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을 보는 게 면구스러웠던 때가 있다. 시 ‘스며드는 것’(안도현)을 읽은 직후였다. 노가리의 정체도 몰랐던 편이 좋았을까. 그저 비속어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슬픈 운명의 어떤 생선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태어난 지 2~3년 된 명태를 부르는 말이었다. 명태의 자어(子魚)란 얘기다. ‘노맥축제’가 열리기 이틀 전인 6월 20일 저녁,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노가리와 맥주, 일명 ‘노맥’을 찾아온 사람들로 들썩였다. 노가리 골목에선 어느 술집을 가도 노가리 한 접시에 1000원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노포의 경우 식당주인이 건물주인 경우가 많다. 둘째 재개발이 연이어 좌초되며 낮은 임대료가 유지돼왔다. 셋째 거주자가 별로 없어 야간에도 옥외영업이 가능하다. 하룻밤에도 수많은 노가리가 을지로 골목에서 두 번째 생을 마친다. 장사가 잘되는 몇몇 호프집은 원양어선과 연간 계약을 맺을 정도다. 생각해보면 밥상에 오르는 앳된 것들이 노가리뿐일까. 인간은 결국 누군가의 꿈으로 목숨을 부지하는지도 모르겠다.

키워드

#포토 에세이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하주희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