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웨이 디디 창업자 겸 CEO ⓒphoto 바이두
청웨이 디디 창업자 겸 CEO ⓒphoto 바이두

지난 5월 6일 새벽 중국 허난성 정저우(鄭州)에서 미모의 스튜어디스 리(李)모(21)씨가 강간살해당했다. 하의는 벗겨진 채 몸에는 20여군데 칼에 찔린 흔적이 있었다. 남성의 정액도 검출됐다. 이날 자정 가까운 시각에 숙소호텔에서 정저우 기차역까지 디디(滴滴) 순펑처(順風車)를 타고 가는 길에 벌어진 참변이었다. ‘디디’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이고, ‘순펑처’는 출발지와 목적지, 탑승시간을 제시하고 방향이 같은 운전자와 동승하는 디디의 카풀서비스다.

피살자의 통신기록은 ‘변태를 만난 것 같다’란 동료와 나눈 메시지가 끝이었다. 자연히 유력 용의자로 피살자가 탑승한 차량의 운전자 류(劉)모(27)씨가 지목됐다. 용의자는 사건 직후 차를 버리고 강물로 뛰어든 뒤 행적이 묘연했다. 결국 디디는 카풀서비스인 순펑처를 잠정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용의자에게는 현상금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을 내걸었다. 사건은 일주일 만인 5월 12일 새벽 4시30분, 용의자의 시신이 하천에서 발견되면서 종결됐다.

하지만 이 사건이 중국 사회에 던진 충격은 엄청나다. 정저우를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중국판 우버(Uber)인 디디는 택시의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세계적으로 차량공유 서비스의 대명사는 우버지만, 디디는 우버를 넘어서 이미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이 된 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이용자만 400개 도시, 4억5000만명에 달한다.

충격적 사건에 “디디를 믿고 탈 수 있느냐”는 얘기가 지난 일주일 내내 화제가 됐다. “그럼 택시는 과연 안전한가”라는 재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디디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중국 IT기업 중 최대어(最大魚)이기도 하다. 디디가 순펑처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용의자를 잡는 데 무려 100만위안의 현상금을 내건 까닭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 진화하기 위해서였다.

디디는 차량 경적 소리인 ‘뛰뛰’의 중국식 음차표현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출신의 청웨이(程維)가 29살 때인 2012년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에서 창업한 모바일 기반의 차량호출 플랫폼이다. 2015년 비슷한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합병해 덩치를 키우며 회사명을 ‘디디추싱(滴滴出行·약칭은 디디)’으로 바꿨고, 2016년 8월에는 우버차이나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디디의 창업자 겸 CEO 청웨이는 불과 35세 나이에 재산 165억위안(약 2조8000억원)의 IT업계 신흥 부호로 떠올랐다.

차량호출 플랫폼으로 출발한 디디는 지금은 택시 호출보다 오히려 일반차 위주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 준중형 및 중형차는 ‘콰이처(快車)’, 중대형차는 ‘처(專車)’라는 카테고리로 나눠 일반차량을 택시처럼 즉시 호출할 수 있다. 벤츠E클래스·BMW5·아우디A6·테슬라급 이상 차는 ‘하오화처(豪華車)’란 별도 카테고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용 차량의 등급과 요금을 철저히 세분화해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에 충격적인 사고가 터진 예약형 카풀 방식의 ‘순펑처’는 요금이 가장 저렴해 젊은층에 인기가 있었다.

우버와 같은 일반차량 공유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상하이에서 디디는 택시의 지위를 이미 능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상하이에서 디디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까닭은 열악한 택시 서비스 탓이다. 상하이는 서울과 달리 택시 공급이 절대 부족하다. 상하이의 택시는 약 5만대. 인구가 더 적은 서울의 7만대보다 적다.

모바일의 디디 이미지 ⓒphoto 바이두
모바일의 디디 이미지 ⓒphoto 바이두

디디 차량, 택시 8배인 40여만대

자연히 택시 잡기가 힘들고 서비스 수준은 형편없다. 노후한 차량에 퀴퀴한 냄새는 기본이다. 사납금 스트레스 탓인지 난폭운전에 졸음운전을 하기도 일쑤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신규 차량이 대거 도입됐지만 택시 서비스 수준은 경쟁도시와 비교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상하이가 이 정도인데 중국 다른 도시 택시들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개인차량 차주들이 자신의 차로 사실상 택시영업을 하는 디디는 일반택시와 비교해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자신의 차인 만큼 적어도 택시보다는 깨끗하게 관리했다. 차량손괴를 염려해 난폭운전도 비교적 덜했다. 모바일 위치기반서비스(GPS)를 이용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로 가기 때문에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일도 드물었다. 출발지와 목적지, 운행행적과 요금이 정확히 기록되기 때문에 오히려 택시보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차량탑승 전 미리 예상요금이 계산되어 택시비 바가지를 쓸 염려도 없었다. 요금 지불은 대부분 디디앱과 연동시킨 즈푸바오(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갑에서 주섬주섬 현금이나 교통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운행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이용자의 즈푸바오에서 과금되는 식이다.

특히 지난 3월 메이투안(美團)이란 업체가 차량공유 서비스에 진출한 직후부터는 디디와의 요금경쟁이 격화돼 각종 할인혜택이 제공되고 있다. 준중형 차량을 기준으로 어지간한 기본요금 거리는 택시 기본요금(14위안)보다 저렴한 상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버스요금(2위안)만큼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할인경쟁은 상하이 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파격적으로 줄여줬다.

상하이에서는 개인 차주들 역시 디디 영업에 적극적이다.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3년 이상의 운전경력, 차량가 7만위안(약 1200만원) 이상, 사용기간 8년 이하의 차량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디디 영업을 할 수 있다. 근무 후 투잡으로 디디 영업을 뛰는 직장인도 많고,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에 보낸 뒤 세컨드카로 디디 영업을 뛰는 주부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필자는 근무시간에 회사에서 몰래 빠져나와 디디 영업을 뛰다가 사장에게 들켜서 휴대전화로 연신 사과하면서 운전하는 디디 차주를 만난 황당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그간 디디는 신(新)기술과 신비즈니스에 관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덕분에 적어도 상하이에서는 만성적인 택시 공급과 서비스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상하이에 등록된 디디 차량만 무려 40여만대다. 등록된 택시(5만여대)의 8배에 달하는 차량이 일시에 풀린 것이다. 물론 택시기사들은 디디 때문에 경쟁이 격화돼 수입이 줄었다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반면 디디 측은 “차량공유 서비스로 20~30대 젊은층에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과거 ‘헤이처(黑車)’라고 불리던 개인 차를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양성화한 측면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디디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하이의 택시도 개선되는 느낌이다.

비록 여성 승객 강간살해와 같은 충격적 사건이 터졌지만 차량공유 서비스의 긍정적 효과를 체감한 중국에서 디디의 위기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그 결과는 올 하반기 예상되는 디디의 기업공개 실적이 말해줄 것이다.

키워드

#상하이 통신
백춘미 통신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