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밤 10시 인터뷰는 좀체 드문 일이다. 그만큼 자신이 만든 경영자독서모임(MBS)에 대한 애정이 컸다. 한밤에 달려온 조동성 인천대 총장과 빈 강의실에서 마주 앉았다. 지난 6월 18일 경영자독서모임이 끝난 후였다. 조 총장은 MBS 주임교수를 맡아 모임을 이끌어오다 2년 전 인천대 총장을 맡은 후 한발 뒤로 빠졌다.

“죽을 때까지 MBS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언이 돼버렸어요. 곧 다시 돌아와야죠.”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조 총장은 ‘21세기 전략경영’ ‘나를 넘어 세계를 경영하라’ 등 저서가 70권에 달한다. 사교가 아닌 공부로도 CEO 모임이 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만든 MBS는 그의 바람대로 23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위기도 있었다. 경영자독서모임 4기 때였으니 20여년 전이다. 그날 초청강사는 이홍구 전 총리였다. 비가 많이 내린 때문인지 그날따라 참석자가 4명밖에 안 왔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이 전 총리가 일기당천(一騎當千·한 사람이 천 명을 이긴다)이라면서 4명 앞에서 신나게 강의를 하는 겁니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사람 수가 문제가 아니라 뜻이 맞으면 된다고 믿게 됐죠.”

MBS 46기를 이어오는 동안 가장 중요한 일은 매 기수마다 책 20권을 선정하는 것이다. 지역을 정해놓고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유럽, 아프리카, 북한 등 지역 테마 도서에 한동안 집중했다. 중국을 알기 위해 ‘삼국지’ ‘수호전’ 등 4대 기서는 꼭 넣고 있다. 최근에는 무협지 매니아인 시진핑을 공부하기 위해 무협지를 포함시키고 있다. 10년 전부터는 ‘25년 동안 동서양 고전 100권 읽기’를 목표로 내걸었다. 조 총장은 고전이야말로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좋은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고전 읽기는 인천대에도 적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동서양 고전 중 5권을 읽고 리포트를 제출하면 3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세인트조인스대는 고전 100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합니다. 시카고대를 명문으로 만든 것도 역시 졸업 전 고전 100권 이상 읽기입니다. 시카고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입니다. 고전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100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입니다.”

조 총장은 중국통이다. 베이징 장강상학원에서 전략담당 전임교수로 있으면서 한 중국 친구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 하는 말이 “중국은 동아줄이 4개가 있는데, 한국은 동아줄 1개에만 매달려 있으니 불쌍하다”고 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중국은 유가·도가·법가·병가의 4가지 철학으로 무장돼 있는데 한국은 오로지 공자에만 기대고 있다는 의미였다.

“사드사태를 놓고 보더라도 중국은 4가지 수로 판을 끌고 가는데 한국은 1가지밖에 없으니 수가 빤히 보인다는 겁니다. 중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중국 4대 기서를 소년판 문고로 접하다 보니 4대 철학이 체화된 거죠.” ‘삼국지’는 병가, ‘서유기’는 도가, ‘수호지’는 유가, ‘홍루몽’은 법가다. 그가 MBS에 4대 기서를 포함시킨 이유다. 조 총장은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독서가 의무라고 생각한다. MBS 같은 독서모임이 더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키워드

#인터뷰
황은순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