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20대 초반까지 직업이 없었던 한 고졸 청년이 있었다. 특별한 재능도, 뛰어난 스펙도 없어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은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일. 소위 ‘백수’였던 그는 군 제대 후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채팅 사이트인 세이클럽의 라디오 DJ 모집공고에 원서를 냈는데, 단번에 합격한 것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그는 한 대형 학원에서 ‘e러닝’ 일을 시작하면서 방송 기획자의 꿈을 꾸게 됐고 2년 뒤 입시학원 ‘이투스’로 이직했다.

2005년 이투스는 ‘싸이월드’를 운영하던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합병됐다. 고졸 학력으로 대기업 사원이 된 그는 더 큰 목표를 세웠다. 그는 1인 미디어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세이클럽 라디오 DJ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2009년 다음팟TV에서 게임방송을 시작했다. 그의 영상은 선풍적 인기를 끌며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00건을 돌파했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게임방송을 시작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그의 방송은 구독자수가 170만명을 넘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의 이야기다.

“1인 미디어는 ‘미디어 혁명’이 아니라 ‘유통 혁명’입니다. 제가 집에서 동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면 미국 뉴욕에 있는 사람들도 볼 수가 있어요. 쉽게 말해 제가 한국에서 영상을 제작하면 공간을 초월해 미국에 곧바로 수출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도서관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넷 방송에서 보던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중저음의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그는 “유튜브의 등장은 유통의 혁명을 가져왔고,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세상에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습니다. 다만 이들이 어떤 기회를 얻어서 작가가 되거나 만화가가 되기는 쉽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걸 시장에 홍보하고 책과 그림을 유통시켜야 하는데, 혼자 하기에는 벅찬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튜브의 등장으로 이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대도서관의 설명이다.

욕설 없어도 인기 있는 이유

본명인 나동현보다 훨씬 유명한 그의 ‘대도서관’이라는 닉네임은 ‘문명ⅴ’란 게임으로 방송할 때 만들어졌다. 게임 속 건물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별명인 ‘대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대도서관이라는 이름에 대해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유튜브 인기와 비슷할 정도로 10여년 전에도 동영상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한때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를 만드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UCC를 통해 수익을 낼 만한 창구가 특별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조회수가 많을수록, 고정 구독자수가 늘어날수록 영상에 광고가 붙고 수익이 증가한다.

유튜브에서 조회수는 곧 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방송 중 욕설을 하거나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도서관은 방송에서 욕설과 거친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대신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실제 네티즌들에게 대도서관의 방송은 ‘유교방송’으로 통한다. 욕설 하나 없는 그의 게임방송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대도서관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도서관이 유튜브 광고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은 5000만원이 넘는다. 방송 출연, TV 광고 등의 기타 수입을 합하면 연간수입이 20억원에 달한다. 대도서관은 “단순히 조회수가 돈을 벌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잘못된 생각이 큰 문제”라면서 “특히 Z세대라고 불리는 10대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 방송이 자극적으로 흘러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대도서관이 말하는 Z세대란 1995 ~2005년 출생한 사람들을 말한다. ‘Z’라는 알파벳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다. 과거에 등장한 ‘X세대’와 ‘Y세대’ 다음 세대라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의 ‘Z세대의 스마트폰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유튜브 이용 비율은 86%로 Y세대(1981~1995년생) 76%, X세대(1961~1980년생) 66%, 디지털 시니어 세대(1960년 이전 출생) 57%를 압도했다. 대도서관은 Z세대에 대해 “혼자 있지만 혼자 있지 않은 세대”라고 말했다. 이들이 방 안에서 혼자 있는 것 같지만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대도서관은 Z세대의 유튜브 이용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Z세대 같은 경우는 더 디테일한 정보를 원합니다. 글과 사진만 보고서 그걸 믿는 게 아니라 영상을 통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서비스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신뢰감을 갖게 되는 거죠.”

