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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16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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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꽁병지TV’ 연 김병지

“다음 꿈은 축구 구단주 내게 포기는 없다”

하주희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왜 책 제목이 생각 안 날까? 열심히 읽었는데 말이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특유의 염색 머리를 살짝 갸웃댔다. 선수 시절 트레이드마크였던 머리다. 지난 7월 6일 서울 상암동에서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48)씨를 만났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얘기를 하던 참이었다. 한 달에 두세 권은 꼭 읽는단다. 김씨가 말하려던 책은 ‘거래의 기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저술이다. “읽고 보니 메시지가 분명하더라. ‘무조건 이기는 쪽에 붙어라’ ‘힘이 있을 때 쳐라’.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비즈니스 철학을 고수했단 점이 흥미로웠다.”
   
   제목이 생각 안 날 만했다. 인터뷰 내내 전화와 문자,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방송 섭외, 협찬 문의 등 용건도 다양했다. ‘꽁병지TV’ 인기가 실감났다. 지난 6월 16일 김씨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다. ‘꽁지머리’의 꽁이다. 초장부터 소위 ‘대박’이다. 한 달도 안 돼 구독자 수 8만7000명을 넘어섰다. 인기 영상도 연이어 나왔다. 6월 23일에 업로드한 월드컵 한국 대 멕시코전 리뷰는 조회수가 89만회 이상이다. 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 해설 중이다. 전 축구 국가대표 송종국, 전 야구선수 박명환, 김민구 SPOTV 해설위원과 함께한다. 유튜브 방송 특유의 편안함에 전문성까지 갖춘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도 병지 형님의 예언이 기대된다.’ 자주 보이는 댓글이다.
   
▲ 꽁병지tv를 방송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민구 SPOTV 해설위원, 김병지, 송종국, 박명환. photo 최재용

   월드컵 기간에 시작한 덕에 ‘얻어 걸린’ 성공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씨와 마주 앉아 단 5분만 대화를 나눠봐도 알 수 있다. 스스로 연 제2 전성기에 들어섰다는 걸 말이다. 유튜브 방송 때문에 만났는데, 긍정적인 에너지에 눈길이 갔다. 전직 축구선수이자 현직 유튜버인 그의 미덕은 세 가지다.
   
   
   35년간 몸무게 78㎏ 유지
   
   첫째, 치밀한 자기관리다. 현역 시절 그의 몸무게는 78㎏이었다. 1992년 프로 데뷔 후 25년간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다. 이건 간단한 얘기가 아니다. 저녁 8시 이후엔 아무 약속도 잡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서다. 술 담배를 멀리한 건 물론이다. 그 결과는 숫자로 표현된다. 706경기 출장, 229경기 무실점, K리그 최고령 출장(45년5개월15일). 한동안 누구도 못 깰 대기록이다. 요즘도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한다. “데뷔 후에도 식단을 조절했다. 쭉 몸무게를 유지하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한 후 2~3㎏ 늘었다.”
   
   축구계 인사에게 ‘김병지는 자격증도 많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씨의 설명이다. “일단 고등학생 때 딴 용접기능사, 선반기능사 자격증이 있다. 운전면허는 종류별로 땄다. 1종 대형, 트레일러, 원동기까지 있다. 트레일러 면허는 캐러밴으로 여행 다니려고 딴 거다. 축구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있는데 이건 시간이 좀 걸린다. C급을 따야 이후 B급에 도전할 수 있는 식이다. 골키퍼지도자 자격증, 필드 자격증 모두 A급까지 땄다. 흔히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시간은 만들면 된다.”
   
   ‘2년째 백수’였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은퇴 후 꽤 여러 일에 도전해왔다. 우선 김병지축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7월에 문 연 홍대점까지 총 7군데다. 2010년과 2016년엔 축구 해설에 도전했다. 평가는 엇갈렸다. ‘사투리 발음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다’ ‘선수 출신만이 할 수 있는 해설이다’. “가끔 말로만 가능한 해설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선수가 발을 이런 각도로 꺾었으니 골키퍼는 공이 왼쪽으로 날아갈 거라 본 거다’ 이런 식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발을 보고 계산해 막을 수 있다면 못 막을 공이 있겠나. 되도록 선수 경험을 살리면서 해설하려 한 이유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해설에 도전한 경험은 꽁병지TV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깊이 있는 해설이라는 반응이 많다.
   
   두 번째 미덕은 친화력이다. 전화통화를 엿들어보니 웬만한 상대는 다 형님 아우다. 감투도 많다. 2002년 월드컵 대표팀 모임인 ‘팀2002’와, 축구 국가대표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인지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준다. 스포츠 선수는 어느 방송사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초대할 수 있다.” 이번에 선전한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도 귀국 후 ‘꽁병지TV’에 제일 먼저 출연했다. 그는 “이번에 조현우를 만나보니 인성이 좋고 자기관리를 잘하더라”고 평가했다.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후엔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꽁병지라는 이름도 팬들이 골라줬다. 처음 목표는 개국 6개월 안에 10만 구독자를 확보하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 달 만에 이뤄지게 생겼다. 구독자 15만명 넘어서면 인물 초대석을 할 거다. 대통령 빼고 다 부를 수 있는 거 아닌가? 15만명이라면 정치인들도 나오려 할 거다.”
   
