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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1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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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결국 터진 P2P 사기… 금요일 밤을 조심하라!

하주희  기자 

판도라의 상자는 금요일 밤에 열린다. 지난 6월 1일 오후 불안해하는 글이 하나둘 올라왔다. P2P(피투피)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였다.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국내에선 ‘대부중개업’으로 분류한다. 업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한국P2P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누적대출액 기준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P2P 투자자들이 불안해진 건 ‘오리펀드’라는 업체 때문이었다. ‘오늘 돈이 들어올 땐데 상환이 안 된다’ ‘갑자기 오리펀드 사무실에 연락이 안 된다’…. 점점 글들이 많아졌다. ‘사장이 휴대폰을 꺼놨다’ ‘등기부등본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위조인 것 같다’, 퍼즐 조각이 모이듯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결론이 하나로 모아졌다. ‘사기가 의심된다’.
   
   반나절 만에 결론이 모아진 이유는 요즘 P2P 업계 분위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연체가 이어지다 폐업을 하는 건 그나마 양호한 경우다. 상품 모집 자체는 그나마 사실이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상품 자체가 허위인 경우다. 최근 사고를 낸 ‘펀듀’와 ‘2시펀딩’이 그랬다. 투자상품부터 거짓이었다. 투자자들의 돈을 차곡차곡 모아 임원이 외국으로 도주해버렸다. ‘2시펀딩’ 임원의 경우 일본으로 도주했다. 수사를 맡은 강남경찰서는 출국금지를 하긴 했다. 하지만 동명이인을 출국금지했다. 이름만 같고 나머지는 전혀 다른 이였다. 주 용의자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다.
   
   ‘오리펀드’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한시바삐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 ‘당장 경찰서에 신고하자’ ‘어느 경찰서로 가면 되냐’. 문제는 금요일 밤이라는 사실이었다. ‘당직 담당자에게 고소장을 냈는데 출국금지는 시간이 걸린단다 어떡하냐?’
   
   사기 의심 범죄는 보통 경찰서 경제 수사 부서나 지능범죄수사팀에서 맡는다. 당직 담당자는 일단 고소장을 접수하는 게 일반적이다. 범죄는 365일 일어나고, 경찰서는 실질적으로 주5일 근무를 한다. 사기범죄자가 금요일 밤을 노리는 이유다.
   
   ‘오리펀드’는 신생사였다. 올 1월 문을 열었다. 6개월 만에 2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다. 정확히는 204억원이다. 이 중 78억원은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투자자들이 받지 못한 미상환금은 127억원이다. 새로 생긴 회사가 반년 만에 200억원을 모은 이유가 있었다. 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더하이원펀딩(이하 더하이원)’과의 합병이 신생 오리펀드를 밀어올렸다.
   
   ‘더하이원’ 역시 P2P 회사다.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주로 동산 담보 상품을 취급했다. 예를 들면 유류, 즉 자동차에 넣는 기름을 담보로 주유소에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담보는 다양했다. 식자재, 다이아몬드, 가구, 건축 중인 창고를 담보로 투자금을 모은 경우도 있었다. 하나같이 짧은 대출 기간에 이율도 높았다.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식자재를 담보로 3억원을 두 달 동안 18%에 빌려준다’는 식이었다. ‘설마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까’ 하며 투자가 이어졌다.
   
   ‘더하이원’은 이른바 ‘칼상환’으로 신뢰를 쌓았다. 대출금을 공지한 날짜에 칼같이 상환해줬단 얘기다. 순조로운 투자와 상환이 이어졌다. P2P 관련 네이버 카페 중 가장 가입자 수가 많은 A카페에는 ‘더하이원’의 이모 대표를 찬양하는 글이 이어졌다. 지난 3월 ‘더하이원’은 잠시 상품 출시를 멈췄다. 영업에 차질이 생겨서다. 금융감독원 때문이었다. 금감원은 모든 P2P 업체를 대상으로 금감원에 등록하라는 공고를 냈다. 자기자본금 3억원을 갖춘 후 ‘온라인대출정보연계대부업’으로 등록하라는 주문이었다. 데드라인은 2월 말이었다. 무슨 일인지 ‘더하이원’은 금감원 등록을 쉽게 하지 못하는 듯했다. ‘회사 대표가 전과가 있다’는 소위 ‘카더라’ 소문이 돌기도 했다. 4월 26일 ‘더하이원’은 금감원 등록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 사이 법인 대표는 이모씨에서 황모씨로 바뀌어 있었다. 홈페이지엔 황모씨가 대표, 이모씨가 CEO라고 표기해놨다.
   
   ‘더하이원’은 금감원 등록 직후부터 줄줄이 상품을 출시했다. 5주 동안 36개 상품을 내놨다. 족족 마감이었다. 이전에 쌓은 명성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은 경쟁에 밀려 투자하지 못할까봐 조바심까지 냈다. A카페엔 ‘더하이원’ 방문 후기도 올라왔다. 담보상품을 보관해놨다고 주장하는 창고를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했다는 글이었다. ‘더하이원’은 장애인 시설에 기부를 한다며 ‘기부펀딩’이란 것도 내놨다. 누적대출액은 420억원을 넘어섰다. 상환액을 제하고 어느덧 미상환 금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정확히는 112억원이었다.
   
