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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17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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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 부장이 왜 그럴까?

할 말도 못하는 꼰대 공포증

김효정  기자 

▲ 일러스트 허인회
업계에서 손꼽히는 한 국내 여행사의 마케팅 팀원들은 요즘 서로의 업무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잔소리와 훈계가 줄어든 것은 좋지만 모든 사원이 이런 분위기를 기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입사한 지 2~3년 되는 막내사원들이 아직도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인 고참 사원들도 있다. 2년 차 막내사원의 사수 역할을 하는 5년 차 직원 김은경(가명)씨의 말이다.
   
   “후배가 몇 번을 가르쳐줘도 실수가 잦은 편인데 지각도 자주 하는 편이라 근무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팀장님에게 몇 번 얘기를 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네요. 팀장님이 권위적이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지만 무관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팀의 팀장에게도 할 말이 있다. 우선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관리자 직급이 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요즘 부하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서슴없이 다가갔다가는 거리 둘 줄도 모르는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고 내 맘에 안 차는 모습이 있어서 지적하고 싶어도 요즘 애들 상식에는 저러는 모습이 맞는 게 아닐까 싶어 그냥 침묵을 지키는 편이에요.”
   
   ‘꼰대 소리를 들을까봐’ 아예 입을 다무는 상사는 이 회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원무팀 팀장은 여름 휴가를 앞두고 고민이 크다고 한다.
   
   “사실 몇 안 되는 인원이 여름 휴가를 겹쳐 쓰면 일에 차질이 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리 조정을 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날 꼭 쉬어야 한다’고 나오는 팀원에게 ‘안 돼’ 소리를 못 하겠더군요. 신문 기사에 나오는 악덕 상사가 되고 싶진 않은데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언론사 부장을 두고는 부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부서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규칙이 있는데 후배가 이를 깨트리면서 생긴 불만이다.
   
   “후배가 직접 부장과 얘기를 나눠서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하더군요. 후배를 특별히 아낀다기보다 요즘 입사하는 부하들에게 나쁜 소리를 듣기 싫으니 그저 ‘오케이’만 하는 것 같아 불만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장이 오케이 했는데 다른 선배가 나서서 지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최근 몇 년 사이 ‘꼰대’ 담론은 한국 사회을 변화시켜왔다. ‘싫다’는 말을 용납하지 않는 억압적인 위계 질서, 개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전체주의적인 분위기가 옅어지는 데는 ‘우리 안의 꼰대를 없애자’는 움직임이 큰 역할을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꼰대’는 이제 사회악(惡)이다. 나이가 많다고 윽박지르는 사람, 명령에 익숙한 사람,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 기성세대의 사고방식만 강요하는 사람, 굳이 부탁하지 않았는데 나서서 훈계하려는 사람, 열정과 의지만 강조하는 꼰대는 삶과 가치를 중시하는 변화된 사회에 더 이상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기간 동안 기업을 중심으로 ‘꼰대=좋지 않은 것’이라는 등식이 빠르게 정립됐고 기존에 꼰대같이 행동하던 상사들에게도 주의를 주는 사례가 많아졌다. 수평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직급을 없애거나 호칭을 변경한 회사도 많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꼰대 공포증’을 불러와버린 경우도 있다. 지난해 승진해 부원 10여명을 이끌고 있는 한 유통회사 부장 이상석(가명)씨의 고백이다.
   
   “회사에서 정해준 점심시간은 1시인데 보통 1시 반까지는 자유롭게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편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2시가 돼서도 회사에 들어오지 않는 부하직원들이 있어요. 가만히 보면 같은 사람이 늘 늦게 복귀하더군요. 뭐라고 한 소리를 하고 싶은데, 점심 편하게 먹을 시간도 안 주는 꼰대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더군요.”
   
   
   멘토가 되는 어른 소통법 필요
   
   하지만 ‘탈(脫)꼰대’가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장과 부하직원과의 소통이 단절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탈꼰대’ 움직임이 상사의 ‘꼰대 공포증’을 일으켜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리는 상황이다.
   
   꼭 부장급, 관리자급 상사에게만 있는 일도 아니다. 젊은 직원이라 하더라도 후배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이 나누는 담소 중에 많이 나오는 대화, “우리 지금 꼰대짓 하는 건가” “내가 꼰대가 된 건가”라는 말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도 언젠가 꼰대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셋 중 하나(32.5%)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꼰대 공포증에 걸린 상사와 선배는 아예 입을 닫는다. 꼰대가 나쁘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행동이 꼰대스러운 것인지, 어떤 발언이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탓이다. ‘꼰대짓 한다’는 뒷담화를 듣기보다 아예 대화를 단절하는 게 속 편하다고 말하는 상사도 많다. 이러면서 선후배 간의 소통이 단절됐고 오히려 서로 간에 이해하지 못한 일들이 늘어났다.
   
   꼰대 담론이 ‘꼰대짓’에만 초점을 맞추고 꼰대 아닌 대안이 무엇인지를 강조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이기도 하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꼰대’의 반대말을 ‘멘토’로 봤다. 꼰대가 자기 뜻대로 강압적으로, 자신의 가치관만 강조하는 위계적인 상사라면 멘토는 부하직원의 업무가 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도와주면서 전체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도우미다. 그런데 꼰대 아닌 멘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탈꼰대’를 하면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어버린 직장인들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도리어 꼰대가 사라지지 않고 꼰대 담론만 퍼져 ‘청바지 입은 꼰대’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변화 없이 꼰대에 대한 지적만 늘어나다 보니 겉보기에만 꼰대스럽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실제로는 내면에 꼰대다움을 품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변화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을 늘리는 일이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어른 소통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꼰대를 싫어하는 부하직원들이라고 해서 상사와의 대화를 아예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너도나도 원하지 않는 회식을 하지 않고 업무 시간 아닌 때에 업무 지시를 하는 불합리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게 꼰대 담론인데 대화조차 않으면 부하직원들은 영원히 성장할 수 없습니다. 설사 부하직원들이 상사와의 소통을 꺼리더라도 먼저 나서서 어른 소통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김 소장이 설명하는 어른 소통법은 크게 네 가지다.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직접 시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나 기성세대의 사례를 들어가며 부하직원의 자존심을 꺾지 말아야 한다.
   
   방법을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어른 소통법이다. 결국 상사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꼰대 공포증에 겁을 먹기보다 어떤 점이 꼰대스럽고, 어떻게 하면 꼰대 아닌 멘토가 될 수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익혀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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