   공중파 해설과 유튜브 해설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방송에선 ‘아, 안 들어갔네요’라고 한다면, 유튜브에선 ‘저걸 못 넣을 수가 있어?’ 이렇게 말해야 하더라. 팬들이 유튜브에서 듣고 싶어하는 말이 있다.”
   
   방송하면서 송종국과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법정에 자주 가지 않았냐’는 식의 공격(?)도 한다. “일부러 더 그런다. 내가 방송에서 송종국을 감싸주는 게 종국이를 위하는 게 아니더라.”
   
   그는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각종 소셜미디어도 적극 활용한다. “5000만 안티가 있을 때도 계정을 없애지 않았다.” 무슨 얘긴가 했다. 2001년 ‘드리블’ 사건 얘기다. 그해 1월에 열린 칼스버그컵 파라과이전 때 골문에서 하프라인까지 드리블을 하다 실점할 뻔한 사건이다. 당시 국가대표팀 감독이 히딩크였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당시의 김병지는 자만심이 있었다. 지금이었다면 즉시 히딩크 감독에게 가서 사이 안 좋아진 걸 풀었을 텐데. 히딩크 감독을 안티로 만든 사람이 그때 나 말고 또 있겠나. 그 일을 계기로 많이 성숙했다. 팀 고참으로서, 감독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잘 캐치했다. 그 후론 잘 적응하려 노력했다. 45살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실수 때문이었다.”
   
   
   꿈은 구체적으로
   
   셋째, 꿈이다. 막연한 꿈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다. “축구를 시작하고 8가지 목표를 세웠다. 프로팀 입단, 2억원 모으기, 국가대표 선발, 월드컵 출전, K리그 400경기, 500경기, 600경기, 700경기 출전. 차례로 모두 이뤘다. 다음 꿈은 축구 구단주다. 허황돼 보이나? 난 축구를 못 할 상황에서 축구를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팀도 못 가고 직장인 축구팀에 갔다. 프로팀 입단을 준비하니 옆에서 미친놈이라고 했다. 꿈을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연습생으로 들어가 돈 2억원을 모은다는 건, 구단주 되기보다 어렵다.”
   
   털어놓지 않은 국가대표 시절 뒷얘기가 얼마나 많을까. 왠지 물을 수 없었다. 그에게 과거는 이미 지난 얘기 이상이 아닌 듯했다. 철저히 미래만을 바라보고 현재를 사는 사람 말이다. 그래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관련 얘기는 물어보고 싶었다. 1998년 선수로 한창이던 시절, 김씨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이직이 쉬운 시대가 아니었다. 한번 팀에 들어가면 거의 평생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종신문화라고 할까. 고민하다 거절했다. 대신 연봉으로 팀에서 보전을 해줬다. 옮겼으면 지금쯤 영어는 잘했겠다.”
   
   내친김에 친정, K리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어떤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경기장에 안 오면서 악성 댓글만 단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우리가 재미없게 하니까 안 오는 거라 생각한다. 승패는 두 번째다. 어차피 한 팀은 이기고 한 팀은 진다. 승부를 떠나 관중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콘텐츠로 만들잔 얘기다. 경기 외적인 요소도 중요한 이유다. 꽁병지TV도 같다. 유명한 사람이 유튜브에 나와 신기해하는 건 잠깐 아닐까. 끊임없이 신선한 재미를 줘야 유지될 거다.”
   
   그는 꽁병지TV에서 ‘구단주로 가는 지름길’을 본 듯하다. “라디오 채널 하나가 1000억원 가치가 있다더라. 꽁병지TV가 잘 자리 잡아 유튜브 최고의 스포츠 방송이 되면 구단주도 가까워지지 않겠나.”
   
   인터뷰 도중 유튜브 구독자 숫자가 8만명을 돌파했다.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돌았다. “빅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파라과이에 가서 2001년 경기에서 제 공을 뺏었던 선수를 만나볼 거다. 지금 축구계에 있는지 떠났는지 모른다. 근황을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되겠지. 만나서 물을 거다. ‘드리블하는 골키퍼 공을 뺏은 기분이 어땠나?’ 재밌지 않을까. 후원에 관심 있는 기업체들 연락 달라. 축구 중계말고도 앞으로 할 게 정말 많다. 야구·농구 중계도 할 수 있다. 국가대표가 가는 맛집 소개, 축구 선수들이 사랑하는 보양식 먹방…. 세상이 계속 콘텐츠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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