▲ 지난 4월 오리펀드와 더하이원펀딩이 합병했다며 두 회사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 왼쪽이 더하이원펀딩의 이모 대표, 오른쪽은 조모 오리펀드 대표다.

   금요일 두 회사 임원이 나간 후
   
   ‘오리펀드’는 금감원 등록엔 문제가 없었다. 2017년에 이미 등록한 상태였다. 문제는 영업력이었다. 1억원을 모으려했던 1호 상품의 경우, 중간에 펀딩을 취소했다. 3월 초부터 다시 상품을 연이어 내놨다. 부동산 담보였다. 태양광발전소 건설목적 대출도 있었다. 예를 들면 1억5000만원을 2개월 동안 15%에 빌려주는 형태다. ‘칼상환’이 이어졌다. 모든 게 ‘더하이원’과 같은 양상이었다. 4월 6일 두 회사는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 합병 소식이었다. 몇몇 매체는 이들의 발표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문제없이 상환이 이어진 데다 그 명성 높은 ‘더하이원’과 합병까지 했다니 ‘오리펀드’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올라갔다. 합병 직후부터 ‘오리펀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대출상품을 쏟아냈다. 주로 두세 달짜리 고이율 상품이었다. ‘더하이원’처럼 동산 담보도 내놓았다. ‘합병했으니 취급상품도 비슷해지는구나’, 의심의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오리펀드’와 ‘더하이원’은 투자자들에게 리워드, 즉 투자에 대한 일종의 보상도 줬다. 투자금액의 2%를 리워드로 준다. 500만원을 투자하면 이자와는 별개로 10만원을 백화점 상품권으로 보내주겠다고 내거는 식이었다. 한 달 만에 투자금 120억원이 모였다. 그리고 6월 1일 금요일. 두 회사 임원들은 여느 때와 조금 다른 행동을 했다. 일찍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엔 고객전화를 응대하는 직원만 남았다.
   
   이들의 도주가 확실해지자 업계가 술렁였다. 급기야 거래회사까지 나섰다. 이들의 투자금 송금을 대행하는 ‘페이게이트’라는 회사였다. 경찰서에 자료를 가져가 두 회사 임원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나름 발 빠른 대응이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진 않았다. ‘모기지펀드’라는 한 P2P 업체가 피해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변호사와 함께 고소장 접수를 돕기 위해서였다. 한순간에 투자자에서 피해자로 처지가 바뀐 이들의 숫자는 총 1351명. ‘오리펀드’ 투자자만 따진 수치다. 사연 없는 돈이 있겠냐마는,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이었다. ‘투자 기간이 짧길래 아기 심장병 수술비를 조금이라도 불려보려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됐다’ ‘아파트 중도금을 두 달만 넣어두려 투자했는데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다’ ‘결혼비용이 몽땅 날아갔다’….
   
   대부분이 은행 이자보다 조금 더 이자를 받으려고 한 일반 서민이다.
   
   P2P 상품에는 원래 한 사람이 한 업체에 동산 기준 최고 2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동산·부동산 가리지 않고 ‘더하이원’과 ‘오리펀드’ 둘 다 투자해 4000만원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한 사람도 많다. 가족 명의까지 동원해 1억원 이상 투자한 이도 있다. 자살이란 글자가 투자자들 단체 채팅방이나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서 보였다.
   
   6월 4일 월요일이 됐다. 이제나저제나 경찰의 대응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에게 소식이 전해졌다. ‘오리펀드’ 대표 조모씨가 6월 2일, 그러니까 토요일 아침 이미 베트남으로 출국했단 사실이다. 베트남으로 도주하지 않았을까 투자자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조 대표가 베트남 출신 여성과 결혼해 자식을 세 명 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자체 ‘수사’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두 업체는 사기를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사실이다. 두 업체의 합병도 사실이 아니었다. 등기상으로 두 회사는 합병은커녕 아무 관련 없는 회사였다. 둘째, 실제 사장과 서류상 사장, 소위 ‘바지사장’이 서로 다른 P2P 업체들이 여러 군데 있어왔다. ‘2시펀딩’의 경우 도주한 채권팀장이 실질적인 사장이었고 서류상 사장은 그의 운전기사였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외국 흥신소라도 알아보자”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 당국의 대응이 기대치에 못 미쳐서다. P2P 카페 ‘크사모’ 운영자 이도현씨는 P2P 투자자들에게 “업체가 상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는지, 업체 대주주가 누군지 봐야 한다. 고금리와 리워드에 절대 현혹되지 말고 상품의 상환재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P2P 업계에 일부 사기로 의심되는 업체들이 있다”며 “P2P 금융을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관리해야 한다. 규제할 수 있는 법 제정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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