하지만 청소년들이 유튜브 방송에만 너무 의존해서는 발전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도서관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했다. 한때 블로그를 운영하며 IT 리뷰를 쓰기도 했다. 대도서관은 “취미로 게임을 즐기고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모두 큰 도움이 됐다”면서 “유튜브는 다양한 취미가 직업이 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생방송 하기엔 위험”

대도서관은 유튜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고 했다. 우선 그는 “청소년들이 유튜브 생방송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생방송은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생방송은 특성상 한번 실수하면 청소년들이 감당하지 못할 악플과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생방송으로 방송을 하는 것보단 사전에 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는 영상 제작을 추천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영상을 녹화하고 어른들이 편집을 통해 적절한 가이드를 만들어준다면 기획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며 “유튜브 방송 제작 경험은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유튜브 방송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일까. 바로 기획력이다. 대도서관은 “생방송이든 영상 제작이든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꾸밀지, 어떻게 감동을 줄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질 높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1인 미디어의 정의는 간단했다. 시청자의 취향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언어로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큰 주제에 집중하지 말고 소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아티스트가 아니에요. 그저 재미있게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면 됩니다.”

그는 주제에 집중하다 보면 흥미로운 일이 아니라 따분한 일이 돼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을 듣더라도 대중음악부터 클래식까지 모두 듣는다고 한다. 영화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본다. 대도서관의 기획력은 깊이 있는 지식보다는 얕지만 넓은 지식에서 나오는 듯했다.

대도서관은 방송을 만들 때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만들되, 시청자에게 휘둘리는 방송을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후원금의 수익을 보면 90%가 전체 시청자의 2~3%에게 나옵니다. 소수의 후원자들이 마음을 바꾸면 당장 수익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들의 마음에 맞추려만 하다 보면 자신이 하려고 했던 콘텐츠가 바뀌는 일도 발생하죠.”

대도서관의 말을 듣다 보니 쉬워보였던 유튜브 방송이 어렵게 느껴졌다. 10분짜리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대도서관은 유튜버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유튜브의 신’(비즈니스북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그의 성공비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출간한 지 3주 만에 3만부가 팔리며 신간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그는 “사실 이 책은 유튜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부모가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면서 “청소년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가 된 요즘, 이에 대한 부모들의 정확한 이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도서관은 유튜브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재 유튜브가 재미와 화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면, 미래의 유튜브는 보다 전문성이 커질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새로운 콘텐츠를 찾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올해 ‘음식’을 주제로 한 새로운 방송을 준비 중입니다.”

대도서관은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음식을 주제로 한 새로운 유튜브 방송 아이템을 구상하기 위해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유튜브는 여전히 블루오션이고 소통의 통로다. 인터뷰 말미에 했던 대도서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유튜브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어주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유튜브를 활용해 자녀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자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도서관이 말하는 유튜브 생방송 진행 TIP

1. 주 4회 이상, 시간을 엄수해 꾸준히 방송한다.

2. 오디오가 비지 않게 하라.

3. 시청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4. 말조심, 자나 깨나 말조심.

5. 악플러에게 화를 내면 다른 시청자까지 불편해진다.

6. 생방송 특유의 돌발성을 즐겨라.

7. 팬들과 거리를 유지하라.

대도서관이 말하는 유튜브 방송 기획 TIP

1. 내가 자신 있고 관심 있는 분야 찾기

살림·육아·교육·부동산·인테리어·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을 하나 선택하자.

2. 메인 기획 정하기

메인 기획을 정할 때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1만원짜리 한 장으로 만드는 요리, 3분 간단 요리 등 아이템을 정해보자.

3. 시청자 연령대 정하기

시청자 연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4. 기본 콘셉트 정하기

부러움과 동경을 자극하는 일명 ‘워너비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친근함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상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5. 업로드 주기 정하기

일주일에 2개 이상은 반드시 업로드해야 한다. 업로드 요일과 시간을 미리 공지하면 고정 구독자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6. 기획안 쓰기

메인 콘텐츠 말고 가끔은 서브 콘텐츠를 올릴 필요도 있다. 내가 설정한 시청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색다른 기획을 해보는 것이다. 다만 서브 콘텐츠를 기획할 때도 시청자 연령층을 고려해야 한다.

7. 영상 길이 결정하기

아이템에 따라 다르지만 3~5분 이내가 가장 좋고 길어도 10분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

8. 닉네임과 채널 이름 만들기

닉네임은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 영어 또는 영어로 옮기기 좋은 것으로 선택하자. 채널 이름은 채널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고른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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