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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1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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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아메리카노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드론까지 띄운 상하이의 배달전쟁

백춘미  통신원 

아메리카노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 드론과 오토바이를 결합한 어러머의 음식 배달. photo 바이두
상하이에 본사를 둔 배달앱 ‘어러머(餓了幺)’는 지난 5월 29일 상하이시 정부로부터 드론(무인기)을 이용한 음식배달 노선허가를 받았다. 중국에서 첫 번째로 승인된 음식배달용 드론 노선허가다. 어러머는 이날 드론을 이용해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한 것을 시작으로 드론 배송을 본격화했다. 음식배달용 드론은 상하이 진산구(金山區)의 진산공업원 내에서 최장 3.5㎞에 달하는 17개 노선에 걸쳐 운용된다. 배달통을 탑재한 드론이 담당하는 면적은 약 58㎢에 달한다.
   
   상하이 외곽의 공업지역인 진산구는 직장인들의 점심, 저녁 및 야식 수요가 많다. 하지만 좀 괜찮은 식당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공장지대의 너른 공터를 활용해 최대 10㎏의 배달통을 들 수 있는 드론이 따끈따끈한 음식을 하늘로 공수해오면,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이를 바통터치하듯 이어받아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드론과 오토바이를 결합한 배달 방식이다.
   
▲ 드론에 음식을 탑재하는 어러머 배달원. photo 바이두

   10㎏ 배달통 달린 드론
   
   어러머 측에 따르면 볶음밥, 만둣국, 커피 등 배달음식을 실은 드론은 하루 평균 3~4회 출격한다. 주문을 받은 직후부터 배송이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분. 어러머 측은 “약 2년간 드론 배송을 준비해왔다”며 “인구보너스가 끝나는 시점에는 단순 배송인력을 구하기 힘들고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 드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음식배달용 드론의 등장은 상하이의 치열한 배달전쟁을 보여준다. 단군(檀君)의 자손인 한국인은 ‘배달(倍達)민족’이라고 불렸다. 이에 빗대어 짜장면, 치킨, 피자 등 음식 배달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 사는 한국인을 ‘배달(配達)민족’이란 우스갯소리로 부르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이란 배달앱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 상하이의 상황을 보면 중국인들도 ‘배달민족’으로 변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와이마이(外賣)’라고 불리는 중국 외식 시장의 배달 경쟁은 한국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상하이 푸둥(浦東)의 오피스 타운이나 아파트 단지들은 점심·저녁 시간만 되면 배달음식을 실은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돌아다닌다. 여성들이 거의 밥을 하지 않는 상하이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어러머나 메이퇀와이마이(美團外賣) 같은 배달앱에서 식당을 선택하고 메뉴를 고른 뒤 즈푸바오(알리페이)나 웨이신즈푸(위챗페이)로 모바일 결제를 마치면 식당으로 자동주문이 들어가고 음식 조리가 시작된다. 이후부터 앱상에는 GPS 위치기반에 따라 음식을 전달받은 오토바이 배달원과 주문자와의 거리 및 배송 예정시간이 실시간으로 떠오른다. 매번 음식 배달을 시키면 도착 예정시간과 최대 2~3분을 벗어나지 않고 ‘니하오’ 하고 벨을 누르는 배달원의 등장에 놀랄 때가 많다.
   
   배달앱 사용이 워낙 보편화돼 대부분의 식당은 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요즘은 음식 맛과 이미지 관리를 위해 배달을 꺼리던 고급식당들마저 속속 백기투항하고 있다. 요즘 푸둥 중심가의 고급 광둥(廣東)식당이나 이탈리아식당에서도 배달음식을 준비하고 배달원들이 이를 픽업해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40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도 배달
   
   대개 주문액이 20위안(약 3300원) 이상이면 어떤 음식이든 배달이 가능한데, 중국에서 24위안(약 4000원) 하는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도 배달이 가능하다. 상하이 한인타운의 한식당들도 지난 5월 26일 ‘배달앱’으로 인해 180도 달라진 영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강구할 정도였다.
   
   상하이의 배달전쟁을 주도하는 것은 어러머와 메이퇀 등 배달앱 기업들이다. 특히 ‘배고파’라는 뜻의 업계 2위 어러머는 최근 음식배달용 드론을 띄우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판을 뒤흔들고 있다. 어러머는 2008년 상하이교통대 석사 출신의 장쉬하오(張旭豪) 등이 동료들과 함께 개발한 배달앱 플랫폼이다. 지난해 업계 3위의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賣)’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 2월에는 알리바바의 마윈(馬云) 회장으로부터 95억달러(약 10조원)의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알리바바에 인수됐다. 지금은 알리바바 계열에 완전 편입돼 막강 자금력을 등에 업고 업계 선두 탈환을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업체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업계 1위 메이퇀이다. 베이징 칭화대(淸華大) 전자공학과 출신의 왕싱(王興)이 창업한 메이퇀은 중국 최대 공동구매(소셜커머스) 업체로 2013년 ‘메이퇀와이마이’란 배달앱 플랫폼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에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식당 및 서비스업 평가업체 ‘다중뎬핑’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런 영향력을 기반으로 식당들 사이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용자 2억5000만명, 오토바이 배달원만 50만명을 확보하고 배달앱 시장을 주도해왔다. 메이퇀은 지난해 업계 2, 3위 어러머와 바이두와이마이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소한 차로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피인수된 어러머가 파상공세를 펼치고 지난 3월 중국 최대 차량공유(우버) 업체인 디디(滴滴)마저 배달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오토바이 배달원들을 모집하자 메이퇀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메이퇀은 공개적으로 ‘어러머를 멸하고 디디를 제거한다’는 뜻의 ‘멸아제적(滅餓除滴)’이란 도발적 구호를 내걸고 전속 배달망을 정비하는 등 수성전에 돌입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드론’까지 등장한 피 터지는 배달전쟁에 상하이의 소비자들은 기쁘기 그지없다. 상하이에서는 공사판 인부들이나 고급 사무직을 막론하고 배달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일이 다반사다. 배달앱의 최대 고객군도 모바일 주문에 능숙한 젊은 직장인들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층은 메이퇀과 어러머가 매일 뿌려대는 각종 할인에 적지 않은 점심값 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덩달아 배달음식의 도착시간은 더욱 빠르고 음식포장 기법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의 음식배달은 짜장면, 치킨, 피자, 김밥같이 천편일률적인 한국 배달과 달리 기상천외한 음식을 총망라한다. 인구가 많고 땅이 넓어 배달 난이도는 더욱 높다. 한국과 같이 상사의 눈치를 봐가며 메뉴를 자발적으로 통일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치열한 배달 경쟁 덕분에 지금은 조리음식은 물론 과일, 야채, 생화(生花)부터 감기약, 소화제, 피임약 같은 약국 약까지 배달하는 등 배달 서비스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약사의 복약지도가 필요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서비스다.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사진을 미리 제공하고 만족도를 평가하는 등 고객 안심 조치 역시 강화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상하이에는 여느 개발도상국 거리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배회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배달 경쟁은 이들을 ‘기수(騎手)’라고 불리는 ‘배달의 역군’으로 모조리 편입시켰다. 배달앱들의 기수 모집 경쟁도 치열하다. 민간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청년 실업 해소에 기여한다는 명쾌한 사실을 상하이의 배달 경쟁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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