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백이현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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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건강해진다’라는 단 한 가지 주제로 5년 동안 매주 2~3편의 칼럼을 인터넷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이동윤외과의원의 이동윤(66) 원장. ‘달리는 의사’로 유명한 그는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조선pub’ 사이트(http://pub.chosun.com)에 340편이 넘는 칼럼을 기고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의사회가 발행하는 ‘의사신문’에는 4년 동안 역시 달리기와 건강을 주제로 200편이 넘는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전체를 모아놓으면 달리기 백과사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달리기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상식을 비롯하여 이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의학정보를 담고 있다.

이 원장은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서 간단한 맨손체조를 한 후 아침식사 전까지 약 2시간 정도의 여유시간을 이용해 칼럼을 쓴다고 한다. ‘달리기 전도사’인 그는 지금도 매일 자신의 집이 있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병원이 있는 잠원동까지 왕복 10㎞ 정도를 달려서 출퇴근한다. 복장은 출퇴근 때 입는 양복 차림 그대로다. 달리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퇴근 시 복장 그대로 달린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을 하려면 운동복을 입어야 하고, 운동장에 나가야 하고,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상생활 모든 것이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회사에서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거나, 다른 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서 있기만 해도 앉아 있는 것보다 3배나 많은 칼로리를 태우게 됩니다.”

이동윤 원장은 지금까지 200번 정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고 한다. 첫 마라톤 완주는 1997년 10월 26일 열린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였다. “마라톤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도 평소 아침마다 5~7㎞ 정도의 달리기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인의 권유로 풀코스에 도전했는데 3시간40분55초에 첫 마라톤을 완주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마라톤에 도전하고 있는데, 달리기는 제가 내적으로 더욱 강인해질 수 있게 해준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성공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 더욱 커질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이 원장은 뜻이 맞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달리는 의사들’이라는 마라톤 동호회를 결성한 후 마라톤 보급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달리는 의사들’은 2006년 초 사단법인을 설립하여 ‘한국 달리는 의사들’로 등록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달리는 의사들’은 자폐아들의 페이스메이커 활동이나, 마라톤대회에서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레이스 패트롤’이라는 의료팀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대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달리기 건강교육 등의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1년 중 하루는 고통받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15회째(2년은 경비 문제로 미개최)를 맞는 올해 행사는 5월 13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다. 이 원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부모들이 소아암 아이의 병 시중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곤란으로 고통받고 이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자 시작한 것이 소아암 환우를 돕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1년에 개최되는 마라톤대회가 500개 가까이 될 겁니다. 소아암 환우돕기 마라톤대회도 그중에 하나인데, 우리는 수익금 전체를 소아암 환자 치료비로 기부합니다. 수익성을 배제한 순수 기부성 마라톤대회로는 우리가 처음 시작했고, 그 순수성을 유지하고 시민들에게 소액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국내 유일의 대회입니다. 제가 이 마라톤 행사의 대회장을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4억6000만원 정도를 기부했습니다. 또 하나 제가 대회장을 맡고 있는 산길 달리기 행사인 ‘행복트레일런축제’도 같이 소아암 환우 돕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지금까지 총 5000만~6000만원 정도를 모아 소아암 환우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아암은 완치율이 70~80%가 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완쾌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강법은 달리기

이 원장은 의사 생활로 바쁜 와중에 달리기와 건강 칼럼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달리기의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달리기만큼 좋은 운동이 없습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유행하는 표어 중에 ‘9988-234’란 것이 있습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자’라는 의미인데, 장수에 따른 건강수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미국에서 1970년대 조깅문화를 만든 제임스 픽스라는 교수가 쓴 책에 보면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체중조절, 근육강화, 소화, 수면 등의 건강 문제에 가장 도움을 주는 운동이 달리기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미국의 대통령건강관리위원회가 연구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요약하면 질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대사성 질환을 줄이고, 심폐기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달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전 국민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달릴 겁니다.”

그렇다면 초보자들은 달리기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어떤 운동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이 규칙성과 지속성”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기가 태어나서 걷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핵심은 체중을 지탱하기 위한 근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달릴 수 없듯이 달리기에 필요한 근력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달리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도전심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달리는 거리를 점차 늘려나가면 됩니다. 자신이 5분밖에 뛰지 못하는 체력을 가졌다면, 일단은 5분만 뛰면 됩니다. 어떤 운동을 하든 운동의 강도를 자기 몸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 운동을 해야 다치지 않습니다.”

이 원장은 “국가의 생활체육 정책이 국민건강증진과 연결되도록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었는데, 생활체육 정책은 국민건강증진에 초점을 맞춰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민건강증진이 결국 건강수명을 높이고, 국민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원이나 놀이터마다 각종 체력단련 시설을 만들어놓았지만, 이런 운동기구 대부분이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 체력단련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뇌졸중이나 뇌성마비 환자들입니다. 이들이 집 가까이에서 활용할 운동기구가 없기 때문에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재활병원을 이용해야 합니다. 뇌성마비 환자들이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운동기구만이라도 먼저 갖춰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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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흔 조선pu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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