에서 미세먼지 농도 측정이 이루어졌다. 미세먼지(PM10)의 농도는 공기청정기타워와 시내가 각각 190μg/㎥, 120μg/㎥으로 측정됐다.

시안, 정저우, 우안시와 달리 수도인 베이징의 대기질은 최근 들어 현저하게 개선되고 있음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시진핑 정부가 2013년부터 시작한 강력한 대기환경 정책으로 최근 3~4년 사이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기오염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정부가 주도해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다. 석탄을 사용하는 노후화된 공장의 경우 오염저감 장치를 달지 않으면 강제로 문을 닫게 한다. 또 겨울철 난방은 석탄보일러에서 가스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사용해온 석탄도 엄격한 통제에 나섰다. 대도시의 경우 오염원 배출이 심각한 공장을 교외지역으로 이전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전체 PM2.5(초미세먼지) 농도는 65.8μg/㎥→55.0μg/㎥→50.7μg/㎥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대기 중 2차로 PM2.5를 생성하는 이산화질소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9.6μg/㎥에서 33.4μg/㎥로 줄었다. 이산화황의 경우도 2014년 34.1μg/㎥에서 2016년 21.9μg/㎥로 급격히 농도가 감소했다. 이산화황이 주로 석탄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최근 중국 전역에서 PM2.5 농도가 줄어든 것도 석탄 연소 시 배출되는 가스가 줄어든 덕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에서 주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는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1월 중국 동부지역에서 생성된 고농도 스모그가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 왼쪽이 1월 13일, 오른쪽이 1월 17일 위성사진이다. 자료: 구글맵
2014년 1월 중국 동부지역에서 생성된 고농도 스모그가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 왼쪽이 1월 13일, 오른쪽이 1월 17일 위성사진이다. 자료: 구글맵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발전산업은 여전히 석탄 의존도가 높다. 석탄발전시설을 큰 도시에서 교외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전체로 볼 때 석탄발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상당히 많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 사용량 증가로 인한 이산화질소의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자동차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자동차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질소가 PM2.5 스모그를 생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중국 내륙에서 대기 정체로 생성된 고농도 스모그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큰 도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도 중국발 고농도 스모그에 영향을 받고 있다. 거리상으로 중국 내륙과 한반도가 크게 멀지 않기 때문에 고농도 스모그가 중국 내에서 이동하며 영향을 주는 것과 비슷하게 한반도로도 이동하며 영향을 준다. 이동된 스모그가 정체하면 도시 내부에서 배출된 가스 오염물질과 반응하여 고농도 스모그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오래 지속시킨다.

중국의 스모그 발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지형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쪽으로 베이징, 동쪽으로 상하이, 서쪽으로 정저우를 경계로 한 중국 동부가 상대적으로 지형이 낮다. 반면 베이징과 정저우 기준 서쪽 방향으로 높은 산맥이 위치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도시와 주요 공업지역이 중국의 동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풍이나 동남풍이 약하게 불거나 대기 정체 시 중국 동부지역에 스모그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생성된 스모그는 장거리를 이동하며 중국 동부지역 모든 도시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 동부지역에서 만들어진 고농도 스모그 띠는 기류가 동쪽으로 바뀔 때 한반도로 이동하게 된다.

필자가 연구했던 2014년 1월 중순의 사례를 보자. 당시 중국 동부지역에 고농도 스모그가 만들어진 후 기류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며 한반도에 영향을 줬다. 2014년 1월 13일 위성영상을 보면 베이징에서 톈진, 정저우를 거쳐 상하이까지 회색의 스모그 띠가 걸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농도 스모그는 기류가 동쪽으로 흐를 때 한반도로 이동한다. 이렇게 되면 2014년 1월 17일처럼 중국 동부에서 황해, 한반도에 걸쳐 넓은 회색 스모그 띠가 걸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필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전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145μg/㎥까지 높아졌고, 평균 약 120μg/㎥을 나타내었다. 요즘 초미세먼지 ‘나쁨’ 수준이 35μg/㎥이니, 중국발 고농도 스모그가 지금의 ‘나쁨’ 기준보다도 초미세먼지를 4배 이상 증가시킨 셈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중국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방법과 유사하게 우리나라도 두 가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미세먼지 전국 평균을 줄이는 방향과 고농도 스모그 시 대응방안으로 나누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국 평균을 줄이는 방법은 정부와 각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저감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저감대책에 맞추어 각 지자체에서도 산업 특성에 따른 세부적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반면 고농도 스모그의 경우 중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스모그가 한반도에 유입된 후 정체가 될 때 어떻게 거동하는지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중국발 오염물질이 이동하여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번에 중국 톈진과 상하이에서 만나본 중국 대학교수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서 강력한 저감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농도 스모그가 아직까지 빈번히 발생하는 것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중국 내에서 발생한 고농도 스모그가 도시 간 전파를 통해 얼마나 특정 도시에 유입되는지, 또 도시 자체 발생량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산정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중국에서 유입된 스모그가 한반도 상공에 정체하면서 고농도 상태가 며칠씩 지속되면 국외 유입 영향이 70% 이상에 이른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마땅히 저감정책을 추진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체 초기에 국외 기여율이 높다가 점점 국내 기여율이 높아진다면, 국내 기여율을 높이는 원인물질을 찾아내고 이 물질을 줄이는 저감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 스모그가 정체할 때 질산염의 농도가 주로 증가한다면, 질산염을 만드는 가스상 물질인 이산화질소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산화질소가 주로 자동차에서 배출되니 고농도 스모그가 발생하였을 때는 차량 2부제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구조 및 생활패턴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중국발 미세먼지 발생원인 및 거동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스모그 고농도 시 국내외 기여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번에 한·중 정부가 합의하여 추진할 한·중 미세먼지 관련 환경센터를 적극 활용하여 양국 연구자들이 실질적인 협력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정책 제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폭죽 연구’로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입증한 인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가스분석표준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장거리 이동하여 한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그동안 미세먼지를 연구한 자료들은 대부분 위성영상 분석이나 대기질 모델링을 한 것이 많았다. 위성영상은 대기의 흐름을 거시적으로만 제공하고, 대기질 모델링은 실제 관측치와 비교해봤을 때 오차가 크다는 지적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의 실체를 밝힌 그의 ‘폭죽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그가 발표한 ‘폭죽 연구’는 2017년 중국 춘절 기간(1월 27일〜2월 2일)에 중국인들이 터뜨린 폭죽에서 나온 오염물질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를 높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다.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한국까지 그대로 날아온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학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정진상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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