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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16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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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통계청 복지통계과장에 최고의 카드 꺼내든 까닭

배용진  기자 

▲ 황수경 통계청장이 지난 6월 29일 대전 통계센터에서 열린 ‘제4회 국민 삶의 질 측정 포럼’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7월 9일 발표된 통계청 과장급 인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박상영 소득통계과장이 복지통계과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전국의 가구를 상대로 소득과 인구 등을 조사하는 사회통계국 소속인 복지통계과는 최근 주목받는 소득분배통계와 가계동향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기획하고 실시하는 부서로 최근 통계청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다. 지난해 7월 황수경 통계청장이 취임한 후 과장급 인사가 단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시 45회로 기획재정부 출신인 박상영 신임 복지통계과장은 통계청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전가의 보도’로 불릴 만큼 업무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소문난 ‘에이스’급 인사다. 통계청의 이번 과장급 인사를 두고 기재부 출신의 한 간부는 “박 과장은 기재부에서도 거시경제 동향이나 통계를 다룰 때 비슷한 기수 내에서 최고급이었다”며 “통계청이 지닌 최고의 패를 내세운 것”이라고 했다. 박 과장이 이전까지 맡고 있던 소득통계과장은 지역내총생산(GRDP) 등을 주로 집계하는 자리로, 복지통계과장에 비해서는 부담이 덜한 자리로 통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박 과장은 학부 재학 시절에도 경제학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다는 것이 기재부·통계청 관료들의 평이다. 본래 학계로 진출하려다 뒤늦게 행시로 방향을 틀어 공직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통계과장 인사 문책성?
   
   통계청이 발표한 이날 과장급 인사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최근 통계청의 통계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근거이자 때로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본부의 과장은 담당 분야의 업무를 총괄하고 통계 결과를 언론에 발표·설명하는 자리다.
   
   이날 통계청 과장급 인사에서는 전임이었던 김정란 복지통계과장이 품질관리과장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 ‘문책성 인사’라는 뒷말도 나왔다. 지난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긍정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했다. 앞서 5월 24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한 올 1분기 소득분배지표 조사에서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역대 최악으로 감소하고 양극화 지수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나자 급히 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6월 3일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문 대통령 발언의 근거자료를 내놓았다. 통계청의 소득 원자료를 넘겨받은 한국노동연구원이 자영업자를 제외한 임금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통계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 보고서가 문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 90%” 발언이 불러온 파장은 컸다. 당장 야당과 학계에서 ‘통계 짜맞추기’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실패와 ‘통계 짜맞추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질됐다. 당시 복지통계과를 총괄했던 이가 지난해 3월부터 복지통계과장직을 맡아온 김정란 과장이었다. 외부 특채 출신으로 통계청에 들어온 김 과장은 처음에 대통령 발언의 근거가 된 자료를 “(청와대에) 준 적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줬다”고 기자회견에서 말을 바꿨는데, 당시 자료를 준 적 없다고 했던 이유는 청와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가계동향조사 자료에서 가구 자료만 발췌해 새로운 보고서를 만든 것을 김 과장 본인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이번 과장급 인사를 두고 “문책성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지방통계청 고위급 인사는 이번 과장급 인사를 두고 “황 청장이 ‘문제가 생기면 직접 책임진다’며 직원들을 다독여왔다”며 “(김정란 복지통계과장) 본인이 복지통계과장 자리를 힘겨워했었다”는 말도 했다. 손영태 통계청 대변인도 “문책성이라면 지방청으로 보내거나 다른 쪽으로 발령을 냈을 것”이라며 “품질관리과장 역시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통계정책국 소속인 품질관리과는 통계청이 생산하는 통계의 품질을 담당하는 자리다.
   
▲ 박상영 복지통계과장(왼쪽)·빈현준 고용통계과장 photo 뉴시스

   존재감 커지는 통계청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주목받는 통계청의 또 한 가지 통계가 사회통계국 소속의 고용통계과장이 매월 발표하는 ‘고용동향’이다. 이번 과장급 인사에서 이동하지 않은 빈현준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개인적 이유로 보건복지부 전보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두 달 내에 고용통계과장 자리에도 한 번의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통계청 내·외부의 관측이다.
   
   이처럼 통계를 두고 잡음이 발생하긴 했지만 통계청이 작성하는 국가통계가 주요 정책을 집행하는 근거로 인용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것이 통계청 내·외부의 평가다. 기재부의 외청인 통계청은 정책부서가 아니라 집행부서다. 통계청은 주요 통계를 작성하고 설명할 뿐 이를 평가하고 정책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기재부 등 외부 정책부서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다. 기재부 출신 한 간부는 “10여년 전만 해도 특별한 통계 근거 없이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통계청의 자료가 주요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는 기재부 등 다른 부처에서 온 5급(행시) 출신, 7·9급 출신, 외부 특채 전문직 출신 등이 섞여 있다. 막강한 권한만큼 엄청난 업무 강도로 유명한 기재부에 비하면 통계청은 상대적으로 업무 강도가 덜한 곳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재부에서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삶의 질을 찾아오는 공무원들이 있다. 통계청은 대전에 있지만 언론에 주요 내용을 설명할 때는 해당 내용을 발표하는 과장이 세종시 기재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한다.
   
