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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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 한국어를 대학입시 선택과목으로 편입했다.” 태국 교육당국은 올해 2월부터 한국어를 대학입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2외국어 과목으로 추가했다. 한국어가 중국어, 일본어 등에 이어 외국어로는 7번째로 태국 입시과목에 선정된 것. 태국 내에서 한국어 입지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8년 현재 한국어를 대입시험 과목으로 채택한 나라는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에 이어 태국이 5번째다.

지난 7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쑤깐야 음암반종(61) 태국 기초교육위원회 사무부총장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된다면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쑤깐야 부총장은 태국 내 유치원과 초·중·고등 교과과정을 책임지는 기초교육위원회 소속 공무원으로 우리 정부 직제상 교육부 차관보에 해당한다. 그는 이날 국제교육원과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등이 주관한 ‘해외 한국어 채택 지원사업 2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태국에서 한국어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다. 태국 당국이 한국어 교육 수요 증가에 따라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게 지난 2010년의 일이다. 한국어가 교양과목에서 대학입시 선택과목으로 편입되는 데 8년이 걸린 셈이다. 최근 태국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 수요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쑤깐야 부총장은 “한국과 태국이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60주년이 된다. 그러나 양국 간 교류가 급격하게 늘어난 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어 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태국TV에서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도 하다. 40~50대 태국 시민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10~30대는 K팝 아이돌 스타를 통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한국산 전자제품이 태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태국 시민 사이에서 한국을 IT선진국으로 동경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휴대폰 등 모바일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 가운데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덩달아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한국은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데, 매번 올 때마다 발전한 모습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기술 분야 발전은 태국 정부 입장에서 매우 부러운 대목이다.”

- 한류에 관심이 많다는데, 쑤깐야 부총장도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는지 궁금하다. “자주 보는 편이다. 비디오 가게에 가서 한국 드라마 시리즈를 통째로 빌려 보기도 한다. 지금 기억나는 한국 드라마 제목은 ‘대장금’밖에 없지만 최근에도 한국 가족관계를 다룬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태국에서 한류의 영향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다. 한국 문화는 매력적인 독창성이 있는 것 같다.”

쑤깐야 부총장은 “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 아이돌 가수가 공연을 할 경우 좌석을 구하기 어렵다”면서 “한국 돈으로 15만~30만원에 육박하는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도 했다.

- 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 수도 크게 늘었다던데. “태국 중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건 2006년이다. 그 당시 1개 학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0개 학교로, 2018년에는 115개 학교로 확대됐다. 한국어 학습자 수도 2010년 300여명에서 지금은 3만5000명 수준으로 100배 이상 확대됐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에 대해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한류스타의 사생활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어 수요를 늘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중·고등학교 한국어 학습자는 12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숫자는 3만5000명 수준으로,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0만명 이상의 한국 동포가 거주하는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숫자다. 태국의 명문고교인 뜨리암 우돔 쓱사 학교의 경우 한국어 전공반 졸업예정자에게 토픽(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 태국 현지 한국어 교사는 어떻게 채용하고 있나. “자체적으로 교원을 선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105명의 정식 한국어 교사가 각급 학교에 배치돼 있다. 2011년부터 한국 교육부와 한국교육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어 교사의 파견도 받고 있다. 매년 50명 안팎의 교사들이 태국에 와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 교과서도 지원받아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한국의 지원이 늘어날수록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태국 내 학생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초교육위원회에서도 한국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 태국 내 제2외국어 교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언어는 뭔가. “태국은 영어의 경우 필수과목으로 교육하고 있다. 제2외국어로는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아무래도 가장 많다. 이건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그 이외에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고대경전에 사용했던 팔리어 등을 교육하고 있다. 크게 보면 서부언어(유럽)와 동부언어(아시아)로 나뉘는데, 한국어는 동부언어 가운데 세 번째로 학습자가 많다. 서부언어의 경우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가르쳤지만 지금은 교류가 줄고 영어로 대체되는 부분이 많아 학습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

태국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합쳐 6년제 중등학교를 운영한다.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은 중등 4학년부터 한국어 전공반에 들어가 하루 4~5시간씩 3년간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최근에는 이처럼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선택해 이수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 태국 내 한국어 교육 수요를 보다 확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태국과 한국의 교류협력이 더 활성화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알게 된다 해도 이것을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태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가는 것도 예산 등의 문제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극소수 학생들을 선발해 한국으로 유학을 보낸다. 태국 학교와 한국 학교 간에 자매결연이 많아지면 양국 학생들의 왕래도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교원 초청 연수제도와 같은 협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태국어를 한국에 보급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나. “태국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일부 고등학교에서 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양국 간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올가을 ‘한-태교육협력의 날’을 운영할 계획이다. 서로 왕래하고 편지도 주고받게 된다면 한국에 태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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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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