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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0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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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30분 배송! 유통업계 뒤흔드는 ‘허마’

백춘미  통신원 

▲ 모바일 쇼핑업체 허마의 배송 오토바이.
상하이 푸둥(浦東) 진차오(金橋)개발구의 한 쇼핑몰 지하에는 ‘허마(盒馬)’라는 마트가 있다. 감각적인 조명과 차분한 음악이 감싸고 있는 매장에 들어서자 소포장의 신선식품들이 매대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베이커리 코너에서는 고소하고 향긋한 버터 냄새가 풍겼고 수산물 코너에서는 쇼핑객들이 펄떡이는 작은 가재를 직접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느 마트와 달리 매장 입구를 막고 있는 계산대와 계산원은 보이지 않았다. 상품 결제는 매장 출입구에 설치된 무인계산대에서 QR코드 스캔을 통해 이뤄졌다. 무인계산대에서 허용되는 결제수단은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가 유일했다.
   
   허마의 1호점인 이 마트는 지난해 7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선두 알리바바의 마윈(馬云) 회장이 직접 찾아 유명해진 곳이다.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여느 마트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마트의 실제 운영 목적은 품질 좋고 안전한 신선식품들을 고객들에게 두 눈으로 확인시키는 데 있다. 오프라인 매장인 이곳보다 월등히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 곳은 허마의 모바일 앱이다. 앱상으로 주문을 받으면 상품이 픽업돼 1층에 있는 물류센터로 운반된다. 물류센터에서는 하늘색 하마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배송원들이 오토바이에 물건을 산더미처럼 가득 싣고 쉴 새 없이 쏟아져 나간다. 주문부터 배송이 이뤄지는 시간은 주야간, 새벽을 막론하고 단 ‘30분’이다.
   
   
   푸둥에 1호점 마트
   
   신선하고 품질 좋은 신선식품을 365일 24시간 동안 불과 30분 만에 배송하는 허마는 하마처럼 모바일 쇼핑시장을 먹어치우고 있다. 허마(盒馬)는 하마(河馬)와 중국어 발음이 똑같다. 실제 필자 주위에 있는 상하이의 젊은 부부들 가운데 직접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스마트폰에는 허마를 비롯 줄잡아 수십 개의 모바일 쇼핑앱이 깔려 있다. 대부분의 생필품 구입은 스마트폰 액정화면 속에서 이뤄진다. 1위안이라도 저렴한 가격 경쟁은 기본이다. 빠른 배송 경쟁도 치열하다. 각 업체 간 경쟁으로 배송시간이 ‘익일배송’ ‘2시간 배송’ ‘1시간 배송’으로 점차 당겨지더니 허마의 ‘30분 배송’이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땅이 크고 물산이 풍부한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 중국에서 ‘30분 배송’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쇼핑 역시 대세가 된 지 오래라지만, 열악한 위생과 식품안전 문제 때문에 야채나 과일, 수산물 같은 신선식품까지 커버하기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었다. 반면 허마는 그간 모바일 쇼핑의 각종 단점을 보완한 최신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 대 오프라인) 모델’이다. 허마는 100% 모바일에 의존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상하이를 시작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주요 인구밀집지에 질 좋은 상품을 멋지게 늘어놓은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이를 상품 쇼룸으로 활용해 취급하는 상품의 품질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하는 동시에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물류센터라고 해봤자 한국과 같이 소화물을 실은 택배트럭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오토바이 배송을 활용한다. 따라서 화물차가 드나드는 큰 주정차 공간도 필요 없다. 기동성이 좋은 오토바이 배송원들을 활용하면 배송회전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직 안전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오토바이의 운전석만 제외하고 앞 뒤 옆으로 아무리 많은 상자를 적재한 채 질주해도 단속하는 교통경찰이 없다. 자연히 중국 소비자들은 물건이 필요할 때마다 앱에서 주문한 뒤 30분 만에 집에서 받아보는 새로운 쇼핑 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과 시간상으로 큰 차이가 없다.
   
   허마로 상하이 시민들의 소비행태를 바꾼 인물은 요즘 중국에서 인민폐에 새겨진 ‘마오(쩌둥)’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다. 그간 알리바바는 B2B(기업 대 기업) 플랫폼인 ‘알리바바’, C2C(고객 대 고객) 플랫폼인 ‘타오바오’, B2C(기업 대 고객) 플랫폼인 ‘텐마오(티몰)’의 삼각 유통플랫폼을 구축한 뒤 전자상거래 업계를 주도해왔다. 한마디로 좌판(플랫폼)만 깔아주고 돈을 긁어모았다.
   
   하지만 B2C의 좀 더 진화된 형태인 O2O 영역에서는 유통업계의 맞수로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징동(京東·JD닷컴)’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징동은 앞서 2015년부터 막강한 물류망을 기반으로 1시간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징동에서는 알리바바의 결제수단인 즈푸바오(알리페이)를 사용할 수도 없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알리바바는 2016년 징동의 물류책임자였던 허우이(侯毅)가 허마를 창업해 독립할 때 1억5000만달러(약 1600억원)의 재무투자를 단행했다. 사실상 허마의 뒷배가 되어준 것이다. 이후 2017년 7월 마윈이 허마 1호점인 상하이 푸둥 진차오점에 방문한 것을 신호탄으로 막대한 실탄을 퍼붓고 있다.
   
   지난해 7월 마윈의 방문 당시 13개 점포에 불과했던 허마는 1년이 채 안 된 현재 상하이 18개 점포를 비롯해 중국 13개 도시에 55개 점포로 급속히 확대됐다. 3~4선 도시를 주로 파고드는 유통업계 후발주자들과 달리 철저히 소득수준이 높은 상하이, 베이징(10개), 선전(4개) 등 1~2선 도시만을 공략하는 것도 허마의 특징이다.
   
   
   허마 키우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
   
▲ 허마의 QR코드 무인계산대
허마를 필두로 한 모바일 쇼핑업계의 파괴적 혁신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물론 대형마트다. 다룬파, 월마트, 카르푸 등 업계 수위의 대형마트에 가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이 보이기 일쑤다. 쇼핑 황금시간대인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 역시 마찬가지다. 손님이 없으니 계산대의 절반 정도는 늘 닫혀 있다. 그나마 쇼핑하는 손님은 대부분 고령층으로 매장에 활력이 없다. 상하이에서도 소득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푸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반대로 푸둥신구의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상품들을 가득 적재한 오토바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계 대형마트의 경우 사드(THAAD) 사태로 유탄을 맞은 롯데마트가 지난 4월과 5월, 각각 화북(華北)과 화동(華東)지방 점포를 순차 분할매각하며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마트의 화북과 화동지방 점포는 중국 현지 유통업체인 우메이(우마트)와 리췬(利群)이 각각 나눠서 인수해갔다. 1997년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했던 이마트는 앞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완전 철수했다. 상하이 최대 한인타운 근처에 있던 이마트 차오바오점은 이미 ‘허마’로 간판을 바꿔 단 지 오래다. 중국 모바일 쇼핑의 피 터지는 경쟁을 지켜보면 한국계 대형마트의 중국 조기철수가 되레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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