   통계청이 생산하는 국가통계는 매월 집계하는 산업·물가·고용·가계 동향, 5년마다 집계하는 인구총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어떤 통계가 주목을 받는지는 시점에 따라 다르다. 물가가 높을 때는 물가동향이, 실업률이 높을 때는 고용동향이 주목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소득분배지표와 가계동향·고용동향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통계청을 이끌고 있는 황수경 청장은 독특하게도 전임 유경준 청장의 커리어를 그대로 따라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황 청장은 1980년대 노동운동에 투신하다 졸업 뒤 주간 노동자신문 기자로 2년간 일했다. 이후 경제학 분야로 방향을 틀어 숭실대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학 학위를 받은 뒤에는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첫 통계청장 직책을 맡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전임 유경준 청장 역시 한국노동연구원과 KDI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두 전·현직 청장의 커리어는 비슷하지만 성향이나 업무 스타일은 정반대라는 것이 통계청 직원들의 전언이다. 언론에 자신을 알리기 좋아하고, 스스로 글도 자주 써 기고한 유 전 총장과 달리 황 청장은 직접 말이나 글을 통해 통계청의 고충을 외부에 알리기보다는 내부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외풍을 막아주는 데 집중한다는 평이다. 실제로 황 청장은 취임 후 직접 언론과의 대면 인터뷰에 나선 적이 몇 없다. 최근 통계청이 생산한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데도 국가통계를 생산하는 통계청의 수장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해 1월 기준 통계청의 전체 인력은 3157명이다. 대전의 본청에 810명, 지방청에 2347명이 있다. 1770명이 현장 조사 업무를 한다. 대전의 본청 외에도 전국에 5개의 지방통계청, 34곳의 지방통계사무소가 있다.
   
   
   갈수록 대면조사 어려워져
   
   현재 통계청이 직면한 어려움은 조사 대상 가구의 무응답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통계청 사회조사과는 지역 내 표본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통계정보를 수집한 뒤 통계청 사회통계국으로 보낸다. 조사 종류에 따라 방문 주기와 수집하는 정보가 다르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사의 경우 무응답률이 10%(서울 지역) 초반대에 머무르지만, 가계를 대상으로 소득이나 지출을 조사하는 경우는 무응답률이 40%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는 것이 경인지방통계청의 설명이다. 지역을 서울 강남으로 한정하면 무응답률이 50%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무응답률이 높아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맞벌이·1인가구의 증가다. 경인지방통계청 사회조사과 소속으로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의 가구 조사를 담당하는 최현숙 주무관은 “예전에 비해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4인가구인 경우 4명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데, 맞벌이·1인가구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강동구 일부 지역과 강남구·관악구 일부 지역의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정금란 조사관은 “인터넷, 매체 등으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그런지 문을 안 열어준다”며 “특히 보이스피싱으로 손해를 보신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분들은 설득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가 잘못되면 국가 정책이 안 된다’며 설득해도 조사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현장조사를 담당하는 경인지방통계청 조사관들의 하루는 바쁘다. 오전에는 과천 청사로 출근해 전날 조사해온 조사를 내검(검토·수정·보완)한다. 내검을 비롯해 맡은 행정 업무가 끝나면 바로 현장으로 나간다. 맞벌이·1인가구의 경우 낮에 방문하면 사람이 없어 밤 9~10시까지 기다려야 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 조사관들의 설명이다.
   
   이렇듯 가구나 사업체 방문을 통해 통계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통계청도 대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조사다. 이메일·팩스·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가구원이 직접 조사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통계를 위한 정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사방법이다. 대면조사가 아닌 전자조사를 활용하면 조사원과의 직접 대면을 부담스러워하는 가구의 조사 응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이 수집한 행정자료를 활용해서 조사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5년마다 집계하는 인구주택총조사를 2010년부터 행정자료로 대체해 간소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 행정자료로 조사 자체를 대체할 수준은 안 되지만 보조하는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 경인지방통계청의 설명이다. 특히 사업체조사 쪽은 방문을 줄이는 추세다. 반면 가구조사 쪽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은 “직접 방문해 조사할 만한 환경이 자꾸 어려워지다 보니 예전에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던 전자조사와 행정자료를 이용한 조사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방문조사만의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방문조사가 완전히 없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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