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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5호]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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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반난민 정서에 숨은 2030의 불안의식

김효정  기자 

▲ 지난 6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난민 수용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photo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지난 6월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올해 초부터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 500여명의 거취를 두고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예멘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39%, 이에 반대한 사람은 49.1%였다. 조사 결과를 상세히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유독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 집단이 20대라는 점이다. 20대의 64.4%가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직업별로 보면 학생 집단의 반대 의견 비율은 75.9%나 됐다. 성별로 봐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난민 수용에 비판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에서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이다.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 인근 카페에서 만난 30~40대 여성들은 그 이유를 ‘안전’에 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자매를 둔 이정은(가명)씨는 “종교나 인종에 대한 편견 같은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난민 수용 문제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우리나라가 난민을 받을 만큼의 준비가 돼 있을까요? 외국에서 벌어지는 난민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에 난민을 받아들이는 건 시기상조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김현숙(가명)씨는 이에 덧붙여 “아예 처음부터 난민을 받지 않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 카페에서 취업 준비 스터디를 하고 있던 취업준비생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8월 졸업 예정인 이민규(가명)씨는 먼저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의견을 펼쳐 놓았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신문을 많이 읽는데 요 몇 년간 유럽에서 난민 수용 정책이 실패한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는 난민을 아직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난민을 지원해줄 수는 있겠지만 굳이 문화가 완전히 다르고 종교도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와서 살려고 하는 난민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난민이나 이주노동자같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반다문화주의에 대해 연구해온 강진구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는 “보통 이주노동자나 난민에게 기대하는 바는 어떤 이유로 왔든 간에 서서히 우리 문화에 동화되어 결국은 귀화 같은 제도를 통해 사회에 흡수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난민 집단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난민의 입장에서야 개별 난민으로 이주하는 것보다 집단으로 이주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섞이기 힘든 기름’처럼 보인다. “게다가 제주도같이 한정된 지역에 500명에 달하는 집단이 한꺼번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유럽 전역에서 오랫동안 계속돼온 난민 수용 문제는 이런 거부감을 더 증가시킨다. 더 이상 사람들이 외국 사회의 이슈를 ‘다른 나라만의 것’이라고 구분 짓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일을 떠올려 보자. SNS에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해 기도하자)’라는 문구가 적힌 프랑스 국기 사진을 띄우는 것이 유행했다. 취업준비생 전유미씨는 지난해 3월 영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 때문에 오도가도 못했던 경험에 대해 설명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테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얘기다.
   
   
   불확실한 사회에 불확실성 더하기
   
   그러나 왜 젊은 세대는 특히 더 난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그 실마리를 풀어줄 만한 부분은 사회학자의 분석에서 나올 수 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과 이주노동자’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은 국가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포로 해소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집단 전체를 우리 사회에 섞일 수 없는 타자, 충동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간주해 사회 불안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묻는 일을 미루게 된다는 말이다.
   
   최근의 난민 문제 역시 불안과 불확실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N포 세대’니 ‘흙수저’니 하는 불안한 언어 속에서 젊은 세대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아버지보다 못살 수도 있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는 사회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당장 취업이나 결혼, 출산 등 생애 단계를 내다보기 어려운 젊은 세대에 인도적이고 보편적인 인류 가치의 문제는 ‘배부른 소리’처럼 여겨질 수 있다. “아직 우리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거부하는 젊은 세대의 주장이 이를 반영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난민에 대한 인식은 뚜렷이 차이가 난다. 40대 이상 기성세대가 난민을 ‘전쟁 난민’으로 보는 데 반해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난민을 ‘불법취업 난민’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
   
   사실 한국 사회는 난민에 대한 제도적인 대비를 몇 년 전부터 시작해오고 있었다. 2013년에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독자 제정된 난민법이 대표적이다. 이미 1992년에는 난민협약에 가입해 1994년부터 난민 업무를 시행 중이었지만 국내법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을 겪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난민 요건을 갖춘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난민법은 기성세대가 ‘떠넘기려고 하는’ 불확실한 제도 중 하나로 비쳐질 수 있다. 강진구 중앙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난민법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기성세대를 위한 제도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차 난민 수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몫이 더 크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분한 합의 없이 기성세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난민법이다.
   
   난민 문제만이 아니다. 다문화주의 역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의는 필요에 의해서, 즉 결혼이나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사람을 이주시키면서 시작됐다. 다시 말해 기성세대의 필요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다문화주의는 기성세대가 벌여놓은 사회혼란의 한 분야일 뿐 필요에 의해서나 당위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나 정부에서는 다문화주의, 난민 수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 얼마 전 유엔(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영화배우 정우성이 직접 언론 인터뷰를 갖고 “난민을 우리와 동등한 인격체로 봐야 한다” “우리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난민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평소 정우성의 팬이었다는 주부 양미향씨는 “정우성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이상론(理想論)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내 딸에게 위험한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게 양씨의 말이다. 언론과 정부의 이상주의적 주장은 실제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들어 늘어나는 ‘PC(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거부감’은 이런 흐름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할당제, 지역할당제 같은 제도에서부터 지하철에 마련된 임산부석이나 노약자석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 이들의 PC에 대한 거부감은 일방적으로 구성해 놓은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성이 불안한 사회
   
   한편으로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회불안에 대한 인식 역시 난민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난민은 잠재적인 범죄자들” “여성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정혜실 MWTV 이주민방송 대표는 난민인권센터(http://nancen.org) 홈페이지에 기고한 기고문을 통해 “어떻게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을 앞세워서 다른 소수자인 난민을 억압하는 일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글을 쓰고, 유포하고, 청와대 청원까지 가게 되었는지, 나는 분노하다 못해 절망하고 있고, 비참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원래 여성 안전 문제를 강조하는 일은 전체 범죄에 대한 공포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은영 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포는 다른 범죄에 대한 공포를 연상시키는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한다. 일종의 ‘지배적 범죄’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범죄 피해에 대한 공포를 강조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사회의 범죄 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더 크게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2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보면 사회안전에 불안감을 가진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의 40.1%가 ‘사회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여성은 50.9%가 그렇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봐도 범죄 발생 피해에 대해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훨씬 불안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73.3%의 여성이 범죄 피해에 대해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이 여성들의 페미니즘 의식을 더욱 고취시킨 것을 고려해 보면 여성들의 불안의식은 상당한 수준에 달하는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자면 보다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이 난민 문제에 불안감을 가지게 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난민 수용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다문화주의를 반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슈를 통해 주장을 입증하려고 한다. 대부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글에는 난민 집단의 여성 인권 의식이 얼마나 낮은지, 성범죄를 얼마나 많이 저지르는지 강조하는 부분이 꼭 포함돼 있다. 이런 글이 인터넷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사회불안 의식과 맞물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난민 수용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으로는 시민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전 세계적인 인도주의적 책임감이 필요하다’와 같은 당위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당장 미래와 신변을 불안해하는 시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은 난민과 한국 사회가 충분히 교류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듯이 난민 문제는 우리 사회가 통합과 이해의 사회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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